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에서 뽑아낸 항공유'...미래에너지 선점 미국 기업, 한눈에 알아본 SK
매립장 쓰레기 원료로 합성원유 생산
"한국에선 정유사, 석유만 사용해야"
미국 서부 네바다주(州)의 도시인 리노 도심에서 80번 고속도로를 타고 30분 정도 달리자 지역 쓰레기 매립장으로 향하는 도로가 나왔다. 황량한 사막 지대가 펼쳐지기 시작하는 2차선 도로에는 각종 건축폐기물과 생활쓰레기를 매립장까지 싣고 가는 트럭이 줄을 이었다. 이 길 한편에 쓰레기에서 미래에너지, 합성원유를 뽑아내는 미국 폐기물 가스화 전문 기업 ‘펄크럼 바이오에너지(펄크럼)’ 공장이 있었다.
인류가 매일 버리는 쓰레기에서 비행기 연료로 쓰이는 합성원유를 뽑아내는 신기술이 상용화 길로 접어들었다. 미래에너지 자원 경쟁에서 한국 SK도 투자자 및 플레이어로 한몫을 하고 있다.
쓰레기 분류 후 분쇄…기름 원료로
13일(현지시간) 방문한 펄크럼 ‘공급원료처리시설(FPF)’. 일반적인 쓰레기 처리 시설보다 깔끔해 보이는 공장 안 컨베이어벨트에선 인근 매립장에서 공급받은 각종 쓰레기가 끊임없이 옮겨지고 있었다. 음료수 캔, 과자 포장지, 버려진 옷가지 등 각종 쓰레기는 태울 수 있는 것과 없는 것으로 자동 선별ㆍ분류되고, 색종이 조각처럼 3㎝ 이하 크기로 잘게 분쇄됐다.
생활폐기물을 가스로 만들어 합성원유를 뽑아내는 기술을 갖고 있는 펄크럼은 폐기물 선별ㆍ처리 시설에서 기름의 원료를 제조하는 곳이다. 때문에 쓰레기에서 풍겨 나오는 냄새와 먼지는 어쩔 수 없었다. 하지만 제임스 스톤사이퍼 펄크럼 부사장은 “이 냄새나는 쓰레기들이 우리 기술을 거쳐 비행기가 날 수 있게 해주는 항공유로 변신한다”라고 자랑스럽게 소개했다.
FPF에서 10분쯤 떨어진 곳에는 대형 정유 시설과 유사한 외양의 펄크럼 시에라 공장이 자리하고 있다. 여러 과정을 거쳐 꾸준히 기름을 생산하는 시설로, 각종 파이프와 철 구조물에서는 연기가 뿜어져 나왔다. 이 공장 1층 원료 저장 시설에는 FPF에서 운송된 분쇄 처리 쓰레기가 천장 높이까지 가득 쌓여 있었다. 보관 과정에서 쓰레기 냄새는 사라진 뒤였다.
펄크럼 CEO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시작”
시에라 공장에선 이렇게 말린 쓰레기를 먼저 고온의 가스화기에 넣어 합성가스로 만든다. 이어 산소와 증기를 주입하면서 고온ㆍ고압 과정에서 촉매 반응을 거치면 액체 탄화수소, 즉 합성원유로 재탄생하게 된다. 쓰레기 조각이 공정에 투입돼 원유가 되는 시간은 30분에 불과했다. 이런 방식으로 한 해 생활폐기물 50만 톤을 처리해 합성원유 26만 배럴을 생산하고 있다. 또 인근 매립장에 들어오는 쓰레기의 80%까지 재활용을 할 수 있게 됐다.
투명한 액체 합성원유를 기자들에게 직접 보여준 에릭 프라이어 펄크럼 최고경영자(CEO)는 “여기에서 보고 있는 것은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시작”이라며 “지금은 에너지 산업과 미국, 전 세계를 위한 분수령의 순간”이라고 강조했다.
합성원유는 자연 상태에서 시추해 얻는 원유와 화학 성분이 유사하다. 석유정제시설을 활용하면 합성원유로 항공유, 휘발유, 경유 등의 석유제품을 만들 수 있다. 펄크럼 공장에서 만드는 합성원유는 지난해 12월부터 미국 정유사 마라톤에 공급돼 후처리 과정을 거친 뒤 ‘지속가능항공유(SAF)’로 태어난다.
항공기 필수 연료 SAF…SK도 집중 투자
SAF는 최근 유럽연합(EU)을 중심으로 항공기 급유 시 반드시 섞어야 하는 필수 연료로 지정됐다. 특히 화석연료를 사용한 시추 과정이 생략되는 만큼 탄소 배출을 80%나 줄일 수 있다는 것도 합성원유의 장점이다. 미국은 지난해 발효된 인플레이션감축법(IRA)을 통해 SAF에 보조금도 지급한다. 그만큼 수요가 폭발하는 상황이다. 다만 일반 항공유보다 가격이 2~6배 비싼 것은 단점이다.
2030년까지 세계 탄소 감축 목표의 1%인 2억 톤을 줄이겠다고 나선 SK도 SK이노베이션과 SK㈜를 통해 총 8,000만 달러(약 1,000억 원)를 펄크럼에 투자했다. 이미 미국 유나이티드, 일본항공, 홍콩 캐세이퍼시픽 등의 항공사도 투자자로 뛰어들었고, 펄크럼 공장에서 만든 SAF를 활용 중이다.
SK이노베이션 측은 “펄크럼 투자를 바탕으로 폐기물 가스화 기술을 고도화할 계획”이라며 “이를 통해 확보한 합성원유를 SAF로 만들어 장기적으로 세계 항공유 시장에 공급하는 방안을 모색하고 있다”라고 밝혔다. 다만 한국에선 석유 및 석유대체연료사업법에 따라 정유사가 석유 아닌 원료를 사용해 제품을 생산하지 못한다는 한계도 존재한다.
리노= 정상원 특파원 ornot@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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