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즈맘 인터뷰] 미스코리아에서 CEO까지 이지선 스텔라인터내셔널 대표

김경림 2023. 7. 18. 14: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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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경림 기자 ]

이지선 스텔라인터내셔널 대표


처음에는 일과 육아 다 잘해보려고 결심했을 거예요. 일에 관한 열정만큼 아이에 대한 사랑도 깊으니까요. 그러다 괴로움과 좌절이 겹겹이 쌓여, 한쪽을 택하고 다른 한쪽을 포기해야 하나 고민도 하고 있을 테고요. 키즈맘이 그런 고민에 잠식당하지 않도록 이 과정을 무사히, 치열하게 극복한 엄마들을 만나 동기부여를 받고 좋은 기운을 전달합니다. <편집자주>

지덕체(智德體)를 고루 갖춰야 자격이 주어진다는 미스코리아 진 티아라. 2007년 그 왕관을 썼던 이지선은 지금 엄마로서, 경영자로서 여러 힘든 역할을 잘 소화해내고 있다. 왕관을 쓰려면 무게를 견뎌야 하는 법. 그에게 여전히 왕관이 어울리는 이유다. 키즈맘이 이지선 스텔라인터내셔널 대표를 만났다.

다음은 키즈맘과의 일문일답

KIZMOM 일과 육아 중 비중이 더 큰 쪽은요?
이지선 대표(이하 이) 사실 일이죠. 키즈 브랜드를 론칭한 지는 7년 정도 됐고, 업력으로 따지면 일을 한 건 거의 15년 정도 됐어요.

이지선 스텔라인터내셔널 대표


KIZMOM 일과 육아를 동시에 하면서 생긴 변화를 알려주세요.
이 남편은 제가 열심히 일하는 모습을 좋아해 주는 사람이에요. 그만큼 서포트를 많이 해줘서 온전히 일에만 집중할 수 있었는데 아이가 생기다 보니까 정말 엄청난 변화가 찾아왔죠. 
일단 남들 하는 거에 비해서 못 해준다고 생각하니까 거기에서 오는 죄책감이 저를 힘들게 했던 것 같아요. 그게 심적 변화였고요.

지금은 좀 괜찮아졌지만, 체력적인 변화도 있었죠. 옛날에는 피곤하면 집에 가서 바로 씻고 자면 됐는데 출산한 이후에는 귀가가 곧 육아의 시작이니까요. 그래서 많이 힘들었지만, 지금은 아이가 크니까 체력적으로 힘든 건 좀 덜해졌어요.

KIZMOM 워킹맘으로서 느끼는 장단점을 알려주세요.
단점부터 말해볼게요. 일도 그렇지만 특히 아이로 인해서 예상하지 못했던, 계획하지 않았던 일들이 계속 발생하죠. 예를 들어서 중요한 미팅이 있던 날 애가 열이 끓었어요. 이모님은 비자 때문에 중국으로 잠시 귀국하셔야 했고요.

그러면 친정엄마나 시어머님 혹은 누군가에게 아이를 돌봐달라고 얘기를 해야 하는데 그 상황도 여의치가 않았어요. 이처럼 통제할 수 없는 여러 상황에 대한 피로감과 스트레스가 너무 많은 게 단점인 것 같아요.

그런데 저는 이걸 단점으로만 보지 않아요. 경험이 쌓이면 계획한 대로 안 됐을 때 대체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본능적으로 떠오르면서 내성이 강해지거든요.

나중에는 돌발상황이 발생해도 크게 놀라지 않고 곧장 대응이 가능해져요. 이걸 연륜이라고 해야 되나요? 많이 놀라지 않고 대처하는 능력이 형성됐어요. 장점으로 볼 수 있는 부분이죠.

KIZMOM 자녀(태희) 교육관에 대해 말해주세요.
이 저는 엄마, 부모로서 성실히 살면서 내 아이에게 맞는 좋은 교육 환경을 만들어주는 게 필요하다고 봐요. 그 기준을 적용해 열심히 제 일을 하면서 태희에게 맞는 적절한 교육 환경을 제공한다는 게 저의 교육관이에요.

우리나라의 교육열을 누구보다 잘 알고 있기 때문에 이 분야에 관해 얘기하는 게 저의 개인적인 의견이라 하더라도 무척 조심스러워요. 오해를 살 수 있고, 자칫 부추기는 것처럼 들릴 수도 있으니까요. 하지만 저의 실수와 경험 거기에서 얻은 교훈을 토대로 솔직히 말씀드려 볼게요. 

