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UG 전세금보증보험 허점 노린 전세 사기 일당 무더기 검거

울산경찰청 총 91명 붙잡아 20명 구속
수도권에서 깡통전세 280채 대량 유통
집값 부풀리기 공모 감정평가사 수사 중

HUG가 전세 보증금을 전액 보증한다는 내용의 전세 사기 일당 홍보 문자 <자료=울산경찰청>

세입자 전세 보증금으로 전세 보증금과 매매가가 같은 ‘깡통전세’ 물량을 확보해 수도권에 대량 유통한 전세 사기 일당이 무더기 검거됐다.

울산경찰청은 공인중개사·감정평가사 등과 짜고 빌라와 오피스텔 감정평가액을 실거래가보다 30% 이상 높이는 방법으로 시세를 높게 조작해 전세 계약을 하고, 보증금을 돌려주지 않은 혐의 등으로 무등록 부동산 컨설팅 업체 대표 등 91명을 검거했다고 18일 밝혔다.

경찰은 이 가운데 20명 구속하고, 깡통전세 유통을 설계한 주범 7명에 대해서는 범죄집단 조직죄를 적용해 송치했다. 경찰은 시세 조작에 가담한 혐의를 받는 감정평가사 2명에 대해서도 계속 수사 중이다.

이들은 3억원에 빌라 매매 의뢰가 들어오면 3억원에 팔아주겠다고 하고 서류상 3억5000만원에 계약하는 것으로 매도인과 말을 맞췄다. 그리고 같은 금액으로 세입자를 모집해 세입자가 전세 보증금을 입금하면 거의 동시에 허위 매수자를 앞세워 매도인과 매매 계약을 맺고 나머지 5000만원을 챙겼다.

이들은 이런 수법으로 빌라 등 280여채를 유통해 세입자 120명으로부터 전세 보증금과 수수료 명목 등으로 총 310억원을 챙겼다. 허위 매수자는 건당 100만원, 주택 시세 조작에 공모한 공인중개사는 건당 300만~500만원을 받았다.

명백한 깡통전세였으나 주택도시보증공사(HUG) 전세보증금 반환보증보험(보증보험)을 이용해 의심을 피했다. 빌라와 오피스텔의 경우 시세 파악이 힘들어 HUG가 보증보험 가입 때 감정평가사의 평가액을 활용한다는 허점을 노려 감정평가사와 짜고 매매가를 높게 책정해 보증보험에 가입했다.

세입자 입장에서는 보증금 사고가 나도 보증금을 되돌려 받을 수 있었기 때문에 다소 비싸다고 생각돼도 전세 계약을 했다. 이들과 계약한 세입자 120명 중 93명은 보증보험에 가입한 것으로 조사됐다.

전세 사기에 의한 보증금 미반환 등 사고 책임은 HUG에 전가됐다. 지난해 HUG의 외부 감정평가에 따른 보증보험 사고 금액은 2234억원으로 2021년 622억원보다 3배 넘게 증가했다. 이는 지난해 전체 보증보험 사고의 19.1%에 해당했다.

경찰 관계자는 “매매가를 부풀린 업(UP) 감정 전세 사기 수법은 2018년 시작돼 전세난이 심각했던 2021~2022년 정점을 찍었다”며 “결국 피의자들은 세금으로 고급 외제 승용차를 사들이고 제트스키로 여가를 즐기는 등 호화 생활을 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