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자체 외면한 지류·지천 ‘툭’하면 물난리···與 “국가가 책임지자”

우제윤 기자(jywoo@mk.co.kr), 위지혜 기자(wee.jihae@mk.co.kr) 2023. 7. 18. 14: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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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년간 지방하천 피해 국가하천대비 5배
지자체 재정난 문제로 관리·관심 소홀
환경부도 범람한 미호강 충북도에 맡겨
당정 물관리 환경부서 국토부로 이관 검토
여야 27일 본회의 열어 재난관련법 처리
의원들 월급 갹출해 수해의연금 모으기
영산강의 지류로 전라남도장성군, 광주광역시 광산구를 흐르는 황룡강은 송산교를 기점으로 북쪽은 지방하천, 남쪽은 국가하천으로 지정돼 있다.<권은희 의원실>
최근 6년간 지방하천 홍수 피해액이 국가 하천 홍수 피해액의 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지자체가 재정과 관심부족으로 정비를 외면하는 사이 수해가 몰린 셈이다. 여당인 국민의힘은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거나 관리책임을 중앙정부로 바꾸는 방안을 정부와 본격 논의키로 했다. 또 전체적인 치수관리 부처도 현재 환경부 대신 문재인 정부 이전 책임을 졌던 국토교통부로 바꾸는 방안을 검토 중이다.

18일 국민의힘 권은희 의원실이 국회예산정책처 보고서를 분석한 자료에 따르면 지난 2017~2022년까지 6년간 지방하천 홍수피해액은 2731억원으로 같은 기간 국가하천 피해액인 529억원의 5배가 넘는 것으로 나타났다.

권은희 의원실은 “국회예산정책처가 지난달 공개한 ‘재정분권 정착 및 지방이양 사업 평가’ 보고서에 따르면 지자체의 열악한 재정여건으로 인해 2021년 기준 국가하천의 하천 정비율은 95%인데 비해 지방하천은 77.5%로서 상대적으로 낮아 하천 재해발생의 대부분이 지방하천에서 발생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한마디로 지자체가 지방하천을 제대로 관리하지 못하면서 지방하천 홍수피해 비중이 높은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같은 하천이라도 어떤 구간은 지자체가 관리하는 지방하천, 어떤 구간은 국가가 관리하는 국가하천이라 체계적인 관리가 안된다는 점도 문제다. 영산강 지류인 황룡강의 경우 지방하천, 국가하천으로 이분화돼 지방하천에 해당하는 송산교 북쪽은 사업 대상에서 제외되면서 매년 수해피해가 끊이지 않고 있다.

이때문에 지방하천을 국가하천으로 승격하거나 지방하천 관리책임을 중앙정부에 맡겨 국비를 지원하는 방안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권 의원은 “국가하천과 지방하천으로 구획이 나뉨으로써 하천의 치수사업이 종합적으로 계획되지 못한 실정”이라며 “지방하천이 지원을 받지 못해 사업별로 독자적인 추진을 하다 보니 협력이 원활하게 이루어지지 않아 이 재해가 매년 반복된다”고 지적했다.

집권여당인 국민의힘은 어제에 이어 계속해서 수자원 관리 기능을 환경부에서 다시 국토교통부로 이관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냈다. 수질과 환경관리 중심의 물관리가 재난·방재에는 충분치 않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당장 이번에 ‘오송 지하차도’ 원인이 된 미호강 범람이 대표적이다. 미호강은 국가재정을 들여 관리하는 국가하천이고 관리책임이 환경부에 있지만 실질적으로 직접 관리하지 않는다. 환경부가 관리책임을 충청북도에 위임하고 충북도는 다시 청주시에 재위임하는 형식이기 때문이다. 이러니 사고후에도 니탓네탓 공방이 끊이지 않는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이날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서 “전문가들 역시 이상 기후 수준이 기존 방재 대책으로 감당 못한다고 지적한다. 수자원 관리를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에서 하는 게 적절한지 검토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종전에는 국토부가 치수 계획을, 환경부는 수질 관리를 해왔으나 물 관리 일원화 필요성을 이유로 문재인 정부 때인 2018년 수자원 관리 기능이 환경부로 이관됐다.

문제는 야당 입장에선 이를 받아들이지 않을 공산이 크다는 점이다. 더불어민주당이 협조하지 않을 경우 법안이 처리되기는 어려운 상황이다.

여당은 이와 함께 4대강사업 당시 마무리짓지 못한 지류·지천 정비사업도 추진할 뜻을 밝혔다. 김기현 대표는 “포스트 4대강인 지류·지천 정비사업도 지속적으로 해나가야 한다”며 “국민 생명과 안전을 위한 일이니 민주당도 당리당략적 시각보다는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시각에서 협조해달라”고 촉구했다.

그러나 야당은 4대강 사업을 토목건설 비리로 보고 있고 수질에 좋지 않은 영향을 준다는 인식이 강하다. 실제 문재인 정부 당시 보를 해체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다.

이에 따라 여야는 수해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두고 또다시 국회에서 격돌할 가능성이 높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은 수해예방책으로 포스트 4대강 사업을 꺼낸 여당에 부정적인 입장이다. 이재명 민주당 대표는 이날 오전 전북 익산시 수해 지역을 방문해 이재민들을 만난뒤 “뜬금없이 4대강은 뭔지 잘 모르겠다”며 “국민들이 지금 당장 겪고 있는 문제에 대해서 실질적 대안을 말씀하셨으면 더 좋았겠다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박광온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도 수해 복구와 피해 지원을 위한 여·야·정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하자고 국민의힘에 제안했다.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는 “당내 협의를 해보겠다”고 했다. 또 양당 원내대표는 이날 김진표 국회의장 주재로 비공개 회동을 가진 자리에서 수해 복구를 위한 의연금을 모으기로 했다. 의원들의 월급에서 일부 공제하는 방식이다.

여야는 또 오는 27일 본회의를 열고 수해 관련 법안 중 가능한 것부터 우선 처리하는 것에도 합의했다. 상습 침수 우려 지역의 건축물 지하층에 ‘침수 방지시설’ 설치를 의무화하고, 이를 어기면 2년 이하 징역 또는 1억 원 이하의 벌금을 부과하는 등의 내용이 담긴 법안들이다. 작년 폭우사태로 우르르 법안이 나왔지만 1년 가까운 시간 동안 방치하다가 뒤늦게 피해가 속출하자 부랴부랴 ‘사후약방문식’ 대처에 나서겠다는 얘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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