행복청 미호강 임시 둑 공사 부실 논란…하천정비사업도 중단돼(종합)
행복청 "계획홍수위보다 1m 높게 축조, 예년처럼 장마 앞두고 임시 둑 쌓아"
(세종=연합뉴스) 이은파 강수환 기자 = 14명의 목숨을 앗아간 충북 청주시 흥덕구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사고 원인과 책임을 놓고 논란이 확산하고 있다.
현지 주민들은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행복청)이 시행한 국도 36호선 미호강 임시 둑 부실 공사를 사고의 주요 원인으로 지목하고 있지만, 공사 주체인 행복청은 "사실과 다르다"며 반박하고 있다.
아울러 행복청의 도로 확장공사로 인해 미호강 일대 상습 범람을 막기 위해 실시하던 하천 정비사업도 중단된 것으로 밝혀져 책임 공방은 더욱 가열될 전망이다.
18일 지역 주민들에 따르면 행복청은 2018년 초부터 미호강교 확장 공사를 하면서 기존 둑 일부를 허물고 44m 길이의 임시 둑을 새로 쌓았다. 새로운 교각을 설치하기 위해서다.
하지만 임시 둑이 기존 둑보다 1m 이상 낮게 시공된 것으로 확인됐다.
확인 결과 임시 둑 높이는 해발 29.7m로 기존 둑 31.3m보다 1.6m 낮았다.
이번 집중호우를 앞두고 임시 둑을 급하게 다시 축조해 견고성이 떨어진 것도 문제점으로 지적된다.
임시 둑을 쌓으면서 흙을 담은 자루를 사용하기보다는 중장비로 그냥 흙을 긁어 올려 폭우 시 둑이 견디기 어려웠을 것이란 주장도 나온다.
이 때문에 이번 폭우로 미호강 물이 불어나면서 임시 둑이 순식간에 무너졌고, 이 물이 농경지를 거쳐 인근 지하차도로 빠르게 유입됐다는 게 주민들의 설명이다.
오송읍 주민 정모 씨는 "폭우가 쏟아지기 직전인 이달 상순에야 임시 둑 재축조 공사가 마무리됐고, 둑 형태도 온전한 둑 구조물이 아닌 흙을 쌓아 올린 둑에 방수포를 씌운 형태였다"며 "이런 둑이 시간당 수십㎜씩 쏟아지는 폭우를 견딜 수 있었겠느냐"고 반문했다.
게다가 행복청이 기존 둑을 허가 없이 헐었다는 주장도 제기됐다.
행복청이 하천점용 허가를 받고 공사를 하면서 둑 등 기존 시설을 철거하거나 변경하려면 추가로 점용 허가를 받아야 하지만 이를 지키지 않았다는 게 관할 관청인 금강유역환경청의 설명이다.
금강유역환경청 관계자는 "하천점용 허가서에는 공사 주체가 관련 법규를 모두 지켜야 하고, 문제점 발견 시 책임도 져야 한다는 내용이 담겨 있다"며 "특히 하천점용 허가 면적에 대한 행위는 엄격히 제한하고 있고 안전 등 모든 문제가 발생할 때 책임도 공사 주체가 책임지도록 명시돼 있다"고 설명했다.
이어 "현재 국무조정실이 감사에 착수한 만큼, 머지않아 이번 침수 사고의 책임이 어디에 있는지 밝혀질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대해 행복청은 "새로 쌓은 임시 둑 높이가 기존 둑보다 낮지만, 계획 홍수위(28.8m)보다 1m가량 높아 큰 문제가 없을 것으로 판단했다"고 해명했다.
집중호우를 앞두고 서둘러 임시 둑을 쌓았다는 지적에 대해서는 "지난해 6월 장마철에도 미리 임시 둑을 축조해 사용한 뒤 9월에 철거했고, 올해도 지난해처럼 했다"고 설명했다.
행복청 관계자는 "우리가 기존 둑을 일방적으로 헐었다는 주장도 있는데, 국가기관이 그렇게 사업을 허술하게 수행했겠느냐"며 "이번 사고와 관련해 임시 둑 붕괴 전 지하차도가 침수됐다는 목격자도 적지 않은 만큼 정확한 조사를 통해 사고 원인을 밝힐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미호강 일대 상습 범람을 막기 위해 시행되던 하천 정비사업이 행복청의 확장공사로 중단된 것도 논란을 키우고 있다.
국토교통부 대전지방국토관리청은 미호천 하류와 금강 용담댐 상류 지역 홍수 피해를 막기 위해 2017년 3월부터 미호천(현 미호강) 강외지구 하천 정비사업을 착수해 2021년 12월 완공할 계획이었다.
그러나 미호천과 미호철교가 각각 포함된 행복청의 미호강교 도로 확장공사와 국가철도공단의 충북선 개량공사와의 연계추진을 이유로 2020년 1월 중단됐다.
이후 정부의 물관리 일원화 방침에 따라 지난해부터 국토부의 하천 정비사업을 넘겨받게 된 환경부 산하 금강유역환경청은 "공사 연계추진을 위해 이미 시작된 앞선 공사가 끝나는 대로 내년부터 하천 정비사업을 재개할 예정"이라고 답했다.
sw21@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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