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트 간 주부들의 탄식…“안 오른 게 없는데, 더 오른다”
밀 가격도 다시 꿈틀…‘장바구니 물가’ 비상
(시사저널=조문희 기자)
서민들이 체감하는 '장바구니 물가' 동향이 심상찮다. 정부 통계치 상으로 소비자물가는 올해 들어 꾸준히 낮아지고 있지만, 실제 밥상 물가는 오히려 고공행진 중이다. 특히 올 여름 계속되는 폭염과 폭우가 농작물 재배에 악영향을 끼쳐 공급가를 끌어올리고 있다.
18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애호박 20개의 도매가격은 2만4460원으로, 전일(1만4980원) 대비 63.3% 올랐다. 하루 만에 9480원이 껑충 뛴 것이다. 한 달 전 가격(1만7585원)보다는 39.1%, 장맛비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일주일 전(1만7460원) 가격과 비교하면 40% 넘게 올랐다.
다른 채소들의 사정도 마찬가지다. 청양고추 10㎏ 도매가격은 하루 만에 58.2% 오른 7만2880원, 오이(취청류) 50개는 56.9% 오른 3만1267원, 청상추 4㎏은 51.5% 오른 5만5920원이다. 여름철 대표 과일인 수박과 참외 가격도 하루 만에 각각 17.9%(1개 1만9340원)와 12.5%(10㎏ 3만5840원)씩 크게 올랐다.
장마‧태풍‧추석 변수에 밥상 물가 '초비상'
문제는 앞으로 가격이 더 오를 수 있다는 점이다. 통상 여름철에는 폭염과 장마로 인해 채소 공급이 어려워져 가격 상승세가 두드러지는데, 올해는 '슈퍼 엘니뇨' 영향으로 집중 호우 피해까지 더해진 상황이다. 지난 10일부터 지속된 호우로 침수 피해를 입은 농지 면적만 전국적으로 2만7094ha에 달한다.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 측은 "이번 주 주요 산지 집중홍수 피해로 주요 농산품 출하량이 대폭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내다봤다.
채소뿐만 아니라 가축과 밀 등 장바구니를 채우는 주요 먹거리 가격도 줄줄이 가격이 올라갈 태세다. 집중 호우로 폐사된 가축 수가 전날까지 57만9000마리로 집계됐다. 축사나 비닐하우스 등 시설피해는 19만3000ha다. 정부와 지자체가 피해 규모를 집계 중인 데다 아직 장마가 소강된 게 아니라, 앞으로 피해 규모는 더 커질 것으로 보인다.
여기에 최근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종료 소식 탓에 국제 밀 가격까지 다시 꿈틀대고 있다. 전날 러시아가 우크라이나의 곡물 수출을 보장하는 내용의 흑해곡물협정을 전격 파기한 직후 미국 시카고상품거래소에서 밀 선물 가격은 3.0% 급등했다.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 여파로 지난해 밀 가격이 14년 만에 처음으로 t당 400달러를 넘어서자 밀을 원료로 하는 라면 등 주요 식품의 물가가 널뛰기한 바 있다. 당국과 업계는 밀 가격이 소비자 물가에 큰 영향을 끼친다고 보고, 향후 가격 동향을 예의주시한다는 입장이다.
하반기 '2%대 초중반' 물가 가능할까
지난달까지만 하더라도 농축산물 물가는 안정세에 접어들었다는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통계청 소비자물가동향을 보면 채소류 물가상승률은 지난 3월 13.8%에서 지난달 3.6%까지 낮아졌고, 축산물 물가는 올해 1월 이후로 줄곧 떨어지고 있다. 이를 바탕으로 당국은 계절적 특수를 반영하더라도 올해 하반기 2%대 초중반 물가를 유지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장바구니 물가 상승세는 오는 9월 추석까지 이어질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아직 장마철이 끝나지 않은 데다, 통상 한반도에는 8월께 대형 태풍이 줄줄이 찾아온다. 또 추석을 앞두고는 먹거리 수요 증가로 일시적 물가 상승세가 나타나는 게 일반적이다.
농축산품이 전체 물가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1000에 71.4(6월 기준) 수준으로 작은 편이지만, 외식품목의 원재료라는 점을 고려하면 그 가중치는 200 수준으로 껑충 뛴다. 농축산품 물가 동향에 따라 가까스로 2%대로 내려온 소비자 물가상승률이 다시 꿈틀댈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셈이다.
이에 정부는 당분간 장바구니 물가 상승 압력이 이어질 것으로 보고 농산물 수급 관리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농식품부는 폭우에 따른 피해를 최소화하기 위해 긴급 현장점검에 나서는 한편, 오는 20일 농축산물 수급 상황 회의를 열어 수급 안정 방안을 발표한다는 입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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