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몽 떠올라" 폭우에 잠 못드는 3년 전 홍수 이재민들 [르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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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지옥이었제."
광주·전남 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는 18일 오전 전남 곡성군 섬진강 하류 금곡교.
이날 오전 11시 이곳 섬진강 일대 수위가 5.3m를 기록하며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뿌연 흙탕물이 강과 하류 습지를 뒤덮었다.
그러면서 "심상치 않은 비가 쏟아지고 있어 잠도 제대로 못 잔다. 3년 전 생지옥이 또다시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고 한숨을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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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침수 보상도 주먹구구…과거 되풀이 않길"
[곡성=뉴시스]이영주 기자 = "생지옥이었제."
광주·전남 지역에 많은 비가 쏟아지고 있는 18일 오전 전남 곡성군 섬진강 하류 금곡교.
이날 오전 11시 이곳 섬진강 일대 수위가 5.3m를 기록하며 홍수주의보가 내려진 가운데 한 치 앞을 내다볼 수 없을 정도로 뿌연 흙탕물이 강과 하류 습지를 뒤덮었다.
상류에서 쏟아져 내려온 거센 흙탕물은 금곡교 다리 기둥을 휘감아 돌더니 이내 철썩하는 소리와 함께 부딪혔다. 두꺼운 다리 기둥에는 물살이 때리고 간 흔적이 검게 남았다.
채 떠내려가지 못한 수풀과 꺾인 나무들은 다리 기둥에 걸린 채 온몸으로 흙탕물을 맞고 있었다. 이따금 흙탕물 위로 사람 몸통 만 한 나무 토막이 떠내려오기도 하는 등 금곡교 일대 섬진강은 홍수를 눈앞에 두고 있었다.
금곡교 일대 수위는 지난 15일 오후 홍수경보를 눈앞에 뒀던 6.54m보다 1m 가량 낮아진 상황이지만 주민들의 밤잠을 잊게 만드는 데는 충분했다. 3년 전인 2020년 8월 당시 이곳 주변 제방이 불어난 강물에 유실되며 일대를 덮쳤기 때문이다.
마을을 가로질러 놓인 농수로를 통해 흐르는 물의 수위도 점차 높아졌다. 인도와 불과 50여㎝ 높이 차이만 남긴 수위는 비가 그치지 않으며 점차 오르고 있다.
주변 신리 주민들은 그치지 않는 빗소리를 들으며 냉가슴을 앓았다. 당시 홍수로 대피하거나 실제 피해를 입었던 당사자들인 만큼 이번 비가 달갑지 않다.
박노식(62) 신리 이장은 3년 전 당시를 생생히 기억하고 있었다. 2020년 8월 8일 오전 7시 대피 명령과 함께 옷가지 몇 벌만 챙기고 부랴부랴 집을 나온 박 이장은 손쓸 틈도 없이 마을에 물이 차는 것을 봤다.
곡성천 일대 제방이 무너지면서 섬진강 흙탕물이 밀려 들어왔다. 논은 물론 농기계며 집이 모두 물에 잠겼던 당시가 잊혀지지 않는다고 고개를 가로저었다.
복구 차원에서 정부 지원이 있었지만 수리비 등 명목으로 수 차례에 걸쳐 총 300만 원이 지급됐다. 보험회사에는 농기계 등이 모두 고장나면서 1억 5000만 원 상당을 청구했지만 절반도 채 받지 못했다. 이후 신리는 상슴침수구역으로 지정돼 보험회사에서 관련 보험을 들어주지 않고 있다고도 덧붙였다.
이강우(78) 신리 노인회장도 당시를 떠올리며 "생지옥이었다"고 토로했다. 일주일이 넘어서야 돌아온 집에서 자신을 반기는 것은 흙탕물에 범벅이 된 쓰레기들이었다. 정부가 지원해준 복구 비용에 자부담금까지 써가며 집을 수리하는데만 1000여 만 원이 넘게 들었다. 이씨는 하늘 가득히 낀 비구름을 보며 '고약하다'며 혀를 끌끌 찼다.
박 이장은 섬진강 유속을 방해하는 습지 정비가 필요하다고 설명한다. 물이 빨리 흐르지 않고 고이면서 제방을 깎아내리는 탓에 붕괴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다. 제방 위로 자전거도로가 설치된 탓에 그 높이를 더 올릴 수 없을 것이라며 아쉬워하기도 했다.
박 이장은 "정부가 재난 구역에 대한 충분한 보상을 하겠다는 말이 매번 나오지만 침수에 대한 실질적인 보상 체계가 미흡한 것 같다. 피해 당사자가 직접 계산해 피해액을 산출하고 증명하는 데는 한계가 있다"며 "최근 비가 쏟아지면서 매일같이 마을을 순찰하고 있는데 제방을 둘러볼 때마다 아찔하다"고 하소연했다.
그러면서 "심상치 않은 비가 쏟아지고 있어 잠도 제대로 못 잔다. 3년 전 생지옥이 또다시 재현되지 않길 바란다"고 한숨을 쉬었다.
☞공감언론 뉴시스 leeyj2578@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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