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美·EU·유엔 반발에도 흑해곡물협정 중단... 러 노림수는?
흑해를 통한 우크라이나 곡물 수출을 보장해온 흑해곡물협정이 러시아의 연장 거부로 17일(현지 시각) 자정을 기해 만료됐다.
AFP 통신 등의 보도에 따르면, 러시아의 크렘린궁은 이번 협정 중단과 관련해 “러시아 관련 사항이 아직 이행되지 않았다”면서 “해당 사항이 이행될 경우 언제든 협정에 복귀할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가 말하는 관련 사항이란 자국산 상품의 수출 장애물을 제거하라는 것을 의미하는데, 핵심 내용은 서방의 제재와 직결돼 있다고 연합뉴스가 전했다. 러시아는 지난해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서방의 제재로 국제은행간통신협회(SWIFT) 네트워크로부터 퇴출당했고, 이에 따라 세계 각국과의 금융 결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이에 러시아는 이 문제로 인해 농산물이 수출되지 않고 있다면서 SWIFT 재가입을 요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유엔과 유럽연합(EU)은 러시아 농업은행이 자회사를 세운 다음 이를 SWIFT에 연결하는 방안을 절충안으로 제시한 것으로 알려졌으나, 러시아는 이 같은 방안을 “실현 불가능하다”며 일축했다.
특히, 러시아 외무부가 “자회사 설립에 수개월이 걸리고 SWIFT 가입에 또 3개월이 걸리는데 네트워크 폐쇄는 몇 분이면 끝난다”고 지적한 것은 SWIFT 재가입만이 해답임을 분명히 한 것으로 받아들여진다.
일각에서는 러시아의 이 같은 중단이 우크라이나에 대한 경제적 타격을 극대화하려는 전략적 의도가 있는 것 아니냐는 관측도 나온다. 농업은 우크라이나 최대 산업 중 하나로, 전쟁 전까지 우크라이나에서 수출되는 곡물의 75%가 흑해를 통해 운송됐다. 지난해 전쟁 이후 해상 수송로가 막힌 우크라이나가 유럽 육로와 강을 통해 곡물 운송을 추진했으나 기존에 비해 운송량은 크게 줄어들었고, 수출 과정에서 주변 유럽 국가들과의 무역 분쟁까지 벌어졌다.
미국 등 서방과 유관 국제 기구들은 즉각 유감 성명과 규탄을 발표했다.
미국의 존 커비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러시아의 곡물협정 중단 결정은 위험하고 무책임한 일”이라며 “이는 식량 부족을 악화하고 전세계 수백만 명의 취약계층을 한층 위험에 빠트린다”고 밝혔다. 그는 “흑해곡물협정은 세계 식량 위기 해결에 절대적으로 중요하다”며 “러시아는 이미 우크라이나에 대한 잔혹한 침공으로 이 같은 위기를 초래했다”고 했다. 이어 “이미 국제적인 밀과 옥수수, 콩 가격 폭등을 목도하고 있다”며 “러시아 정부는 즉각 이 같은 결정을 철회할 것을 촉구한다”고 말했다.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유럽연합(EU) 집행위원장도 트위터를 통해 “EU는 전 세계 취약층을 위한 식량 안보를 보장하기 위해 노력 중”이라며, 우크라이나의 농산물이 동유럽 EU 회원국을 경유해 제3국에 수출될 수 있도록 한 이른바 ‘EU 연대 회랑’(EU Solidarity Lanes)을 통한 수출이 지속될 수 있도록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안토니우 구테흐스 유엔 사무총장은 미국 뉴욕 유엔본부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이행 종료 결정에 대해 매우 유감스럽다”고 말했다. 최근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에게 서한을 보내 협정 연장을 위한 중재안을 제시했던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내 제안이 무시된 것도 매우 실망스럽다”고 했다.
구테흐스 사무총장은 “협정 참가는 선택일 수 있지만, 개발도상국과 그밖에 모든 곳에서 고통받는 사람들에게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그들이 대가를 치러야 한다”면서 “오늘 러시아의 결정은 도움을 필요로 하는 사람들에게 일격을 가한 것”이라고 했다.
우크라이나의 볼로디미르 젤렌스키 대통령은 흑해곡물협정의 중단에도 해상 곡물 수출을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날 젤렌스키 대통령은 “우리는 두렵지 않다. 러시아 연방 없이도 흑해 회랑을 이용할 수 있도록 모든 조처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선사 및 기업들로부터 연락을 받았다”며 “그들은 우크라이나가 출항하도록 해주고 튀르키예가 통과하도록 해준다면 모두가 계속해서 곡물을 수송할 준비가 됐다고 밝혔다”고 했다.
협정을 중재했던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튀르키예 대통령은 러시아의 흑해곡물협정 중단 선언에도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협정의 연장을 원할 것으로 확신한다고 밝혔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오늘 발표에도 푸틴 대통령은 이 인도주의적 가교가 지속될 것을 원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날 하칸 피단 튀르키예 외무장관과 세르게이 라브로프 러시아 외무장관의 회담에서 진전이 있을 것으로 희망한다고도 말했다. 그러면서, 페르시아만 연안 걸프국가 순방에서 복귀하는 19일 푸틴 대통령과 대화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Copyright ⓒ 조선비즈 & Chosun.com -
Copyright © 조선비즈.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증시한담] 증권가가 전하는 후일담... “백종원 대표, 그래도 다르긴 합디다”
- ‘혁신 속 혁신’의 저주?… 中 폴더블폰 철수설 나오는 이유는
- [주간코인시황] 美 가상자산 패권 선점… 이더리움 기대되는 이유
- [당신의 생각은] 교통혼잡 1위 롯데월드타워 가는 길 ‘10차로→8차로’ 축소 논란
- 중국이 가져온 1.935㎏ 토양 샘플, 달의 비밀을 밝히다
- “GTX 못지 않은 효과”… 철도개통 수혜보는 구리·남양주
- 李 ‘대권가도’ 최대 위기… 434억 반환시 黨도 존립 기로
- 정부효율부 구인 나선 머스크 “주 80시간 근무에 무보수, 초고지능이어야”
- TSMC, 美 공장 ‘미국인 차별’로 고소 당해… 가동 전부터 파열음
- [절세의神] 판례 바뀌어 ‘경정청구’했더니… 양도세 1.6억 돌려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