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조 지원받고 본색 드러낸 튀니지 “이민자 접수 센터 되지 않을 것”
사이에드 대통령, 난민 탄압 정책 노골화
유럽연합(EU)으로부터 10억유로(약 1조4000억원)의 지원금을 받고 아프리카 난민의 유럽 유입을 막아주기로 한 튀니지가 양해각서(MOU) 체결 하루 만에 ‘반이민’ 본색을 드러냈다.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튀니지 정부는 17일(현지시간) EU가 마련한 이민법에 따라 유럽에서 추방되는 난민 가운데 튀니지 국적자가 아니면 수용을 거부하겠다는 뜻을 밝혔다. 튀니지 정부는 이날 발표한 성명에서 “유럽에서 돌아온 아프리카 사하라 사막 이남 출신 이민자들을 위한 ‘접수 센터’는 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EU 27개 회원국은 지난달 이민법 초안을 작성하며 망명 자격이 없다고 판단되는 난민들을 ‘안전한 국가’로 돌려보낼 수 있는 내용을 포함했다. 안전한 국가 기준은 각국 정부가 알아서 정하도록 했다. 가디언은 “EU 회원국이 모두가 동의하는 안전한 국가란 없기 때문”이라며 “각국에 유연성을 제공하는 차원”이라고 설명했다.
다만 EU 외교관들은 ▲난민들의 가족·친척이 거주하는 국가 ▲과거 장기간 정착한 경험이 있는 국가 등을 안전한 국가의 사례로 제시했다.
일각에선 더 나아가 ‘난민이 잠시 머물렀다고 입증할 수 있는 국가’까지 추방 가능 국가로 포함해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되고 있고, 반이민 공약을 앞세운 조르자 멜로니 이탈리아 총리가 강력한 목소리를 내고 있다. EU는 이민법 타결을 위해 멜로니 총리의 요구를 대부분 수용한 완성본을 마련 중이다.
튀니지 정부의 이날 발표는 EU 이민법을 사실상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튀니지는 유럽으로 향하려는 사하라 사막 이남 지역 아프리카 이민자들이 출발지로 삼는 곳인데, ‘난민이 잠시 머물렀다고 입증할 수 있는 국가’ 기준에 가장 부합한다.
실제로 가디언에 따르면 올해 4월 8000명, 5월 1000명, 6월 5000명의 난민이 튀니지에서 출발해 유럽 땅을 밟았다. 가디언은 “멜로니 총리는 튀니지 정부 발표에 크게 좌절했을 것”이라고 평가했다.
익명의 EU 고위 관계자는 가디언에 “튀니지 당국이 유럽에서 돌려보낸 이민자를 수용하는 장소가 돼선 안 된다는 점을 분명히 밝혔다”며 “카이스 사이에드 튀니지 대통령의 강경 노선을 확인했다”고 밝혔다.
튀니지는 전날 EU와 양해각서를 체결하고 10억유로 지원금을 받는 대신 국경 관리 등을 강화해 이민자 출국을 막기로 약속했다. 사이에드 대통령은 “비인간적인 이주에 관한 공동의 합의가 필요했다”며 “이른 시일 내에 구속력 있는 협정으로 뒷받침돼야 한다”고 말했다.
하지만 국제인권단체들은 튀니지로 흘러온 아프리카 이민자를 물과 식량 없이 리비아 국경 사막 지대로 내쫓는 등 난민 탄압 정책을 일삼은 사이에드 대통령에게 오히려 힘을 실어주는 결과라고 비판했다.
EU에도 비난이 쏟아지고 있다. 국제앰네스티 마테오 드벨리스 연구원은 “유럽이 인권에 대한 존중 없이 튀니지에 도움을 제공했다”고 꼬집었다.
손우성 기자 applepi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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