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외쳤건만"…오송 지하차도 참사 막을 기회 5번 있었다

박재원 기자 2023. 7. 18. 14: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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잠정 14명의 인명피해를 낸 충북 청주시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최소 5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소방, 시민들이 겪었던 당시 긴급한 상황을 종합하면 적어도 사고 40분 전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해 달라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구호 요청이 있었다.

경찰·소방당국이 이를 재난당국에 전파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이 엄청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죽음을 목전에 둔 애타는 목소리를 충북도와 청주시가 무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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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민·경찰·소방서 등 최소 4번이나 위험성 전파
충북도·청주시 안일대처…지금은 책임 '수건돌리기'
ⓒ News1 양혜림 디자이너

(청주=뉴스1) 박재원 기자 = 잠정 14명의 인명피해를 낸 충북 청주시 궁평2지하차도 참사를 막을 수 있는 최소 5번의 기회가 있었던 것으로 확인됐다.

경찰, 소방, 시민들이 겪었던 당시 긴급한 상황을 종합하면 적어도 사고 40분 전 궁평지하차도를 통제해 달라는 구체적이고 적극적인 구호 요청이 있었다.

경찰·소방당국이 이를 재난당국에 전파하지 않았다면 그 책임이 엄청나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죽음을 목전에 둔 애타는 목소리를 충북도와 청주시가 무시한 것이나 마찬가지다.

◇오전 6시34분

금강홍수통제소는 사고 당일인 지난 15일 오전 4시10분 매뉴얼에 따라 미호천교 지점 홍수주의보(수위 7m)를 홍수경보(8m)로 격상하는 발령서를 충북도와 청주시·4개 구청 등에 전달했다.

미호천교 지점 수위가 9m에 달해 계획홍수위(9.2m)에 근접하는 심각 단계까지 치닫자 매뉴얼에는 없지만 흥덕구청 건설과로 6시34분 전화를 걸어 홍수에 대비하라고 위험성을 알렸다.

◇오전 7시2분

경찰 112상황실로 다급한 전화가 들어왔다. 궁평지하차도 인근 미호천교에서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의 오송~청주(2구간) 도로확장사업 감리를 맡은 담당자가 "미호강이 넘치려고 한다. 오송 주민 대피시켜야 할 것 같다"고 신고했다.

◇오전 7시51분

이번엔 119상황실로 한 시민이 "미호강 제방이 무너질 것 같다"고 도움을 요청했다.

◇오전 7시58분

미호천교 수위가 9m를 넘어 임시 제방으로 강물이 넘치자 해당 공사 감리 담당자는 재차 112에 전화를 걸어 "궁평지하차도를 막아달라"고 신고했다.

여기까지가 당시 위험 징후를 알리는 경고와 경찰·소방당국에 도움을 요청하는 신고로, 모두 4번 이뤄졌다.

제일 처음 위험 징후를 알린 금강통제소의 예고는 시청이 뭉갠 것이나 마찬가지다. 흥덕구청에서 재난재해를 총괄하는 시청 안전정책과로 이를 전달했다고 하나 안전정책과는 누가, 언제 이를 전달받았는지 모른다고 한다. 그러니 상황판단회의도 하지 않았을 가능성이 크고, 당연히 도로 관리 책임이 있는 충북도에 전파가 이뤄지지 않았다.

16일 미호천 제방 유실로 침수된 충북 청주시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에서 소방대원들이 실종자를 수습하고 있다. 2023.7.16/뉴스1 ⓒ News1 박세연 기자

신고를 접한 경찰과 소방당국의 후속 조치는 다음과 같다.

◇오전 8시3분

소방당국이 앞서 오전 7시51분 신고를 받고 현장에 출동한 시간은 오전 8시3분. 당시 미호강 수위를 보고 비슷한 시각 시청 당직실에 전화를 걸어 주민 대피 등 위험성을 알렸다.

◇오전 8시3분

앞서 신고를 접수한 흥덕경찰서는 이태원 참사 이후 구축한 지자체·경찰·소방 재난대응 공조체계 시스템에 '미호강이 위험 수준에 있다'고 알렸다.

◇오전 8시4분

이어 경찰은 1분 후 재난대응 공조시스템에 미호강 범람에 대비하라는 재난안전문자를 발송해야 한다고 재차 전달했다.

◇오전 8시39분

흥덕서는 오전 8시3분과 같은 내용의 미호강 위험성을 공조시스템에 입력해 다시 한 번 전달했다.

여기까지가 경찰·소방당국의 대응상황이다. 이를 종합하면 경찰·소방에선 재난당국에 총 4번에 걸쳐 미호강 위험성을 전달하며 주민 대피와 도로 통제 등의 필요성을 전파했다.

사고 발생 2시간 전인 금강홍수통제소까지 포함하면 총 5번이다. 이 같은 기회가 있었는데도 충북도는 오전 8시40분 궁평지하차도 CCTV로 엄청난 양의 강물이 쓸려 들어가는 모습을 보고 그때야 심각성을 인지했다. 청주시도 마찬가지다.

5번이란 위험 경고가 있었는데도 이를 간과하다 14명이 사망하고 말았다.

그런데 충북도와 청주시는 아무런 상황도 전달받지 못했다고 한다. 책임 소재를 둘러싸고 '수건돌리기'를 하고 있는 형국이다. 결국 국무조정실의 강도 높은 감찰과 경찰의 전방위 수사로 낱낱이 밝혀져야 할 부분이다.

ppjjww12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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