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냄새나는 폐기물 30분만에 항공유로’...SK가 투자한 美바이오에너지 펄크럼 가보니

강계만 특파원(kkm@mk.co.kr) 2023. 7. 18. 13: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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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활폐기물서 가연성만 선별
분쇄 후 가스화·촉매 처리
연 26만배럴 합성원유 생산
기존 원유대비 탄소 80% 감축
SK, 펄크럼에 1000억원 투자
최태원 회장 ESG경영 박차
韓 합성원유 정제 법정비 필요
미국 네바다주 리노 인근 ‘펄크럼 바이오에너지’ 시에라 공장에서 지난 13일(현지시간) 에릭 프라이어 CEO가 생활 쓰레기로 합성원유 생산기술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리노(네바다주)/강계만 특파원>
미국 서부 네바다주 리노시. 이곳에서 차량을 타고 동쪽으로 황량한 사막을 따라 30분간 이동하면 미국 바이오에너지기업 펄크럼(Fulcrum Bioenergy)의 시에라 공장을 만날 수 있다. 각종 생활 폐기물에 가스를 투입하는 화학반응으로 30분 만에 합성원유를 생산하는 친환경 시설이다.

이는 최종적으로 ‘지속가능 항공유(SAF)’로 쓰인다. SK(주)와 SK이노베이션은 총 8000만 달러(약 1000억원)를 펄크럼에 투자했고 국내에서도 SAF생산공장 신설을 검토하는 등 세계 항공유 시장 재편에 대응하고 있다.

펄크럼은 작년 12월부터 폐기물 가스화를 통한 합성원유 생산시설을 세계 최초로 상업가동 중이다. 연간 생활 폐기물 50만t을 처리해서 합성원유 26만배럴 생산가능하다. 미국 뉴욕과 영국 런던을 항공편으로 180회 왕복할 수 있는 연료와 맞먹는다.

펄크럼은 공급원료 처리시설과 석유정제시설같은 바이오 에너지 공장을 운영하고 있다.

제임스 스톤사이퍼 펄크럼 엔지니어링 담당 부사장이 지난 13일(현지시간) 미국 네바다주 리노 시에라공장에서 합성원유 공급원료로 쓰일 생활 폐기물을 보여주고 있다. <리노(네바다주)/강계만 특파원>
지난 13일(현지시간) 펄크럼 공급원료 처리시설 내부로 들어서니, 거대한 컨베이어벨트 위로 패트병, 포장지, 종이, 캔 등 생활 폐기물들이 단계적으로 이동했다.

알루미늄과 철 등 타지 않는 쓰레기를 육안·무게·자력으로 골라내고 남은 가연성 폐기물을 3cm이하의 조각으로 분쇄하는 작업을 거친다.

인근 쓰레기 매립장에서 갓 반입한 폐기물을 원재료로 활용하는 터라 특유의 냄새가 미세하게 코 끝을 자극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폐기물 조각들은 건조작업을 거쳐 바이오 정유공장의 원료 저장시설로 옮겨진다. 저장시설 천장까지 조각들이 쌓여있지만 냄새는 사라졌다.

이어 폐기물을 고온의 가스화기에 넣어 산소와 스팀을 주입해서 분해하면, 수소와 일산화탄소로 구성된 합성가스가 만들어진다.

여기에 촉매반응 과정인 피셔트롭쉬(FT) 공정을 거치면 화학적으로 기존 원유와 유사한 액체 탄화수소가 생산된다. 폐기물에서 이같은 합성원유까지 나오는 시간은 30분에 불과하다.

에릭 프라이어 펄크럼 최고경영자(CEO)는 “완전히 새로운 산업의 시작이자, 에너지 산업 및 전 세계의 분기점”이라고 강조했다. 현재 펄크럼의 합성원유는 미국 정유사 ‘마라톤’에 공급되어 후처리 과정을 거쳐 SAF로 활용된다.

펄크럼은 현재 공장에 SAF 공정도 추가해서 자체 생산도 계획 중이다. 또 인디애나주 게리, 영국 체셔 등 10여곳에 신규 공장 건립을 추진하고 있다.

SAF는 기존 원유보다 비싸지만 별도 시추과정이 없기 때문에 탄소배출을 80% 감축할 수 있다. 유럽연합(EU)은 2025년부터 SAF 등 바이오 항공유를 최소 2% 이상 섞도록 했다. 미국은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따라 SAF 1갤런(3.78리터) 당 1.25∼1.75달러의 보조금을 준다.

시장조사업체 TMR에 따르면 세계 SAF 시장 규모는 2021년 1억8660만 달러에서 연평균 26%씩 증가해 2050년에는 4020억 달러에 이를 것으로 추산된다.

미국 유나이티드 항공, 일본항공, 홍콩 케세이퍼시픽 등 항공사들이 펄크럼에 일찌감치 투자한 상태다.

SK그룹은 최태원 회장의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경영 일환으로 2021년 12월부터 펄크럼에 순차적으로 투자했다. SK이노베이션은 울산 공장에 SAF 생산공장 신설을 검토 중이다. 다만 합성원유 정제가 가능하도록 국내에서 추가적인 법적 정비가 필요한 상황이다.

리노(네바다주) 강계만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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