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 ‘보복’ 예고대로···‘크름대교 폭발’ 다음날 우크라 대규모 공습
우크라도 크름반도에 추가 드론 공격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17일(현지시간)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크름대교(케르치대교)가 공격을 받자 우크라이나에 대한 ‘보복 공격’을 예고했다. 푸틴 대통령의 언급 후 러시아군은 우크라이나 남부와 동부 지역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우크라이나군도 크름대교 공격 하루 만인 18일 크름반도에 추가 드론 공격을 시도한 것으로 전해졌다.
푸틴 대통령은 이날 크름대교 공격과 관련해 열린 정부 대책회의에서 “크름대교를 목표로 한 우크라이나 정권의 테러 행위가 또 다시 자행됐다”며 “당연히 러시아의 대응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러시아 국방부가 이번 테러 공격에 보복을 준비하고 있다”고 말했다.
앞서 러시아 정부는 우크라이나 특수기관이 수중 드론 2대를 이용해 이날 새벽 크름대교를 공격했다고 주장했다. 우크라이나 정부는 공식적으로 공격 책임을 인정하지 않고 있으나, 일부 우크라이나 언론은 정부 소식통을 인용해 우크라이나 국가보안국(SBU)과 해군이 이번 공격을 수행했다고 보도했다.
푸틴 대통령은 “이번 범죄는 군사적 관점에서 무의미하다”며 “크름대교가 오랜 기간 군사 수송 수단으로 사용되지 않았기 때문”이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무고한 민간인이 사망하고 다친 잔인한 범죄”라고 비판했다.
러시아 측은 전날 공격으로 민간인 2명이 숨지고 어린이 1명이 다친 것을 두고 ‘민간 시설을 표적으로 삼은 테러’라고 주장하고 있다. 반면 드미트로 쿨레바 우크라이나 외무부 장관은 “크름대교는 러시아군이 크름반도와 우크라이나 남부에 탄약과 연료, 기타 군사 장비를 공급하는 데 주로 사용된다”며 이곳을 ‘민간 인프라’로 간주할 수 없다고 반박했다.
푸틴 대통령은 지난해 10월에 이어 크름대교에 대한 공격이 재발했다며 “구체적인 교량 보안 방안을 찾으라”고 대책 마련을 지시했다.
이번 공격으로 크름대교의 차량용 교량 경간 일부가 파괴돼 복구가 필요하지만, 교각은 손상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공격 다음날인 18일 차량 운행이 부분적으로 재개됐으며, 양방향 통행은 9월 중순쯤 가능할 것이라고 러시아 정부는 밝혔다. 철도는 큰 피해가 없어 공격 당일 6시간 동안 열차 운행이 중단된 후 정상 운행 중이다.
크름대교는 2014년 러시아가 강제 병합한 크름반도와 러시아 본토를 잇는 유일한 다리다. 지난해 2월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이후 러시아군의 핵심 보급로 역할을 해 왔다. 동시에 크름반도에 대한 러시아의 영유권 주장을 상징하는 교량으로 ‘푸틴의 자존심’으로 불려 왔다.
https://www.khan.co.kr/world/europe-russia/article/202307172116005
푸틴 대통령의 ‘보복 예고’ 후 러시아군은 밤새 드론과 미사일을 동원해 우크라이나에 대규모 공습을 가했다. 우크라이나 공군은 18일 새벽 남부 오데사·미콜라이우·헤르손·자포리자, 중부 드니프로페트로우스크, 동부 도네츠크 등이 미사일과 드론 공격을 받았으며, 러시아군이 발사한 칼리브르 순항 미사일 6기와 드론 36기 중 31기를 오데사 상공 등에서 격추했다고 밝혔다. 이날 공습으로 자포리자주에서 72세 여성 1명이 숨지고 최소 5명이 다치는 등 피해가 잇따르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군은 지난해 10월 크름대교에 대규모 폭발이 발생했을 당시에도 우크라이나군이 파괴 공작을 벌였다고 주장하며 대대적인 공습을 벌인 바 있다.
우크라이나군도 이날 크름반도에 추가 드론 공격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날 우크라이나 드론 28기가 크름반도 공격을 시도했으나 방공망을 가동해 모두 격추했다고 밝혔다. 러시아 국방부는 이번 공격으로 인한 피해는 발생하지 않았다고 덧붙였다.
선명수 기자 sm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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