저희 태희는 언어에 소질을 보여요. 이를테면 알파벳을 혼자 깨우칠 정도예요. 외국에서 거주한 것도 아닌데 이중 언어가 가능하지요. 저는 원래 태희를 영어 유치원에 보낼 생각이 없었어요. 그런데 이 아이가 언어에 재능이 있는 듯하니 영어 유치원과 같이 외국어 환경에 오랫동안 있으면 좋겠다고 생각해서 결심을 바꿔 영어 유치원에 보낸 케이스예요. 

아이를 유심히 관찰하면서 현재 필요한 요소들을 아이에게 맞게 제공해 주는 것, 저는 부모로서 굉장히 필요한 자세라고 생각해요. 

KIZMOM 관련해서 조언을 좀 더 듣고 싶어요.
이 사실 제가 ‘대치동 키즈’예요. 자라는 동안 엄청나게 많은 사교육을 받으면서 컸는데 인풋만큼 아웃풋이 확실하게 나오지는 못했어요. 성장하는 동안 제게는 스트레스였고요. 물론 끝까지 해내는 힘이라던가 대치동식 교육이 도움을 준 부분도 있지만 당시에는 그랬어요. 다행히 나중에 제가 가고 싶은 길을 찾고 파슨스 디자인 스쿨에서 패션 디자인을 전공했어요. 이후 패션업에 종사하며 소질을 계발했고 좋은 성과를 이룰 수 있었죠. 

저 자신이 이런 경험을 갖고 있어서 아이에게는 정말 잘하는 것을 찾아주고 싶었어요.  그래서 태희가 3살이 될 때까지 지켜봤어요. 어땠을까요? 한 가지는 확실히 깨닫겠더라고요. 

‘3살 전에 아이의 재능을 발견하는 건 무리구나. 일단은 건강하면 되는구나(웃음)’

최근 미디어에 영재들이 많이 노출되면서 우리 아이도 특출난 재능을 빨리 찾아 키워줘야 한다고 강조하니 엄마들 입장에서는 조급한 마음이 들기 마련이에요. 몇 살에 어떤 학원에 들어가야 하는데 그러지 못했다고 좌절하기도 하고요.

그렇게 생각하지 않았으면 해요. 숨 고르기를 하면서 좀 더 여유롭게 지켜본다고 해서 그렇게 늦는 건 아니더라고요. 

대치동 학원이 무조건 나쁘기만 한 건 아니에요. 좋은 것도 있어요. 다만 학원에 이용당하지 말고 내가 영리하게 이용하시면 될 것 같아요.

스텔라 스토리즈 오프라인 체험 매장(잠실)


KIZMOM 아동의류 사업을 시작하게 된 계기를 들려주세요.
이 제 패션 경력은 여성복에서 출발해요. 서울을 포함해 해외 여러 패션위크에도 모두 참여하고 B2B 및 B2C 사업 모두 다뤘지요.아동의류 사업은 출산 후에 뛰어들게 됐어요. 태희를 낳고 옷을 사러 갔는데 제 마음에 드는 옷과 가격 사이에 편차가 심한 거예요. 보기에 예쁘다고 하루가 다르게 훌쩍 크는 아이에게 비싼 것만 입힐 수는 없는 노릇이니까요.

그래서 캡슐 컬렉션(작은 규모로 자주 발표하는 컬렉션)으로 조그맣게 아동복을 몇 가지 직접 디자인했고 샘플을 만들었어요.

그 옷을 입은 태희가 예쁜 옷을 입어서 기분 좋다는 듯이 춤추는 영상을 제 인스타그램에 게시했어요.

KIZMOM 반응이 어땠나요?
이 자고 일어났는데 깜짝 놀랐어요. 해당 게시물에 밤사이 100개가 넘는 인스타 댓글이 달렸거든요. 게다가 출근했더니 온라인 담당 직원이 어젯밤에 웹사이트가 다운됐다는 거예요. 서버가 다운되기 직전까지 들어온 오더가 저희 생산량의 약 3배였어요. 어쩔 수 없이 이후에 주문하신 고객들께는 죄송하다는 연락을 일일이 다 했어요. 그랬더니 2~3주가 걸리는 다음 생산까지 기다리겠다고 하신 분이 절반 이상이었어요. 그때 기다려서 구매하신 분들로부터 저의 아동복 사업, ‘리틀 스텔라‘가 시작됐죠. 

KIZMOM 그러고 보면 태희가 이 사업의 일등공신인 셈이네요.
이 그렇네요. 저에게 많은 영감을 주기도 하고요.
이후 백화점에서 팝업 스토어를 열 때마다 계속 매출 1등을 거두며 입소문이 난 덕분에 오픈 1년 만에 백화점 매장이 30개까지 늘어났어요.

그렇게 한창 확장세를 달리던 중, 코로나19라는 악재가 찾아왔죠. 롤러코스터를 탄 느낌이었어요. 빠르게 위로 올라가고 순식간에 아래로 내려오고.

