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셜리포트]로톡 운명의날…법무부 손에 달렸다
로톡이 사업 재기 기로에 서있다. 로톡 이용 변호사에 대한 법무부의 첫 심리 결과에 따라 로톡 존폐가 갈릴 수 있어서다. 리걸테크 업계 또한 이번 판단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로톡을 포함한 리걸테크 전반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간 변협과 로톡의 갈등은 기술 기반 비즈니스모델(BM)을 가진 리걸테크 사업 확장에 장애물로도 작용해왔다. 자칫 불똥이 튈 수 있다는 우려가 존재했다. 법무부가 로톡의 손을 들어준다면 인공지능(AI), 빅데이터 등을 활용한 리걸테크 또한 역량을 펼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법조계 “초유의 사태…판단 연기 가능성 존재”
2022년 10월부터 올해 2월까지 5개월간 총 123명의 변호사가 변협의 징계 처분을 받았다. 법조계에서는 123명의 변호사가 한 가지 사안에 대해 징계를 당한 경우는 사상 초유의 사태라고 판단한다. 이 때문에 법무부가 판단을 보류할 가능성이 있다는 분석이다.
정형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는 “비정상적인 사태를 끝내기 위해 속히 결정을 내리길 기대하지만 관련 쟁점을 파악하고 논의하기 위해 속행(연기)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특히 심리가 신속하게 진행되려면 사건 당사자의 협조가 절대적으로 필요하다. 자료나 소명을 요구할 경우 즉시 보내주지 않는다면 법무부 판단이 늦어질 수 있다. 그러나 다수는 변협이 시간 끌기를 하며 심리에 적극적으로 협조하지 않을 것이라 전망한다.
정 교수는 “협회장 임기가 2년 단기간이라 그 기간 안에 불미스러운 일이 터지지 않기를 기대하기 때문에 최대한 시간을 끄는 것이 변협의 목적”이라며 “법무부가 강력한 의지로 밀어붙이지 않는다면 심리기일이 몇 번이고 연기될 가능성이 있다”고 예측했다.
법무부가 신속하게 결정하고자 하는 의지도 커 보이지 않는다는 설명이다. 법무부 징계위는 이미 지난 3월에서 6월로, 6월에서 7월로 두 차례 미뤄진 바 있다. 리걸테크 업계는 변협의 시간 끌기 자체만으로 로톡의 사업 고사가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징계 판단 시간을 끄는 것만으로도 변호사의 로톡 이용을 저해해 '로톡 고사'라는 변협의 목적이 달성될 것”이라며 “시간이 가장 귀한 자원인 스타트업에게 이같은 보류는 혁신을 이어나가지 말라는 의미”라고 지적했다.
다만 일각에서는 법무부가 변협의 손을 들어줄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전망한다. 8년째 이어져온 로톡과 변협간의 갈등 흐름을 180도 뒤집어야 하는 부담감 때문이다. 박범계 전 법무부 장관은 공개 석상에서 수차례 로톡이 합법이라 언급한 바 있다. 검경은 3차례 로톡 무혐의 처분을 내렸으며, 헌법재판소 또한 변호사법 개정에 대해 일부 위헌 결정을 내렸다. 공정거래위원회는 변협과 변회에 시정명령을 내리고 과징금 처분을 결정했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만약 법무부가 변협의 손을 들어준다면 사회적 흐름을 뒤엎겠다는 부담감을 짊어지게 된다”며 “한동훈 장관 재임 중 제2의 타다 사태가 터진다면 혁신을 짓밟고 기득권의 손을 들어줬다는 오명이 꼬리표처럼 따라붙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아울러 법무부가 이의신청을 전체 기각하거나 일부 기각할 경우 법무부는 행정법원에서 피고로, 피징계 변호사가 원고가 된다. 법리적 다툼을 벌여야 한다는 점은 또 다른 부담으로 작용한다.
◇우리나라 리걸테크 발전 속도
시장조사 업체 그랜드 뷰 리서치에 따르면 2022년 미국의 법률 시장 규모는 3726억달러(약 470조원)에 달한다. 반면 우리나라의 법률 시장은 10조원이 채 되지 않는다. 법무법인 및 개인 변호사 부가가치세 과세 표준 신고액은 2021년 7조7000억원에 불과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트랙슨(Tracxn)에 따르면 지난해 9월 기준 전 세계 리걸테크 업체는 약 7000여개, 투자 규모는 113억달러(약 14조8900억원)에 이른다. 이 가운데 48억달러(약 6조3200억원)의 투자는 최근 2년 사이에 이뤄졌다.
이에 비해 국내 리걸테크 시장에서는 예비 유니콘으로 선정된 곳이 로톡을 운영 중인 로앤컴퍼니 뿐이다. 100억원 이상 누적 투자 유치를 이룬 리걸테크 또한 로앤컴퍼니와 로앤굿, 모두싸인 세 곳이다.
업계는 규제와 제약 때문에 우리나라 리걸테크의 발전 속도가 느리다고 분석했다. 법률 시장은 변호사법 적용을 많이 받는다. 그러나 변호사법이 오래전 제정돼 기술과 법을 결합한 여러 시도를 하기에는 제약이 발생할 수밖에 없다는 설명이다.
한 리걸테크 업체 대표는 “변협에서는 기술을 보수적으로 바라보는 부분이 있다”며 “리걸테크 시장이 성장하기 위해선 오히려 기술을 활용하고 더 많은 가치를 키우는 법률 전문가의 도움이 필요한 상황”이라고 판단했다.
우리나라 국내 법률 서비스의 경우 송무 위주 생태계가 주류를 이루고 있다는 점도 영향을 미친다. 실제 송사에 휘말리는 경우만 시민들이 의미 있는 돈을 지출하는 구조다. 개인이나 규모가 작은 사업자의 경우 계약서 검토 혹은 예방적 법률 자문을 위해 변호사에게 문의하는 빈도가 낮다. 투자 업계가 선뜻 투자에 나서기 쉽지 않다.
임영익 인텔리콘 대표는 “간단한 자문이나 법률 검토 분야에 수요가 있어야 정보통신기술(ICT)이 결합되는 리걸테크 산업의 사업성을 통계적으로 잡을 수 있다”며 “수요자 시장 통계 미비로 기술 기반 리걸테크 산업에 투자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 상황”이라고 진단했다.
손지혜 기자 jh@et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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