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구광모 회장 상속소송 첫 재판…재산분할 합의·제척기간 쟁점

구광모 LG그룹 대표.

고 구본무 LG그룹 전 회장의 부인과 두 딸이 아들인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상속 재산을 다시 나누자며 낸 소송의 첫 재판이 18일 열렸다. 세 모녀는 상속 재산 분할 과정에서 유언장 등 절차상 문제가 있었다고 주장했다. 반면 구 회장 측은 이미 4년 전에 합의를 거쳐 법적으로 상속이 끝났다는 입장이다.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는 이날 구 전 회장의 부인 김영식씨와 두 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 구연수씨가 구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변론준비기일을 열고 양측 법률대리인의 의견을 들었다. 변론준비기일은 변론에 들어가기 전 원고와 피고 측 입장을 확인하고 심리와 입증 계획을 정하는 절차다.

앞서 세 모녀는 지난 2월 “상속 재산을 다시 분할하자”며 구 회장을 상대로 서울서부지법에 상속회복청구 소송을 냈다. 이들은 구 전 회장이 남긴 유언장에 따라 재산을 나눠 가진 줄 알았는데 뒤늦게서야 당시 유언장이 없었다는 사실을 알았으니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배우자 1.5대 자녀 1인당 1)대로 다시 나눠야 한다고 주장한다.

2018년 5월 작고한 구 전 회장이 남긴 재산은 LG그룹의 지주회사인 ㈜LG 주식 11.28% 등 모두 2조원 규모였다. 당초 큰아버지이던 구 전 회장의 양자로 26세인 2004년 입적된 구 회장은 당시만 해도 ㈜LG 지분율이 6.24%였지만, 구 전 회장의 보유 지분 중 8.76%를 상속받아 LG그룹의 경영권을 승계했다. 세 모녀는 ㈜LG 주식 일부(구연경 2.01%, 구연수 0.51%)와 구 전 회장이 갖고 있던 금융투자상품·부동산·미술품 등을 포함해 5000억원 규모의 재산을 물려받았다.

세 모녀 측은 이날 재판에서 “상속 협의 과정에서 구연수씨를 제외한 일부 상속인들과만 협의가 됐으며, 나머지 협의에 참여한 상속인들도 이해와 동의가 없는 과정에서 협의가 이뤄졌다”고 주장했다. 이어 “김영식·구연경씨는 구 회장이 ㈜LG 주식을 모두 상속받는다는 유언이 있었던 것으로 기망을 당하고 속아서 협의서를 작성하게 됐다”고 주장했다.

즉 구 전 회장이 아들 구 회장에게 모두 상속한다는 유언장을 남겼다고 알고 있었으나, 그런 사실이 없다는 걸 나중에 알았다며 상속 재산 재분할을 요구하고 나선 것이다.

그러나 구 회장 측은 “구체적인 분할과 관련해 전원 의사에 따른 분할 협의서가 존재하고 그 작성 과정에서 어떤 문제도 없었으며, 누구도 4년간 아무런 문제 제기도 하지 않았다”고 반박했다. “상속 재산 분할 협의서가 완성된 후 한남동 자택에서 원고들에게 이를 읽어줬고 모두 동의해 합의했다”는 게 구 회장 쪽 주장이다. 당초 가족간에 상속에 합의해놓고 무슨 이유에서인지 뒤늦게 문제삼는다는 입장이다.

게다가 구 회장 측은 “4년이 훨씬 경과해 상속회복청구권의 제척기간이 지났기 때문에 사건(상속분할)이 부적합하다”고 주장했다.

민법 제999조에 따르면 상속회복청구권은 상속권 침해를 안 날부터 3년, 상속권의 침해 행위가 있은 날부터 10년이 지나면 소멸한다. 이에 세 모녀가 구 전 회장의 유언장이 없다는 사실을 언제 알았느냐가 쟁점이 될 전망이다. 다음 변론 기일은 10월5일로 잡혔다.

이재덕 기자 duk@kyunghya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