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관리도 이념 아닌 과학" 국토부 환원, 포스트 4대강 예고…文정권 겨눈 與

한기호 2023. 7. 18. 13: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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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현 "'포스트 4대강' 지류지천사업 체계적 진행해야"
"수자원 관리 국토부 아닌 환경부가 하는 게 적절한가"
전날 정진석 촉구…文정부부터 지방하천 정비 소홀 지적도
박대출 "물관리는 정책" 박수영 "지천 정비·저류조 신설해야"
김기현(가운데) 국민의힘 대표,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의 정진석(왼쪽) 의원을 비롯한 당 관계자들이 지난 7월17일 오전 수해를 입은 충남 청양군 청남면 일대를 찾아 피해 현장을 둘러보고 있다.<연합뉴스>

지난 9일부터 열흘 가까이 계속된 전국 집중호우로 수해가 커지면서 국민의힘은 이명박 정부 시절 4대강 정비사업의 후속 지류·지천 정비 필요성을 연일 띄웠다. 문재인 정부 시절 국토교통부에서 환경부로 '물관리 일원화'를 한 데 대한 철회론도 제기됐다.

김기현 국민의힘 대표는 18일 국회에서 열린 당 최고위원회의에서 "올해 '슈퍼 엘니뇨'로 유례없는 기상 이변이 예고돼 재해 우려가 크고 전문가 역시 이상 기후 수준이 기존 방지 대책으론 감당할 수 없는 지경에 이르렀다고 지적하는 만큼 기존 대책을 재검토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수자원 관리를 국토부가 아닌 환경부가 하는 것이 적절한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하다"며 "'포스트(post) 4대강 사업'인 지류·지천 사업도 체계적으로 계속 진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대식 최고위원도 "2020년부터 지방하천 정비가 국고보조금 사업에서 제외돼 관리가 소홀했다는 지적이 있었고, 2018년 정부의 물관리 컨트롤타워가 환경부로 일원화하면서 허점도 드러났다"고 밝혔다.

박대출 정책위의장 역시 치수(治水)의 중요성을 들어 "중앙정부가 관리하는 국가하천에 비해 지자체가 담당하고 있는 지방하천의 정비가 상대적으로 미흡하다 보니 취약한 지방하천에서 더 큰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고 말했다.

박 의장은 "(지방하천 정비가) 지자체의 예산 편성 우선순위에서 밀리는 것도 또 하나의 원인"이라며 "물관리는 (환경단체식) 이념이 아닌 엄정한 정책으로 접근해야 한다. 4대강뿐 아니라 치수 문제는 철저히 과학적 기반을 두고 이뤄져야 하는 것으로 중앙 정부는 물론 지자체가 하천 정비에 소홀히 하지 않도록 근본적 대책을 세우겠다"고 강조했다. 정책위는 지난주 기획재정부·국토부·환경부 실무자들과 지류·지천 정비 현황 관련 실무 당정협의도 가진 것으로 전해졌다.

충남 공주·부여·청양 지역구 현역인 정진석 의원은 전날(17일) 김기현 대표 등이 지역 수해현장을 방문한 가운데 "4대강 사업을 안 했으면 (보를 설치하지 않았을) 금강이 넘쳤다고 이구동성으로 다들 그 이야기를 한다"며 "포스트 4대강 사업인 지류 지천 정비사업을 윤석열 정부에서 중앙정부가 틀어쥐고 당장 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또 "국토부에서 하던 수자원 관리를 문재인 정부 때 무리하게 환경부에 일원화한 것도 화를 키웠다"며 원상복구를 요청했다.

당 여의도연구원장인 박수영 의원도 전날 페이스북 글로 "한강, 낙동강, 금강, 영산강 등 4대강을 준설해서 물을 저장할 수 있는 통을 크게 만들지 않았으면 이번에 범람할 수도 있었다고 생각하니 아찔하다"며 "아직도 4대강 사업을 비난하는 일부 좌파들이 있지만, 자기 집이 떠내려가도 반대만 하고 있을건가"라고 반문했다. 매년 적극적으로 홍수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며 "4대강 사업 이후 추진하려다 좌파들 반대로 무산된 지류 지천 정비사업을 시작해야 된다"고 주장했다.

박수영 의원은 "4대강은 물그릇이 커 졌지만 4대강으로 들어오는 지류 지천들도 저수용량이 커져야 4대강에 대한 부담을 덜고 지천의 범람도 막을 수 있다. 충북 오송 지하차도의 참사도 미호강이란 지천의 둑이 무너져 강물이 순식간에 지하차도로 밀려든 탓"이라고 지적했다. 또 "빗물이 하천으로 바로 들어가 범람하거나, 저지대 가옥을 덮치지 못하도록 해야 한다"며 상습침수지역 학교운동장, 새 아파트·대형건물 지하주차장 등에 대형저류조 설치를 유도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우리나라는 국토의 70%가 산이다. 비가 올 경우 크고작은 산사태가 많을 수밖에 없다"며 2011년 이래 추가로 대대적인 사방사업이 필요하다고도 짚었다. 아울러 "사고가 나면 일단 수습한 뒤 예산을 편성하고 필요한 공사를 시작하는데 최소 2년, 준공까진 또 얼마나 걸릴지 모른다"며 "정치인들에겐 인기없는 일이지만, 정부와 지자체가 적립하는 재난기금의 규모를 지금보다 2배는 키워야 할 것이다. 기금은 예산편성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투입할 수 있기 때문"이라고 건의했다

한편 김 대표는 최고위에서 최근 호우로 전국 41명의 사망자 등 인명피해가 확대된 데 대해 "여당 대표로서 자연 재난으로 큰 피해가 발생한 데 대해 국민 여러분께 송구하다"고 고개를 숙였다. 그러면서 "특별재난지역 선포를 대통령께 이미 건의드렸다. 당의 모든 조직을 총동원해 복구 활동을 지원하고 이재민을 위한 성금 모금도 시작하겠다"며 "예비비 활용 등을 통해 재해 복구와 우선적 예방 관련 사업을 먼저 실시하고, 내년 예산에도 우선적으로 충분히 반영되도록 적극 챙기겠다"고 밝혔다.

청주 오송읍 궁평2지하차도 침수 참사에 관해선 "인재라는 비판이 쏟아지고 있다. 철저한 감찰과 조사, 수사가 필요하다"며 "책임자에 대해서는 신분과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엄정한 문책이 따라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아울러 당내에 '언행 주의'를 주문하며 "당 소속 의원들은 물론이고 당협위원장, 지방자치단체장, 정부 관계자 또한 부적절한 언행으로 물의를 빚는 일이 없도록 해 달라"고 말했다. '수해 기간 골프장행' 홍준표 대구광역시장을 향한 경고장으로 풀이됐다.

한기호기자 hkh89@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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