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 반도체산업협회 “추가 중국 수출통제 말라”…이례적 불만 표출

이본영 2023. 7. 18. 13: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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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상무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추가 수출 통제를 준비하는 가운데 미국 반도체산업협회가 자제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수출 통제로 세계 최대 시장에서 반도체를 팔 수 없게 된 미국 업체들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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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패권 전쟁]

로이터 연합뉴스

미국 상무부가 중국에 대한 반도체 추가 수출 통제를 준비하는 가운데 미국 반도체산업협회가 자제를 요청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수출 통제로 세계 최대 시장에서 반도체를 팔 수 없게 된 미국 업체들의 불만이 공개적으로 터져 나온 것이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는 17일 협회 누리집에 올린 성명에서 “미국 지도자들은 강력한 경제와 국가 안보에는 강력한 미국 반도체 산업이 필요하다는 점을 인식하면서 지난해 ‘칩과 과학법’을 발효시켰다”며 “이런 노력의 긍정적 효과를 약화시키지 않으려면 반도체 산업이 세계 최대 시장인 중국에 계속 접근할 수 있어야 한다”고 밝혔다. 협회는 하지만 “매우 광범위하고, 모호하고, 일방적인 제한은 미국 반도체 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키고, 공급망을 교란하고, 심각한 불확실성을 유발하고, 중국의 보복을 촉발하는 위험을 낳는다”고 밝혔다.

협회는 이어 “행정부는 현재적·잠재적 제한이 좁고 명확하게 규정됐는지, 일관되게 적용되는지, 동맹들과 완전히 조율된 것인지를 평가하기 위해 업계 및 전문가들과 폭넓게 소통하기 전에는 추가적 제한을 삼갈 것을 촉구한다”고 했다. 미·중 정부가 긴장을 더 고조시키지 말고 대화로 해법을 찾으라고도 요구했다.

미국 반도체산업협회에는 인텔·퀄컴·엔비디아·마이크론·아이비엠(IBM) 등 주요 업체들이 회원사로 참여하고 있다. 삼성전자와 에스케이(SK) 하이닉스도 국제 회원사로 가입해 있다.

미국의 주요 업계의 이해를 대변하는 단체가 대중 수출 통제에 성명을 발표하며 이의를 제기한 것은 이례적인 일이다. 이들이 세계 반도체 시장(지난해 5559억달러·약 700조원)에서 3분의 1 비중을 차지하는 중국 시장에 대한 접근이 제한되는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음을 알 수 있다. 매출 감소와 중국시장 기회 상실을 더 수용하기 어렵다며 불만을 터뜨린 모양새다.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디램은 18나노미터 이하, 낸드 플래시는 128단 이상, 로직칩은 14나노미터 이하 제조 장비의 중국 수출을 금지했다. 슈퍼컴퓨터와 인공지능(AI)용 칩의 수출도 막았다. 상무부는 조만간 저사양 인공지능 칩으로 통제 범위를 넓힐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나아가 중국의 인공지능 개발을 방해하기 위해 미국 업체들이 클라우드 컴퓨팅 서비스도 제공하지 못하도록 제한할 것으로 알려졌다. 추가 수출 통제가 집행되면 저사양 인공지능 칩을 수출하는 엔비디아 등에 타격이 예상된다. 팻 겔싱어 인텔 최고경영자는 지난주에 중국을 방문해 인공지능 칩 출시 계획을 발표하기도 했다.

반도체산업협회가 성명을 발표한 이날 인텔·퀄컴·엔비디아 최고경영자들은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 위원장,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을 만나 업계 의견을 전달했다. <로이터> 통신은 백악관 국가안보회의 대변인이 이 성명에 대해 “우리의 조처는 미국과 동맹들의 기술이 국가 안보를 약화시키지 않도록 주의 깊게 조정된 것”이라는 반응을 내놨다고 전했다.

한편 <블룸버그>는 미-중 사이에 새 긴장 요소로 거론되는 대중 투자 제한 행정명령은 반도체, 양자컴퓨팅, 인공지능 분야에서 좁은 범위의 첨단 기술 신규 투자만을 대상으로 내년부터 시행될 것이라고 소식통을 인용해 보도했다. 재닛 옐런 재무장관은 이날 <블룸버그 티브이> 인터뷰에서 “대상을 좁게 정한” 행정명령이 마련되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최근 방중 때도 중국 쪽의 불만에 대해 이런 입장을 밝혔다.

워싱턴/이본영 특파원 ebo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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