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75년만의 첫 상속분쟁…법정서 양측 '극명한 입장차'

이재윤 기자, 정세진 기자 2023. 7. 18. 15: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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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5년 간 지켜오던 LG가(家)의 화합에 균열이 생겼다. 5년 전 취임한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세 모녀(어머니와 두 명의 여동생)가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이 시작됐다. 양측은 극명한 입장차를 나타냈다. LG그룹 지분을 둘러싼 유산 싸움이 벌어지면서 일각에선 이번 소송으로 경영권 다툼까지 번질 수 있다는 우려를 내놓는다.
75년 지켜온 LG원칙에 균열, 상속회복청구 소송 시작
서울 서부지방법원 민사11부는 18일 오전 10시 구 회장을 상대로 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변론준비기일을 진행했다. 이날 법원에는 구 회장과 구 회장의 모친 김영식 여사,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 등 당사자는 모두 참석하지 않았고 양측 법률 대리인만 대면했다. 민사 소송에선 당사자가 참석할 의무는 없다. 준비기일은 양측 쟁점과 절차를 확인하는 절차다.

이번 소송은 LG그룹의 전통인 장자 승계 과정에서 발생했다. 구광모 회장은 고(故) 구본무 LG그룹 선대회장의 동생인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의 첫째 아들이다. 구본무 회장의 아들이 없어, 구광모 회장이 양자로 입적 후 후계자가 됐다. 구본무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인 구연경 LG복지재단대표, 구연수씨가 상속 지분을 다시 산정해야 한다고 소송을 제기했다.

구본무 전 회장의 유산은 LG그룹의 지주사인 (주)LG 주식 지분 11.28%를 포함해 약 2조원 규모다. 구광모 회장은 LG 지분 11.28% 중 8.76%를 받았다.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각각 LG 주식 2.01%와 0.51%를 받았다. 여기에 김씨와 두 딸은 금융투자상품과 부동산, 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 유산을 받았다.

쟁점은 두 가지다.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이 있었는지 여부와, 상속 지분비율이다. 세 모녀는 지난해 5월쯤 뒤늦게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확인하고 소송을 제기했다. 당초 세 모녀는 구본무 회장의 유언장에 따라 구광모 회장과 가족들에게 지분을 분배했다고 인지했다고 밝혔다. 따라서 상속 지분을 다시 나눠야 한다는 게 세 모녀의 주장이다. 반대로 LG측은 '적법하게 진행됐다'고 반박했다.

구광모 측 "전원합의 했다" vs 세 모녀측 "유언장 없었다"
이날 법원에서도 양측은 서로의 주장을 재차 확인했다. 세 모녀측은 상속 과정에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세 모녀 측은 "피고(구광모 회장)가 LG의 모든 주식을 상속받는 다는 말에 속아 협의서를 작성했다는 게 주장의 요지"라고 설명했다. 이어 "상속 협의 과정에서 구연수씨를 제외한 일부 상속인들과만 협의가 됐고 다른 상속인들도 여기에 대한 정확한 이해와 동의가 없었다"고 덧붙였다.

구광모 회장 측은 적법하게 진행된 상속이라고 주장했다. 구광모 회장 대리인은 "구체적인 분할과 관련해 피고 3명 모두 전원 합의한 협의서가 있고 상속도 전원의 의사에 따라 진행하게 됐다"고 말했다. 또 상속 이후 4년 넘는 시간이 지났다고도 주장했다. 민법에 따라 상속권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이내 청구해야 한다. 이에 대해 세 모녀측은 지난해 상속권 침해 사실을 인지해 청구가 가능하다고 주장했다.

문제는 이번 소송으로 구광모 회장의 경영권이 영향을 받을 수 있다는 점이다. 세 모녀 측은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 김 여사와 구광호 회장을 포함한 두 딸이 '1.5대1대1대1'의 비율로 지분 상속을 받아야 했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지분구조가 달라지면 구광모 회장의 보유지분은 6%포인트(15.9→9.7%)가량 낮아진다. 반면 김 여사는 3%포인트(4.2→7.95%) 뛰어 2대 주주 자리에 오를 수 있다.

양측의 입장이 팽팽한 만큼 지루한 법정 공방이 진행된 것으로 전망된다. 세 모녀측은 LG그룹 총수 일가의 대화를 녹음한 방대한 녹취록을 보유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양측은 추후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과 하범종 (주)LG 경영지원부문장을 증인으로 부르기로 합의했다. 다음 변론 기일은 10월 5일이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정세진 기자 seji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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