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4세 ‘남자 인어’ 빌 메이의 꿈은 계속된다
내년 파리 올림픽 팀 경기에도 사상 처음 남성 포함
‘남자 인어’ 빌 메이(44·미국)가 아티스틱 스위밍에 새로운 이정표를 세웠다. 그는 17일 일본 후쿠오카에서 열린 세계선수권대회 팀 아크로바틱 루틴 결선에 출전, 미국팀이 은메달(232.4033점)을 따는 데 힘을 보탰다. 미국은 2007년 호주 멜버른 세계선수권 이후 16년 만에 아티스틱 스위밍 단체전에서 입상했다. 이번 세계선수권은 팀 종목에 남성 출전이 허용된 첫 대회이다. 메이는 미국 남자선수로는 처음 단체전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1979년 1월생인 메이의 나이는 만 44세 6개월이다. 2006년 6월 한국의 서울에서 태어난 팀 동료 오드리 권(17)에겐 아빠뻘이다. 메이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으로 불렸던 이 종목에서 금남(禁男)의 벽을 허문 선구자다. 10살 때 수영을 배우다 어머니의 권유로 ‘수중 발레’에 입문했다.
메이는 1998년 여름 미국 뉴욕에서 열린 ‘굿윌게임’에서 여성 동료와 짝을 이뤄 듀엣 은메달을 걸었다. 당시 그는 “이 스포츠도 피겨 스케이팅처럼 남녀 혼성으로 발전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하지만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은 올림픽이나 세계선수권 같은 메이저대회에선 계속 ‘여성 전용’이었다. 메이는 선수 생활을 접고 세계적으로 유명한 ‘태양의 서커스’에 참여, 물을 테마로 한 공연인 ‘O’에 출연했다. 한 회 공연을 할 때마다 100달러(약 12만6000원)를 받았다고 한다.
메이는 은퇴한 지 10년이 지난 2015년 컴백했다. 그 해 러시아 카잔 세계선수권에 남자 종목이 생겼기 때문이다. 메이는 혼성 듀엣 테크니컬 종목의 초대 금메달리스트가 됐고, 혼성 듀엣 프리에서도 은메달을 땄다. 2017 부다페스트 세계선수권에선 동메달 2개를 걸었다. 2019 광주 대회는 싱크로나이즈드 스위밍이 아티스틱 스위밍으로 이름이 바뀐 뒤 처음 치러진 세계선수권이었다. 메이는 혼성 듀엣 테크니컬·프리 4위를 끝으로 두 번째 은퇴를 했다. 그의 나이 40살때였다.
이후 메이는 태양의 서커스 공연 출연과 함께 캘리포니아의 산타 클라라 아쿠아메이즈 클럽에서 코치로 일했다. 그는 “올림픽에도 남자 선수가 나갈 수 있어야 한다”며 꾸준히 목소리를 냈다. 결국 작년 말 IOC(국제올림픽위원회)는 2024 파리 올림픽 아티스틱스위밍 단체전인 팀 경기(8명)에 남자 선수를 최대 2명까지 포함할 수 있도록 규정을 고쳤다. 남자 없이 여자 선수만으로 팀을 꾸려도 된다.
메이는 “남자 아티스틱 스위밍 선수의 올림픽 출전은 불가능한 꿈이라고 여겨졌다. 이제 모든 선수가 함께 올림픽의 영광을 향해 나아갈 때”라며 반겼다. 올림픽을 목표로 다시 선수로 도전하겠다는 열망도 생겼다. 올림픽의 아티스틱 스위밍에 걸린 금메달은 2개(여자 듀엣·팀)다.
이번 후쿠오카 세계선수권에는 기존 혼성 듀엣외에 남자 솔로 종목이 신설됐다. 팀 경기에도 남자 선수가 처음 출전할 수 있게 됐다. 팀 테크니컬 1~3위를 한 중국, 미국, 일본은 남자 선수 1명씩이 여성 동료들과 호흡을 맞췄다. 독일(9위)과 카자흐스탄(10위)도 남자 선수를 내보냈다. 한국은 혼성 듀엣에 가수 변진섭씨의 아들 변재준(20)이 김지혜(20·이상 경희대)와 짝을 이뤄 테크니컬 종목 10위를 했다.
메이는 지난 4월 미국 대표 선발전을 통과하며 40대 중반의 나이에 컴백해 개인 통산 5번째 세계선수권 메달을 걸었다. 그는 “다시 꿈을 이룰 기회를 잡았다는 것이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기쁘다”면서 “더 많은 남자 선수들이 참여할 계기가 마련됐다. 앞으로 아티스틱 스위밍이 더 발전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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