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뒷돈거래’ 고교졸업생 프로행[축구판 검은돈 커넥션②]
최근 좋은 성적을 내는 A고교 축구팀이 있다. 졸업생 13명 정도가 최근 2년 동안 국내프로구단에 진출했다. 그중 8명은 특정 구단에 입단했다.
학부모들이 프로구단으로부터 계약금을 받고 수천만원에서 수억원을 고교 감독에게 줬다는 증언이 나왔다. 수고비 등으로 거액을 요구한 감독을 무시하기 힘들었다는 내용이다. 한 부모는 “아들이 잘 되기를 바라는 게 부모 마음이다. 다수 부모들이 감독 요구를 어쩔 수 없이 들어줄 수밖에 없었다”고 말했다.
검찰이 대학 선수들이 프로에 입단하는 과정에서 발생하는 뒷돈 거래를 집중적으로 수사하고 있다. 고교 선수들이 프로로 가는 과정에서도 비슷한 방식으로 뒷돈거래가 벌어지고 있음이 본지 취재 결과 확인됐다.
브로커 역할을 하는 것은 고교 감독이다. 감독은 프로구단 지도자, 직원에게 입단을 청탁한다. 프로구단은 해당 선수를 영입한다. 신인 선수 계약은 두 가지다. 계약금을 주고 무조건 계약기간 5년·1년차 연봉 3600만원에 계약하는 S등급 계약, 계약금 없이 연봉만 주는 일반 계약이다. 비리가 생길 공산이 큰 것은 S등급 계약이다. 계약금 상한액은 1억5000만원이다. 구단은 선수에게 계약금을 주고, 고교 감독은 계약금 중 상당액을 거의 강제적으로 뜯어간다. A고교 졸업생 부모는 “프로구단 신인 스카우트 정보는 부모가 알 수 없다”며 “입단 논의가 고교 감독을 통해 이뤄지기 때문에 감독에게 의지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A고교에서 특정 프로구단으로 간 선수 8명 중 5명은 계약금이 있는 S계약이다. 5명 중 절반 이상이 계약금 1억5000만원을 받았다. 또 다른 졸업생 부모는 “입단 후 프로에서 빨리 자리잡기를 바라는 게 인지상정이다. 아들이 프로에서 뛰지 못하면 ‘배달사고’를 의심할 수밖에 없다”고 털어놨다.
고교 팀은 학원팀(학교팀), 클럽팀, 프로산하 유스팀으로 크게 구분된다. 고교 졸업 직후 프로 직행은 무척 힘들다. 뒷돈 거래가 생길 공산이 크다. 몇몇 프로구단은 소위 ‘B팀’을 운영한다. B팀은 유망주가 주축을 이루며 4부리그에서 뛴다. B팀을 운영하는 구단은 그렇지 않은 구단에 비해 선수숫자가 10명 안팎 많다. 프로구단은 B팀 운영을 이유로 고교 졸업생, 대학 중퇴생을 받는다. 유망주 육성을 취지로 가동되는 B팀이 청탁선수를 받아주는 은밀한 통로로도 활용되는 셈이다.
프로산하팀 유스 선수 프로계약에 관련한 제보도 있다. 프로산하 고교 졸업생 중 능력을 인정받은 소수는 프로로 직행하지만 대부분은 실패하고 대학으로 간다. 대학에서 3년 동안 ‘프로콜’을 오매불망 기다린다. 3년은 프로구단이 산하 고교팀 졸업생 보유권을 유지하는 기간이다. 이 기간 프로로 가는 선수들은 사실 많지 않고 이들에게 계약금을 줄 이유도 딱히 없다. 그런데 일부 구단은 계약금을 지급한다. 계약금 일부가 프로구단 지도자, 직원에게 인사비로 돌아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뒷돈 거래는 현금으로 이뤄진다. 물론 프로구단은 선수 본인 통장으로 계약금을 보낸다. 하지만 선수, 부모는 통장에서 현금을 인출해 아마추어 지도자, 프로구단 지도자와 직원에게 건넨다. 선수, 부모 통장에서 거액이 인출됐는데 용처가 불분명한 경우가 있다면 뒷돈일 공산이 크다.
김세훈 기자 sh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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