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츠하이머도 당뇨처럼 관리할 수 있을까…진행 늦추는 약 개발

박은하 기자 2023. 7. 18. 13: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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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파더>의 한 장면. 치매 환자가 경험하는 인식의 혼란을 그렸다. 판씨네마 제공

미국 제약사가 개발한 신약이 알츠하이머병 진행을 최대 60%까지 늦출 수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왔다. 알츠하이머병 치료의 새로운 돌파구가 될 수 있을지 의학계가 주목하고 있다.

가디언 등에 따르면 17일(현지시간) 네덜란드 암스테르담에서 열린 알츠하이머 국제 컨퍼런스에서 제약사 일라이 릴리의 존 심스 박사팀은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도나네맙(Donanemab)’이 뇌가 손상된 초기 단계 환자의 인지기능 저하를 35.1% 늦춘다는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임상시험은 세계 각지의 알츠하이머병 증상이 있는 1736명을 대상으로 76주간 진행됐다.

도나네맙은 뇌에 축적되는 치매 유발 단백질로 알려진 ‘아밀로이드 베타 플라크’를 제거하는 약물이다. 특히 75세 이하의 초기 환자들에게서 효과를 봤다. 증상이 경미한 경우 도나네맙 복용으로 60%까지 인지기능 저하를 늦출 수 있었다. 연구결과는 의학저널 ‘미국의학협회지’(JAMA)에도 실렸다.

학계에서는 알츠하이머 치료의 새로운 전환기가 될 수 있다는 기대가 나왔다. 학회지에 실린 논평을 보면 유니버시티칼리지런던(UCL) 알츠하이머 연구자 바트 드 스트루퍼는 “이번 발견은 역사적”이라고 말했다. 알츠하이머 협회의 연구·혁신 부국장 리처드 오클리는 “알츠하이머병이 당뇨병이나 천식과 함께 장기적인 질병으로 간주될 수 있는 미래를 향한 첫 걸음”이라고 말했다.

일라이 릴리는 미국 식품의약국(FDA)에 도나네맙의 승인을 신청해 연말까지 통과되기를 기대하고 있다. 알츠하이머 치료제 가운데는 일본 에자이와 미국 바이오젠이 공동개발한 ‘아두헬름’, ‘레켐비’만 FDA에 정식 등록돼 있다.

신중론도 있다. 임상 시험에 참여하지 않은 샌프란시스코 캘리포니아대(UCSF) 알츠하이머병 연구센터 길 라비노비치 교수는 “이 약은 알츠하이머병 초기 단계 환자에게는 효과가 좋지만 진행성 알츠하이머병 환자들에게는 효과가 없었다”며 신중한 사용을 권고했다. 도나네맙 또한 레켐비와 마찬가지로 일부 투약 환자에게서 뇌 부종과 미세 출혈 등 부작용이 발생했다. 이번 임상시험에서도 세 명이 사망한 것으로 보고됐다.

국제 알츠하이머병에 따르면 전 세계적으로 55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이 알츠하이머의 영향을 받고 있다. 알츠하이머병 환자 수는 2050년까지 1억 3900만 명으로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

박은하 기자 eunha999@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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