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중 마친 솔로몬제도 총리, 서방 우려에 “내정 간섭 말라”
최근 중국을 방문하고 귀국한 솔로몬제도 총리가 서방 국가들의 우려 제기에 “내정 간섭”이라며 불쾌감을 나타냈다. 태평양 섬나라인 솔로몬제도는 머내시 소가바레 현 총리 취임 이후 대만과 단교하고 중국과 수교한 뒤 미국을 중심으로 한 서방의 견제 속에서도 계속 중국과의 관계를 강화하고 있다.
중국 방문을 마치고 귀국한 소가바레 총리는 공항에서 기자들을 만나 “미국과 호주는 중국이 솔로몬 경찰을 지원하는 것을 두려워해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고 AFP통신 등이 17일(현지시간) 보도했다. 소가바레 총리는 이어 “중국은 (우리를) 침략하지 않았고 다른 어떤 국가도 침략하거나 식민지화하지 않았다”면서 “중국과 솔로몬제도 관계를 목표로 하는 편협하고 강압적인 외교적 접근법은 솔로몬제도 내정에 대한 외국의 간섭일 뿐”이라고 덧붙였다.
솔로몬제도가 중국과 경찰 협력 협정 등을 체결한 것에 대해 미국과 호주 등이 우려를 표명하며 관련 문서 공개를 요구한데 대한 반발이다. 소가바레 총리는 지난 9∼15일 중국을 방문해 시진핑(習近平) 중국 국가주석과 함께 양국간 전면적 전략동반자 관계 수립을 공식 발표하고, 경찰 협력 이행 계획 등 9개 외교 협정을 체결했다. 이에 대해 미 백악관 국가안보회의(NSC) 대변인은 “모든 나라의 주권적 결정을 존중한다”면서도 “양측이 투명성을 높이고 이들 협정이 지역 안보에 미칠 영향을 논의할 수 있도록 관련 문서를 즉시 공개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솔로몬제도는 과거 대만의 수교국이었지만 소가바레 총리 취임 이후인 2019년 9월 대만과 외교관계를 단절하고 중국과 수교했다. 또 지난해 4월에는 중국과 안보협정을 체결했으며, 이 협정에 따라 중국이 솔로몬제도에 경찰 인력을 보내 왕립 경찰대를 훈련하고 있다. 소가바레 총리의 이번 중국 방문은 솔로몬제도와 중국의 밀착 움직임을 더욱 가속화한 계기로 평가된다. 그동안 태평양 섬나라들을 ‘뒷마당’처럼 인식해 온 미국과 호주 등은 이같은 움직임에 긴장하고 있다. 중국이 솔로몬제도와의 관계 강화를 발판으로 지정학적 중요성이 큰 태평양 섬나라들에 대한 외교적·군사적 영향력을 확대하려는 것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소가바레 총리가 중국을 두둔하며 양국 관계 강화에 대한 서방의 우려 제기를 비판한 것이다. 소가바레 총리는 “(독립 이후) 45년 동안 우리는 누군가의 뒷마당처럼 취급을 받았지만 우리는 누구의 뒷마당도 아니다”라며 “우리는 주권 국가로 동등한 대우를 받기를 원하며, 내가 원하는 것은 항상 우리나라의 발전”이라고 강조했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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