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시태그로 보는 육아맘] 출생통보제 도입, 모든 아동의 기본 권리
긴 장마와 무더위로 지친 여름이지만, 생일을 맞은 아이에게 뜨끈한 미역국을 먹이고 싶어 아침부터 분주한 하루였다. 어느덧 자라 학교에 다니고 제 고집도 늘어 부쩍 부모의 역할이 힘들다고 느껴질 때도 있지만, 아이 한 명을 낳아 기르는 것만 해도 큰 축복이고 소중한 선물이라 여기는 요즘이라 다시 마음을 다잡고는 한다.
그도 그럴 것이 최근 아이에 관련해 흉흉한 기사가 너무 많았다. 그것도 다른 사람이 아닌 친부모에 의해 태어나 누릴 수 있는 당연한 권리조차 누리지 못하고 사라진 생명들… 친자식을 살해, 방치한 것도 모자라 냉동고 등에 넣어 유기했다는 등의 믿기지 않는 기사들을 접하면서 아이의 고통과 부모의 잔혹함에도 분노했지만, 우리 사회 어디에서도 이를 발견하고 도와줄 수 없었다는 사실이 더 참담했다. 정부가 발표한 최근 기사에 따르면 8년간 의료기관에서 태어난 기록은 있으나 출생신고는 되지 않은 아동을 전수조사한 결과 249명이 사망한 것으로 드러났으며 살아 있는 것으로 확인된 아동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고 한다. 게다가 현시점에서 이미 800명 넘게 수사가 진행되고 있는 상황이라 이미 사망한 아동은 더 늘어날 수 있다고 한다. 놀라운 것은 이것이 전부가 아니다. 보건복지부는 2015년부터 지난해까지 태어났으나 출생신고가 되지 않아 주민등록번호가 발급되지 않고 임시 신생아 번호로 남아 있는 아동 2123명에 대해 지방자치단체 행정조사가 완료됐다고 밝혔는데, 그 결과 생존이 확인된 아동은 1025명(48.3%)에 불과하다고 한다. 사망은 249명(11.7%)이고, 수사 중은 814명(38.3%)이라고 하니 아마 생존해 있을 아동의 확률은 더 낮아질 것으로 추정된다.
이쯤 되니 대체 아이의 출생조차 등록하지 않은, 혹은 하지 못한 부모들이 왜 얼핏 방송으로 몇 번 본 적이 있던 '베이비박스' 같은 제도조차 활용하지 않은 것일까 궁금했다. '베이비박스'는 사정이 있어 아이를 키울 수 없는 보호자가 아이를 맡길 수 있도록 마련한 곳이다. 우리나라에서는 민간 종교단체가 운영하고, 아이를 보호하다 보육원 등에서 자랄 수 있도록 도와주는 시설로 알고 있다. 그러나 베이비박스는 정부의 허가를 받아서 합법적으로 운영하는 시설은 아니다. 그래서 법원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온 행위도 '영아유기' 죄를 적용하고 있으며, 실제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온 부모를 처벌하기도 한다. 다만 법원은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두고 온 행위에 대해 영아유기로 판단함과 동시에 아이를 보호하려 했다는 점도 참작하여 베이비박스에 아이를 유기한 것을 양형 요인으로 삼기도 한다는 내용도 있다. 그러나 이런 제도조차 법으로 죄를 묻는다면 아이를 낳아 키울 수 없는 상황에 놓인 부모, 예를 들면 미혼모나 불법 체류자 등의 경우에는 더 큰 범죄로 이어질 수 있는 일 아닐까?
얼마 전 국회에서 통과된 출생통보제 같은 경우, 우리나라에도 진작부터 있어야 하는 제도였다고 생각한다. 의료기관이든 지자체든, 부모를 대신해 아이의 출생을 의무적으로 통보해야 어떤 보호라도 받을 수 있을 것이니 말이다. 그러나 일각에서 주장하고 있는 '보호출산제' 역시 병행되어야 이 제도가 현실적으로 잘 실현될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출생통보제 시행 시 신분 노출을 꺼리는 친모가 병원 밖에서 출산하는 것을 막기 위해 익명으로 출산하는 '보호출산제'는 미혼모 혹은 미성년 임산부 등에게 익명의 출산을 보장하고 정부가 아동의 출생신고를 맡는 제도를 말한다. 그러나 출생통보제와 달리 보호출산제를 둘러싼 의견 대립은 계속되고 있다. 보호출산제가 아동이 부모를 알 권리를 침해하고 양육 포기를 조장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소중한 아이의 생명과 미래가 걸린 일인 만큼 모두의 의견을 신중하게 고민해 봐야 하겠지만 일단은 태어난 아이의 생명부터 지킬 수 있는 방향이 되었으면 좋겠다. 부디 법과 제도의 개선을 통해 이 땅에 태어나는 생명이 마땅히 누려야 할 기본 권리를 보장받고 다시는 위와 같은 범죄들이 발생하지 않길 바란다.
*칼럼니스트 여상미는 이화여자대학교 언론홍보학 석사를 수료했고 아이의 엄마가 되기 전까지 언론기관과 기업 등에서 주로 시사·교양 부문 글쓰기에 전념해왔다. 한 아이의 엄마가 된 지금은 아이와 함께 세상에 다시 태어난 심정으로 육아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부딪히며 배워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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