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새 예능 ‘치트키’ 미미, ‘어느 별에서 왔니?’
‘외계어’같은 발음, 웃음 포인트 승화
당으로 끝나는 말 3가지 ‘레전드 짤’
금리·집값 연관성 똑부러지는 설명
허당 미미의 똑똑함에 또 한번 터져
이 정도면 ‘갑툭튀’다. 어느 별에서 왔는지 묻고 싶을 정도다.
연예인들이 이국적 풍경을 자랑하는 외국에 간다. 먹음직스러운 음식을 눈앞에 두고 게임을 한다. 게임을 잘하거나 못하는 모습에서 웃음이 터진다. 사실 ‘그저 그럴 수 있는 밋밋한’ 포맷인 <뿅뿅 지구오락실 2>는 지난달 한국갤럽의 ‘좋아하는 방송영상 프로그램’ 조사에서 1위를 차지했다. 이 조사를 시작한 2013년 이후 여성 예능 프로그램으로는 처음으로 1위를 차지한 것.
흔한 형태의 프로그램이 빛을 발하고 화제가 될 수 있었던 건 신선한 캐스팅 덕분이다. MZ 세대라는 타이틀로 래퍼 이영지, 아이브 안유진, 개그우먼 이은지, 그리고 오마이걸 미미가 출연한다. 시즌 2에서 눈에 띄는 건 단연코 미미다. ‘미미 없었으면 어쩔 뻔했냐’는 말이 나올 정도로 그는 시즌 2의 인기를 견인하고 있다.
미미가 인기를 얻는 몇 가지 요인들이 있다. 아이돌 오마이걸에서 랩을 맡은 미미는 발음이 불분명하다. 불분명한 발음은 가끔 ‘외계어’로 들린다. 방송가에서 좋아할 유형은 아니지만 그녀는 이를 웃음으로 만들어낸다. 다른 이들이 미미의 말을 듣고 웃을 때 미미가 왜 웃는지 이해하지 못하는 것도 웃음 포인트다. 요샌 아예 이은지가 미미의 통역사로 자처하고 때론 “이건 나도 못 알아듣겠어”라고 손사래를 친다.
대표적 장면이 영화 <아바타> 사진을 보고 명대사를 말하는 게임에서 미미의 답변이다. 답은 “아이 시 유(I see you)”인데 미미의 입에서 나온 소리는 “또루뀨막똫”. <아바타>를 여러번 봤다는 미미는 분명 ‘토르크 막토’가 맞다고 우기지만 모두 웃느라 뒤로 쓰러졌다. 이후 미미에게는 ‘나비족’ 언어 사용자라는 타이틀이 붙었다.
시즌 2의 1화 ‘당으로 끝나는 말 3가지’를 대는 게임도 ‘레전드 짤’로 탄생해 온라인을 휩쓸었다. 미미는 첫번째로 “민주당”을 말했다. 이영지와 이은지, 안유진 모두 입을 틀어막았다. 이어 나온 답은 “새누리당”. 마지막 “공산당”까지 여성 아이돌의 입에서 나온 ‘정치적’ 단어에 모두 포복절도했다. ‘적당히 치우치지 않아 다행이에요’라는 센스 있는 자막까지 더해 엉뚱한 데서 튀어나온 미미의 한국 정당 이름 대기 장면은 ‘예능사의 한 획을 그었다’는 말까지 나왔다.
허술하고 엉뚱한 매력을 발산하는 미미는 최근 방송된 9회에서 ‘의외의 똑똑함’을 뽐내기도 했다. ‘대출 금리가 오르면 왜 집값이 떨어지는지’ 논리적으로 설명하는 상황에서 미미는 “건물을 살 때 자기 돈으로 100% 사는 사람이 없어요. 보통 대출을 최대한 끌어와서 집을 삽니다. 근데 대출 금리가 오르죠? 대출 받은 거에 이자가 얼마나 많이 붙겠어요. (이자) 내기 힘들어요”라며 정확하게 설명했다. 에둘러 설명했더라면 웃기지 않았을 상황인데 예상외로 또박또박 설명해내며 상으로 그날의 조식을 쟁취했다.
미미의 ‘본캐(캐릭터)’는 아이돌이다. 2015년 오마이걸로 데뷔했다. 청순형 아이돌 오마이걸에서 미미는 이국적 외모의 래퍼로 활동했다. 그룹으로 방송할 때보다 혼자 등장했을 때 빛을 발했다.
그녀의 ‘미미스러움’을 보여준 최초의 공간은 유튜브 채널 ‘밈PD’. 그는 4년 전부터 혼자 영상을 만들고 편집까지 해내는 크리에이터였다. 미미를 예능에 캐스팅한 나영석 PD와 박현용 PD도 그녀의 유튜브 채널을 통해 ‘예능 원석’을 알아봤다. 나 PD는 최근 여러 인터뷰에서 “사람들이 제일 예상 못할 캐스팅이 미미씨였다”며 “미미란 친구가 유튜브를 하고 있었는데 그걸 보고 나니까 아이돌이면서도 현실에 발붙이고 살면서 내 길을 개척하겠다는 생각을 하는 이 사람의 마음가짐이 되게 좋았다”고 말했다. 박현용 PD도 아내를 통해 미미의 유튜브 채널을 알았고 그 역시 미미를 추천했다고 한다.
‘밈PD’에서 미미는 아이돌인데도 침대에서 일어나자마자 부은 민낯을 그대로 보여준다. 빈지노 등 여러 커버곡 영상을 올리는가 하면 혼자 코인 노래방에서 마이크를 잡고 노래 부르는 듯한 느낌의 꾸미지 않은 영상도 있다. 최근에는 ‘달달이 러버(단 음식을 좋아해서 붙여진 별명)’답게 황치즈 스틱, 탕후루 등 달콤한 디저트를 먹고 또 먹는 ‘먹방’을 보여주고 있다. 미미는 한 인터뷰에서 “개인적으로 일적으로도 혼란스러웠던 시기에 정체성을 찾고자 (유튜브를) 시작하게 됐다”고 했다. 지난해 MBC <라디오스타>에 나와 “전 유튜브가 낳은 혼종이다. 아이돌, 유튜버, 예능인 3종 종합세트”라고도 스스로를 소개했다.
‘예능 치트키’로 자리잡은 미미는 최근 SBS <관계자 외 출입금지>와 채널A <하트시그널4>에서 고정 패널 자리도 꿰찼다. 꾸미지 않은 엉뚱함, 의외의 지점에서 빛나는 재치, 자신의 길을 스스로 개척하는 강단을 가진 미미는 여성 예능인의 새로운 유형을 제시하고 있다.
임지선 기자 visio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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