‘검정고무신’ 캐릭터 저작권, 故이우영 작가 품으로 돌아간다

저작권위, 형설앤 대표 공동저작자 등록 말소 처분

‘검정고무신’. 사진|KBS

1990년대 인기 만화 ‘검정고무신’의 기영이·기철이 캐릭터가 원작자인 고(故) 이우영 작가의 유가족 품으로 돌아가게 됐다.

한국저작권위원회는 지난 12일 직권으로 ‘검정고무신’의 캐릭터 9종에 대한 저작권 등록 말소 처분을 내렸다고 18일 밝혔다.

지금까지는 형제 만화가 고(故) 이우영, 이우진 작가, 스토리를 맡은 이영일 작가, 형설출판사·형설앤 대표 장모 씨가 ‘검정고무신’ 주요 캐릭터 9종의 공동 저작자로 등록돼 있었다.

저작권위원회는 등록 말소 처분을 내린 근거로 “등록을 신청할 권한이 없는 자가 등록을 신청한” 점을 들었다. 창작자가 아닌 형설출판사·형설앤 장대표가 저작자에 이름을 올린 것을 문제 삼았다.

등록 말소가 이뤄지면 해당 캐릭터의 저작권은 별도의 신규 등록이 없더라도 창작자에게 자동으로 귀속된다. 한 달간의 이의 제기 기간을 두고 별다른 의견이 없을 경우 다음달 이를 확정할 예정이다.

이 작가의 유족과 만화계는 법원 판결이 나오기 전, 저작권위원회의 발빠른 직권 말소 처분을 반겼다.

이우영 작가의 동생이자 ‘검정고무신’을 함께 그린 이우진 작가는 “한국저작권위원회의 결정을 환영한다. 아직 갈길이 멀지만 만화계 문화예술계 정말 많은 분들이 도와주셨다”면서 “아직 소송이 끝나지 않았다. 불공정 계약 관행 속에서 고통받는 창작자들을 위해 우리가 해야 할 일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소감을 밝혔다.

‘검정고무신’ 사건은 지난 3월 11일 이우영 작가가 형설앤 측과의 저작권 소송으로 괴로워하다 세상을 떠난 뒤에야 주목받기 시작했다. 이 작가는 생전에 남긴 진술서에서 ‘검정고무신’ 캐릭터를 기반으로 한 활동이 불가능한 현실에 대해 고통과 무력감을 표현했다.

앞서 문화체육관광부는 지난 17일 저작권뿐만 아니라 캐릭터 수익배분에도 문제가 있다며 시정명령을 내렸다. 문체부는 이날 4개월간에 걸친 특별조사 결과를 발표하며 피신고인(형설앤·형설앤 대표)이 투자 수익을 신고인(고 이우영·이우진)에게 배분하지 않았다며 피신고인에게 ‘수익 배분 거부행위’를 중지할 것을 명령했다. 이에 따라 피신고인은 그동안 미배분된 투자 수익을 신고인에게 배분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