그래도 덕분에 악조건에서도 버티고 살아남는 지구력과 내성을 많이 길렀어요. 지금은요, 옆에서 무슨 일이 벌어진다고 해도 안 무서울 만큼 담대해졌어요.

KIZMOM 그렇게 지켜낸 리틀 스텔라, 스텔라 스토리즈를 소개해주세요.
이 스텔라 스토리즈 안에 입점된 브랜드들은 명품도 있지만, 무엇보다 분명한 스토리가 있어 희소성과 정체성을 모두 갖췄다는 공통점을 지녔어요.
대표가 직접 디자인하는 경우도 많고 그래서 브랜드에 대한 이해도가 누구보다 높아요. 이를 인스타로 공유 및 소통하면서 강력한 팬덤도 보유하고 있지요.  

KIZMOM 육아 산업은 내리막길이라는 우려가 있어요.
 출산율이 가파르게 하락하니 관련 시장도 규모가 축소될 거라는 우려가 있지요. 일리 있는 말이기도 하고 또, 제가 쉽게 예상할 수 있는 건 아닐 듯해요. 다만 저희 쪽에 그간 축적된 시장 자료나 데이터를 보면 아동의류에서도 프리미엄 시장은 지속해서 파이가 커지고 있어요. 신조어 VIB(Very Important Baby)가 나오고, 이제 8(에잇) 포켓은 11(일레븐) 포켓이 되었어요.

한 아이에게 쏟아지는 집중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죠. 때문에 저는 이 프리미엄 시장의 성장성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아요. 또 짚고 넘어갈 점이, 프리미엄 시장이라고 해서 반드시 고가이기만 한 건 아니에요. 엄마들의 인식 속에 '희소성'이라는 프리미엄을 갖추고 있으면 돼요. 지금 시장이 너무나 다각화가 됐고 급속도로 변화하고 있기 때문에 앞으로는 이 희소성 있는 온라인 브랜드들이 대세가 될 거라고 생각해요. 

이지선 스텔라인터내셔널 대표


KIZMOM 럭셔리 카테고리를 확장한 최근 행보와도 연관이 있겠군요.
 맞아요. 스텔라 스토리즈는 앞으로 키즈 라이프스타일 플랫폼으로서의 입지를 강화하기 위해 이와 같은 방향성을 추구할 계획이에요. 럭셔리 카테고리를 추가하며 제가 직접 라이브 방송으로 소통하는데요. 이를 통해 브랜드 포지셔닝을 더 견고하게 가져가기 위해서예요.  

KIZMOM 창업하는 엄마들 위한 조언도 해주신다면요.
 일과 가정을 물리적으로 분리하는 게 중요해요. 회사에 나가면 집 걱정이 들고, 집에 있으면 회사 걱정을 하게 돼요. 갓 창업한 엄마CEO들이 많이 하는 실수예요.

회사에서 일하다가 마무리가 안 되면 집에 가져가죠. '아이 재우고 얼른 해야지'라면서요. 과거에 제가 자주 했던 실수이기도 해요. 이럴 때 회사에서 딱 끝맺음을 하고 집에 가서는 그냥 아이랑 신나게 놀고 아이만 신경 쓰는 게 좋아요. 그렇게 푹 자고 아침에 개운한 정신으로 회사에 조금 일찍 가서 어제 마무리 못 한 일을 하는 거예요.

예전에는 마감이 오늘인 일을 못 끝내면 그게 너무 큰 일 같았어요. 상대방이 저를 완벽하지 않다고 여길 것 같다는 불안감에 휩싸이기도 했고요. 처음에는 쉽지 않을 거예요. 하지만 이런 생각에서 벗어나야 일에서, 육아에서, 가정에서 잘 해낼 수 있고 롱런할 수 있어요. 

KIZMOM 현재 전 세계적으로 저출산이 큰 이슈인데요. 이에 관한 생각을 듣고 싶어요.
저출산의 원인 중 경제적인 부분이 크죠. 아이를 키우면서 수입보다 지출이 늘어나면 부담일 수밖에 없으니까요.

저는 두 가지를 말하고 싶어요.
먼저 출산과 육아로 인해 휴직하는 직원들이 회사의 눈치를 보지 않도록 정부가 회사와 개인에게 각각 필요한 지원을 보다 촘촘하게 검토하면 좋을 것 같아요.

두 번째는 이미 도입된 관련 정책에 대해 모니터링을 강화하는 것도 중요할 듯해요. 일례로, 출산을 장려하기 위해 아빠를 위한 휴가 제도가 있지만 실제로 이를 편하게 활용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고 들었어요. 지금 운영하는 지원책의 현주소를 관리 및 감독하는 데 소홀하지 않는 것도 중요하다고 봐요.

김경림 키즈맘 기자 limkim@kizmom.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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