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희의 정치사기] 신숙주와 홍준표

김세희 2023. 7. 18.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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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459년 조선 세조 5년 6월 16일, 폭우가 내려 한양에 홍수가 났다.

신숙주는 세종의 훈민정음 반포를 도운 집현전 학자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사실 신숙주가 당시 수해에 대한 책임 당사자는 아니었다.

조선시대 신숙주보다 폭넓은 공감능력을 보여주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위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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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숙주 초상<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문화재청>
홍준표 대구시장이 17일 오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국민의힘 윤재옥 원내대표와 면담을 마친 후 차량에 올라 기자들의 질문에 답하고 있다. 2023.7.17 연합뉴스

1459년 조선 세조 5년 6월 16일, 폭우가 내려 한양에 홍수가 났다. 도성 안은 바로 침수됐다. 수심은 4~5척(尺, 30cm), 어린 아이의 허리춤까지 물이 차 올랐다. 마을은 순식간에 아비규환이 됐다. 많은 민가와 사람이 물에 휩쓸려 떠내려갔다.

당시 우의정 신숙주가 임금에게 아뢨다. 신숙주는 세종의 훈민정음 반포를 도운 집현전 학자로도 유명한 인물이다. 그는 "스스로 생각해 보건대, 신은 사람이 변변치 못하나 특별대우를 받아 외람되게 음양을 조절하는 직에 발탁됐는데, 도움이 되질 못했습니다. 하늘이 진실로 재앙을 내린 것은 실로 신으로 말미암은 것입니다. 엎드려 바라건대, 속히 신의 관직을 파면해 하늘의 견책을 모면하소서"라고 했다.

사실 신숙주가 당시 수해에 대한 책임 당사자는 아니었다. 다만 국정의 많은 부분을 총괄하는 최고위 대신으로서 이 사태의 책임을 지고자 한 것이다.

이처럼 조선시대 고위급 관료들은 수해 피해가 발생하면 '자신의 부덕 때문에 하늘이 벌을 내렸다'며 스스로 면직을 청했다. 다른 기록에도 좌의정·우의정 등이 수해에 책임을 지고 사직을 청한 기록을 찾아볼 수 있다. 나라의 녹을 먹는 고위 관료로서 백성이 수해로 입은 피해에 대한 책임을 통감한 것이다.

오늘날을 살아가는 한 공직자와는 참 많이 다르다. 국민의힘 소속 홍준표 대구시장은 15일 대구를 포함해 전국에서 수해피해가 발생한 상황에서 주말 골프를 친 데 대해 "부적절하지 않다. 대통령이라면 다르겠지만 그 외 공직자들의 주말은 비상근무 외에는 자유다"라고 주장해 논란이 일었다. 나아가 홍 시장은 17일 국회에서 '국민 눈높이에 안 맞는다는 지적이 있다'는 취재진의 질문을 받은 뒤 "기자들이나 눈높이에 맞게 질문하라. 그게 어느 시대 법이냐"고 발끈했다.

물론 주말에 골프치는 건 문제가 아니다. 그러나 홍 시장이 골프를 친날은 전국적인 폭우로 대규모 인명피해가 발생한 날이었다. 특히 인근 경북 지역은 산사태로 피해가 심각했다. 전국적인 재난 상황을 광역단체장이 공감하지 못한다는 건 쉽게 납득하기 어렵다. 보통 사람보다 더 많은 부분에 책임감을 갖고, 국가와 지역민을 위해 일하라고 세금으로 월급을 주는 게 아닌가. 더구나 홍 시장은 국민의힘 대권주자다. 조선시대 신숙주보다 폭넓은 공감능력을 보여주고 무거운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위치다. 사회적 위상에 맞는 품격을 보여주길 바란다.

김세희기자 saehee012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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