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럽이 가난해지고 있다" 美경제 82% 커질때 6% 저성장

박종화 2023. 7. 18. 14: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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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와 고령화, 수출 부진이 맞물리면서 유럽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미국과 비교하면 유럽 경제의 부진은 더욱 뚜렷하다.

유럽 경제가 침체 늪에 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WSJ은 앞으로도 유럽 경제가 녹록잖은 상황을 마주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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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물가·고령화에 '침체 늪' 빠진 유럽
2분기 연속 역성장하며 '기술적 침체' 상태 진입
고령화로 생산성 증가 부진한 상황서 물가 급등
'최대 경제대국' 독일서도 경제난에 육류 소비 최저치

[이데일리 박종화 기자] 고물가와 고령화, 수출 부진이 맞물리면서 유럽 경제가 뒷걸음질치고 있다. 인플레이션과 증세 압박이 강화하는 상황에서 경기 침체 늪에서 탈출하기 녹록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영국 런던의 슈퍼마켓.(사진=AFP)

美경제 82% 커질 때 유럽은 6% 저성장

월스트리트저널(WSJ)는 “유럽이 수십년 간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경제적 현실에 직면했다”며 “유럽은 점점 가난해지고 있다”고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올 1분기 유로존(유로화 사용 20개국)의 국내총생산(GDP)은 직전 분기에 이어 전기 대비 0.1% 감소하며 ‘기술적 침체’(2개 분기 연속 역성장)에 진입했다.

미국과 비교하면 유럽 경제의 부진은 더욱 뚜렷하다. 2008년부터 2023년까지 미국 경제가 82% 커지는 동안 유럽 경제는 6% 성장하는 데 그쳤다. 유럽 국가의 임금도 감소하고 있다. 유럽 최대의 경제대국인 독일의 연간 실질임금은 2019년 6073달러(약 765만원)에서 지난해 5894달러(약 743만원)으로 약 3.0% 감소했다. 같은 기간 프랑스와 이탈리아에서도 연간 임금이 각각 0.8%, 3.5% 줄었다. 미국 노동자의 연간 임금이 6% 가까이 오른 것과 대조적이다. 벨기에 싱크탱크 유럽국제정치경제센터는 이번 달 발표한 보고서에서 2021년 기준 미국 50개 주 중 미시시피와 아이다호를 제외한 48개 주의 1인당 평균 GDP가 EU 평균을 앞질렀다고 분석했다.

유럽 경제가 침체 늪에 빠진 원인은 무엇일까. WSJ은 고령화와 고물가를 주범으로 들었다. 수십년에 걸친 고령화로 소비와 생산성 향상이 부진한 상황에서 코로나19와 우크라이나 전쟁으로 물가가 급등했기 때문이다. 여기에 유럽 경제를 지탱하던 수출도 중국 시장 회복이 더디면서 예전만 못하다.

허리띠 졸라매는 소비자들…‘남은 음식’도 인기

경기 침체에 유럽 소비자들은 허리띠를 졸라매고 있다. 지난해 독일의 육류 소비량은 1인당 평균 52㎏으로 전년보다 8% 줄었다. 통계 작성이 시작된 1989년 이래 최소치다. 시장 전문가들은 1년 새 고깃값이 30% 가까이 오른 영향이라고 설명했다. 식당이나 상점에서 남은 음식을 모아 판매하는 투굿투고의 유럽 내 고객은 7600만명으로 2020년 말보다 세 배 가까이 늘었다. 최근엔 교사와 간호사 등 중산층까지 이 같은 서비스를 애용하고 있다.

급기야 영국에선 최근 난자를 동결하려는 여성도 늘고 있다. 고물가 등으로 삶이 팍팍한 지금은 아이를 낳을 수 없으니 형편이 나아질 때 자녀를 기르기 위해서다. 영국 런던에서 공익 활동가로 일하는 노아 노언은 “생활 수준이 영원히 동결될 것 같다”고 말했다.

WSJ은 앞으로도 유럽 경제가 녹록잖은 상황을 마주해야 할 것으로 전망했다. ‘끈적한 인플레이션’으로 인해 임금 상승 압력이 더욱 강해지고 있기 때문이다. 영국 중앙은행 영란은행의 수석 이코노미스트인 휴 필은 지난 4월 임금 인상으로 오른 물가를 상쇄하려 하면 인플레이션을 더 악화할 뿐이라고 지난 4월 말했다. 통상적으로 임금이 오르면 소비와 생산비용이 늘어 물가가 오르기 때문이다. 여기에 우크라이나 전쟁 이후 유럽 국가들의 국방비 지출이 늘면서 증세 압력도 커지고 있다. 최근 독일 등 유럽 주요 국가들은 국방비를 GDP의 2% 이상으로 확대한다는 지침을 잇달아 발표했다.

박종화 (bell@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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