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리 검열해 드립니다”…내 돈 내고 ‘자기검열’하는 중국 [특파원 리포트]

김효신 2023. 7. 18. 14: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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6만 6,000여 개.

올해 4~5월 두 달 동안에만 중국 당국이 폐쇄한 인터넷 계정 숫자입니다. 계정뿐 아니라 게시물도 대규모로 삭제됐는데요. 그 숫자가 141만 건에 달합니다.

괘씸죄에 걸린 '1인 미디어 운영자'들은 심지어 당국과 면담까지 해야 했습니다. 중국인터넷판공실(CAS)은 1인 미디어 운영자 2,089명에 대해 '웨탄(예약 면담)'을 진행했다고 밝혔는데요. '웨탄'은 그냥 만나는 것이 아닌 일종의 '경고' 조치입니다.

중국의 개인 SNS 검열 분위기는 나날이 강도를 더해가고 있습니다.

■경제학자·인플루언서 SNS도 '철퇴'

최근 중국 바이두 등 인터넷을 달군 소식이 있었습니다. 신화사 기자 출신이면서 재야 경제학자로 이름을 날리던 '우샤오보'의 웨이보(SNS) 계정의 글이 사라졌기 때문입니다. 2022년 4월 글을 마지막으로 최근 글은 사라졌고, 새로운 글쓰기도 정지를 당했습니다.

우샤오보는 경제 분야에 있어서 거침없는 입담과 상세한 해설로 중국 젊은이들의 지지를 받아왔습니다.

이런 우샤오보 SNS가 제재를 받은 것은 직전에 올린 글 때문이라고 중국 네티즌들은 추정하고 있습니다.


'중국의 부동산 정책이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며 '최근 3년 동안 수천조 원의 집값이 증발됐다'라고 중국 정부를 강하게 비판한 겁니다.

우샤오보 계정뿐 아니라 중국 경제 뉴스를 주로 다루던 SNS 계정 2곳도 추가로 제재를 받았습니다.
웨이보 회사 측은 이들 경제 관련 SNS가 '증권 시장 발전에 대해 부정적인 정보를 유포하고, 실업률을 왜곡하는 등 중국 정부 정책을 부정했다'고 제재 이유를 밝혔습니다.


중국 인플루언서, 이른바 '왕홍'들도 당국의 칼날을 피해가진 못했습니다. 중국판 틱톡 '더우인'에서 400만 명이 넘는 구독자를 거느린 인플루언서 계정은 아예 폐쇄됐습니다.

선정적인 영상과 사진을 올려 라이브 방송 등을 통해 수익을 올렸다는 이유에서입니다. 이 계정을 포함해 유사한 대형 인플루언서 계정 22개가 문을 닫았습니다.

■대신 검열해주는 '외주 검열'까지….

중국 당국의 검열 대상에 오를까, 기업들의 걱정은 더 큽니다. 여차하면 사업을 중단해야 할 수도 있기 때문입니다.

이런 시장을 노려 중국 관영 매체들이 '사전 검열' 서비스를 내놨습니다. 중국 공산당 기관지 런민일보(人民日报)는 지난해 7월 콘텐츠 사전 검열 서비스 '런민 선자오(인민의 교정)'를 내놨는데요. 올해는 이 서비스를 업그레이드해 '런민 선자오 3.0' 버전을 내놨습니다.

중국 런민일보(人民日报)가 운영하는 사전 검열 시스템 ‘런민 선자오’ 홈페이지. ‘내용 검열 인공지능’ 이라고 써 있다.


이 서비스를 출시하며 런민일보가 쓴 홍보성 기사를 보면, '텍스트 내용을 종합적으로 분석하고
영상에 나타날 수 있는 주요 인물과 위험인물, 민감한 단어를 식별해 적절한 수정안을 제안한다'고 쓰여 있습니다.

이에 더해 인공지능 기계 검토를 기반으로 콘텐츠 위험 관련 전문가가 2차 검토해 정치 콘텐츠의 위험을 최소화한다고 설명합니다.

런민일보의 축적된 경험을 바탕으로 중국 정부 당국의 기준에 맞춰 이념, 종교, 숙청된 관리, 반체제 인사, 영토 분쟁 지역과 관련된 지도 등 위험한 내용이 포함된 콘텐츠를 걸러내고 수정안을 제시해준다는 겁니다.

연간 이용료는 우리 돈으로 약 800만 원에서 천800만 원 정도로 적지 않습니다. 하지만 정치적 위험을 피하기 위한 공공기관과 기업들이 잇따르면서 해당 서비스가 출시된 이후 올해 3월까지 이용 고객이 200곳, 콘텐츠 검토 건수는 300만 건에 달했다고 런민일보 회사 측은 밝혔습니다.

사우스차이나모닝포스트(SCMP) 지는 " 중국 당국의 모호한 '기준'을 가장 잘 식별해 내는 런민일보가 자신들의 전문지식을 팔기 시작했다"며 "최근 몇 년간 중국 콘텐츠 검열 시장이 커지고 있다"고 진단했습니다.

검열 시장이 커지면서 중국 관영 신화사와 빅테크 기업 알리바바, 텐센트도 사전 검열 서비스에 뛰어들었습니다.

■시진핑 주석 "당의 인터넷 관리 견지해야"

이런 개인 SNS 검열 바람은 앞으로 더 거세질 것으로 보입니다.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이 직접 사이버 안보 강화 등을 주문했기 때문입니다.

지난 15일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이 "당의 인터넷 관리를 견지해야 한다"고 지시했는데요. 중국 관영 CCTV는 "인터넷 사업이 새로운 시대에 중요성이 갈수록 두드러진다"며 "위험을 예방하고 안전을 확보해야 한다"는 시 주석의 말을 보도했습니다.

시진핑 중국 국가 주석


시 주석의 지시가 떨어지자마자 전국인터넷 안전 및 정보화 공작회의에서 상무위원 차이치 서기는 "인터넷상의 긍정적 '선전'과 '지도'를 강화하고 이데올로기적 위험을 방지해야 한다"고 회의 참석자들에게 전했습니다.

같은 날 중국인터넷정보판공실(CAS)도 이에 화답하듯이 법과 규정을 어긴 373개 계정에 대해 처분을 내렸다고 공지했습니다. 일부 인터넷 계정이 공공정책 정보를 날조하고 왜곡해 대중을 오도하고 있다는 겁니다.

시진핑 주석의 지시와 인터넷 관련 회의, 주무 부처의 SNS 계정 징계까지 모두 하루, 이틀 새 일어난 일입니다.

중국은 최근 개정한 '반간첩법'에도 국가 이익과 관련된 데이터의 수집·전달을 간첩 행위에 새로 포함시켰습니다. 중국에 진출했거나 관련 사업을 하는 우리 기업과 교민들도 예외는 아닌데요. 앞으로는 또 어떤 방식의 인터넷 옥죄기 정책이 나올지 지켜 봐야 할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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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효신 기자 (shiny33@k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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