쓰레기더미·덮개에 막힌 빗물받이…시민 의식 절실 [르포]

변재훈 기자 2023. 7. 18. 14: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쓰레기·꽁초 쌓이고 악취·미관 이유로 막아놓기도
침수 예방 배수시설 제 기능 못해…"솔선수범을"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18일 오전 광주 북구 삼각동 한 상가 앞 도로 빗물받이 주변에 생활쓰레기가 버려져 있다. 2023.07.18. wisdom21@newsis.com


[광주=뉴시스] 변재훈 김혜인 기자 = 집중호우로 인한 침수 피해를 막고자 도심 곳곳에 설치된 빗물받이가 무심코 버린 쓰레기나 미관상 설치한 덮개 등으로 막혀 있다.

연일 쏟아지는 폭우 속에서 자칫 제 기능을 다하지 못하면 수해가 커질 수 있는 만큼, 성숙한 시민 의식이 절실하다.

18일 오전 광주 북구 삼각동 한 음식점 앞 이면도로. 일대 빗물받이 주변에는 스티로폼 상자, 생수 PET병, 일회용 컵 등 각종 쓰레기가 뒹굴고 있었다.

인근 공터에 우거진 잡풀과 나무에서 떨어진 잎도 빗물받이 한 구석을 막고 있었다. 누군가 오래 전 버린 듯한 빈 담배 상자와 꽁초 등도 여기저기 널려 있었다.

음식점, 술집 등 상가가 늘어 선 오치동 골목에 설치된 빗물받이도 곳곳이 막혀 있었다. 손님 맞이용 발판이나 목재 합판 등이 덮고 있어 빗물받이가 통째로 막혀 있기 일쑤였다.

상인들은 빗물받이와 연결된 지하관에서 올라오는 악취 또는 미관 상 이유를 들어 잠시 막아놨을 뿐이라고 설명했다.

도로에서 흘러든 빗물이 모이는 한 빗물받이 위에는 옥외광고물 거치대가 놓여 있기도 했다. 한 빗물받이 내부에는 꽁초가 곳곳에 보여 재떨이를 연상케 했다.

[광주=뉴시스] 변재훈 기자 = 18일 오전 광주 북구 오치동 한 상가 앞 도로 빗물받이 절반가량이 고무덮개로 덮여 있다. 2023.07.18. wisdom21@newsis.com


때마침 우산을 쓰고 지나가던 임모(69)씨는 "요즘처럼 매일 비가 내릴 때 만이라도 상인들이 빗물받이 주변 덮개를 치워야 할 것 같다. 자칫 침수 피해로라도 이어지면 누굴 탓할 수도 없다"고 밝혔다.

오치동에 사는 이모(85·여)씨는 "가뜩이나 군데군데 도로가 패여 빗물이 고이고 주변 골목은 지대가 가뜩이나 낮다. 제때제때 빗물만 지하로 잘 빠져나가기만 해도 웬만한 수해는 피할 수 있을 것이다"며 고 말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폭우가 내리는 18일 오전 광주 남구 주월동 무등시장 인근 주택가의 한 하수구가 이물질로 덮여있다. 2023.07.18. hyein0342@newsis.com


남구 주월동 무등시장 인근 주택가도 상황은 비슷했다. 일부 비탈길 아래 쪽 주택·상가 주변 빗물받이는 대리석판이나 벽돌, 바닥 장판 등으로 막혀 있었다.

빗물받이 주변에 놓인 장애물 탓에 빗물은 제때 지하로 빠져나가지 못하고 인근 도로로 흘러 내렸다.

한 주민은 "그동안 여러 차례 구청에 빗물이 제대로 빠져나갈수 있도록 조치해달라고 말했지만 감감무소식이다"라고 하소연했다.

인근 주요 도로변에 놓인 빗물받이에도 떨어진 나뭇잎과 각종 쓰레기가 눈에 띄었다. 한 빗물받이는 주변 상가들이 내놓는 종량제 쓰레기 봉투 배출 장소였다.

실제 비가 내리면 쓰레기봉투가 배수구를 덮칠 수 있고, 주변에 떨어진 쓰레기 일부가 도로 침수의 한 원인이 될 것으로 보였다.

주월동 주민 안모(60)씨는 "주민과 상인들이 악취 때문에 막아놓는 것 같다. 비가 올 때 만큼이라도 항상 (빗물받이를) 열어둬야 한다. 관할 지자체도 수시로 살펴 계도해야 한다"고 했다.

[광주=뉴시스] 김혜인 기자 = 폭우가 내리는 18일 오전 광주 남구 주월동 무등시장 인근 주택가의 한 하수구가 이물질로 덮여있다. 2023.07.18. hyein0342@newsis.com

빗물받이는 침수 피해 예방을 위해 도심 도로와 인도 주변에 설치되는 배수 설비다. 모여진 빗물을 모아 빗물관(우수관)이나 오수관으로 보내는 관로 입구로서 기능한다.

광주 지역 내 빗물받이는 7만 4913개로 잠정 파악됐다. 시내 곳곳에 설치된 우수·오수관은 대부분 빗물받이로 유입된 빗물을 시간당 84㎜까지 처리할 수 있다.

쓰레기통이나 재떨이, 악취 나는 하수구처럼 취급받는 천덕꾸러기지만, 집중호우가 집중된 여름철에는 최일선 배수 시설인 셈이다.

때문에 광주시도 5개 자치구, 주민자율방재단 등 200여 명과 함께 지난 10일부터 지산유원지 입구, 염주동 먹자골목, 백운광장, 북구청, 수완 롯데마트 일대에서 빗물받이 청소·정비했다.

또 '막힘없는 빗물받이 만들기'를 주제로 민·관 합동 길거리 홍보 캠페인도 펼쳤다.

일선 공무원들은 성숙한 시민 의식이 그 어느 때보다도 절실하다고 호소했다.

한 자치구 관계자는 "빗물받이는 도로와 주택가 침수를 막는 가장 중요한 시설이다. 수해로부터 모두의 안전을 지키려면 꽁초 등 쓰레기를 함부로 버리지 말아야 한다. 주변 상인·주민들도 내 집 앞 필수시설로 여기며 솔선수 수시로 청소해야 한다"고 당부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wisdom21@newsis.com, hyein0342@newsis.com

Copyright © 뉴시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