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년 만에 찾아온 역대급 '장마'...수해 지역 감염병·피부질환 조심해야
기후변화 등의 원인으로 더 강해진 장마철 폭우로 인해 인명·재산 피해가 속출하고 있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중대본)에 따르면 지난 9일부터 이어진 장맛비로 전국적으로 최소 40명 이상의 인명피해가 발생했으며 이번 수해로 인한 이재민도 9,000명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이번 장마는 전국 평균 강수량 511.7mm으로 기상 관측 이후 50년 만에 최고를 기록했으며, 앞으로 더 많은 양의 비가 예고되어 폭우로 인한 피해가 계속 생길 것으로 예측되고 있다. 이에 따라 수해를 입은 지역 주민의 건강 관리에 각별한 주의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물속에 너무 오래 머물면 안 돼
수해가 발생하면 각종 안전사고 위험이 크게 증가한다. 특히 급하게 대피하거나 다른 사람을 도와주는 과정에서 여러 개의 작은 상처를 입는 경우가 많은데, 당장은 상처가 경미하더라도 물에 오래 노출되면 상처가 감염되기 쉬워 조심해야 한다. 특히 농촌에서는 물에 야생동물의 배설물 등이 섞여있어 상처를 통해 렙토스피라증에 감염될 수 있어 더욱 주의해야 한다. 렙토스피라증은 렙토스피라균에 감염되어 발생하는 급성 열성 전신성 질환으로 발열과 두통, 오한 등을 동반하며 방치 시 폐에 합병증이 생겨 생명을 위협할 수 있다.
아울러 수해 때는 물에 각종 세균과 오염물질이 가득해 피부 자극이 잘 일어날 뿐만 아니라, 높은 습도로 인해 대기 중 더러운 먼지가 피부에 잘 달라붙어 자극성 접촉 피부염 발병 위험도 커진다. 접촉성 피부염은 극심한 가려움증을 동반하며 크기가 다양한 붉은 반점 여러 개가 전신에 나타난다. 따라서 되도록 긴 옷을 입고, 장화를 착용하여 물과의 접촉을 최소화하는 것이 좋다. 물과 접촉했다면 즉시 깨끗한 물로 씻어내고 소독해야 한다. 만약 가려움증과 반점이 심해지면 병원을 방문해 치료를 받아야 한다.
물과 음식은 가려 먹고, 밤에는 보온에 신경 써야
수해는 그 자체로도 큰 문제지만 지나간 후에 더 조심해야 한다. 물과 토양이 오염되어 식품이 상했을 가능성이 높은데 이렇게 오염된 음식을 먹으면 장티푸스, 콜레라, 이질과 같은 수인성 전염병에 걸릴 위험이 증가한다. 수인성 전염병에 걸리면 고열, 복통, 설사, 구토 등의 증상이 나타나며 심하면 사망에 이를 수 있다. 특히 콜레라의 경우 감염 시 제대로 처치하지 않으면 탈수현상과 쇼크로 인해 환자가 금방 위험한 상태에 처하게 된다.
호흡기 질환도 조심해야 한다. 습도가 높으면 면역력이 떨어지고 곰팡이 균 등이 증식하기 쉬운 환경이 만들어져 천식과 폐렴 같은 질환에 걸릴 위험이 크다. 그러므로 기온이 낮아지는 저녁부터는 몸을 최대한 따뜻하게 만들어 면역력을 높여야 한다. 옷이 젖었다면 빨리 건조하고 손과 발은 자주 씻어야 한다. 아울러 수해 복구가 됐다면, 주변을 철저히 소독하고 곳곳에 생긴 물웅덩이를 메워 혹시 생길 수 있는 모기와 파리 등 해충 발생을 미연에 방지해야 한다. 모기는 말라리아와 같은 질환을 전파하며 파리는 식품을 오염시킨다.
대한의사협회 국민의학지식향상위원회에서 전하는 수해지역 건강관리 요령법이다.
1. 물과 음식을 반드시 끓이고 익혀 먹는다.
2. 홍수에 젖은 물이나 음식은 아무리 깨끗해 보여도 먹지 말고 미련 없이 버리는 것이 좋다.
3. 정전이 되는 경우가 많은 만큼 냉장 보관 음식을 냉장 여부를 확인하고 냉장고에 있던 음식도 끓여 먹는 게 안전하다.
4. 식사 전이나 외출 후에는 흐르는 수돗물에 반드시 손을 깨끗이 씻는다.
5. 수해복구 작업이나 물에 잠긴 상태로 일을 할 때에는 가급적 피부가 오염된 물에 닿지 않도록 장화나 보호장구를 착용하는 게 좋다. 만약 피부가 물에 많이 접촉됐다면 작업 후 반드시 수돗물 같은 깨끗한 물에 몸을 씻고 빨리 말린다.
6. 작업 도중 상처를 입은 경우에는 흐르는 깨끗한 물에 씻고 소독약을 발라야 한다.
7. 물이 많은 곳에서 작업할 때는 주변의 전선 누전에 의한 감전 사고의 위험이 있는 만큼 반드시 전기를 차단한 후에 작업한다.
8. 도마와 행주 등 주방도구는 수시로 수돗물에 씻고 수해가 끝난 뒤에는 햇볕을 이용해 말리도록 한다.
9. 수해지역에는 파리, 모기, 바퀴벌레 등의 해충 번식과 활동이 많아지는 만큼 쉬거나 잠을 자는 곳에는 반드시 방충망을 치도록 한다.
10. 열, 복통, 설사, 구토 등의 식중독이나 전염병 증상이 있으면 즉시 병원이나 보건소에서 진료를 받도록 하고 작은 상처에도 평소보다 더 철저한 상처 소독이나 청결을 유지하도록 한다.
성진규 하이닥 건강의학기자 hidoceditor@mcircle.biz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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