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 대통령 "그냥 산들이 주택 덮친 모양" 발언에 "구경꾼 화법" 비판
예천 이재민 찾아 위로 발언 "다 복구해주겠다" 장담도
정청래 "엉뚱한 소리, 상황 파악 못했나" 최경영 "구경꾼 화법"
국민의힘 "파악해보겠다"
[미디어오늘 조현호 기자]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17일 이번 집중호우 산사태로 가장 많은 희생자와 피해를 낳은 경북 예천의 이재민을 만나 “그냥 주택뒤 산들이 무너져 민가를 덮친 모양으로만 생각했는대 몇백톤 바위가 굴러 내려온 건 처음봤다”고 말해 논란이다.
'피해자 입장에서 공감하고 위로해주기 보다는 구경꾼 같은 화법 아니냐'는 지적과 '사전에 제대로 상황 파악도 못하고 간 것이냐, 공감능력 제로'라는 쓴소리가 나왔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16일 오전 경북 예천 산사태 피해 현장을 방문해 이재민들과 만났다. 윤 대통령은 할머니에게 “아이고 얼마나 놀라셨느냐”며 “해외에서 산사태 소식을 듣고 '그냥 주택 뒤에 있는 산들이 무너져서 민가를 좀 덮친 모양이다' 이렇게만 생각했는데 몇백 톤 바위가 막 산에서 굴러 내려올 정도로 이런 건 저도 지금까지 살면서 처음 봐가지고 얼마나 놀라셨겠습니까”라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여기서 다 당분간 계시는 것이 좀 좁고 불편하시겠지만 평소에 그래도 많이 계시던 데니까 조금만 참고 계시라”며 “식사도 좀 잘 하시면서 정부에서 다 복구해드리고 다 할 테니까 너무 걱정하지 마시라”고 밝혔다. 윤 대통령은 “제가 마치고 올라가서 잘 챙겨서 마을 다시 복구할 수 있게 조치하겠다”고도 했다.
이 같은 발언을 두고 구경꾼 화법 아니냐는 목소리가 나왔다. 최경영 KBS 기자는 18일 오전 KBS 라디오 <최경영의 최강시사>에서 “구경하는 사람의 화법”이라며 “구경을 하고 있는 사람으로부터 나오는 말 같은게 왜 이렇게 나오는거냐. 재난상황에서는 대통령이 나서서 삽을 뜨는 것을 바라는 것은 아니다. 대통령은 대중적으로 그걸 할 필요가 없기 때문에 대중적으로 공감을 해주고 함께 이겨내자고 다독이고 말하는 게 중요하다”고 지적했다. 최 기자는 “정서적으로 그러려면 상황 파악이 확실히 돼 있어야 한다”며 “그런데 (저 발언은) 상황파악이 잘 안된 상태인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고 했다.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이날 방송에 출연해 “윤석열 대통령부터 위기 대응 태도가 이게 빵점”이라며 “우크라이나에 가서 수시로 보고도 받고 화상 회의도 했다고 해명했으니 국내 피해 상황을 잘 알 거 아니냐. 그런데 어제 그 산사태 현장에 가서 '주택 뒤 산들이 무너져 민가를 덮칠 정도였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전혀 엉뚱한 이야기 아니냐”고 반문했다.
정 의원은 “이거는 박근혜 전 대통령이 '세월호 때 왜 애들을 못 구하죠? (구명조끼 입고 있지 않느냐) 다 구한 거 아니에요' 하고 엉뚱한 소리하는 거하고 똑같다”며 “윤석열 대통령은 수시로 보고받았다는데 보고받은 걸 금방 까먹었느냐”고 했다. 정 의원은 “대통령은요, 국민들을 위로하고 치유하고 같이 공감하고 이런 게 필요하지 않느냐. 제가 볼 때 공감 능력이 제로”라고 평가했다.
윤 대통령이 다 복구해주겠다고 한 발언을 두고도 김민하 시사평론가는 이날 방송에서 “정부가 그분 들의 삶이라든 이전의 생활을 100% 완전히 복구해줄 수 있겠느냐”며 “온전히 그 이전으로 돌려줄 수 없다. 당장 되는 것도 아니다. 대통령의 그런 말이 공허하게 받아들여질 수 있다”고 우려했다.
이를 두고 국민의힘은 별다른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강민국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18일 오전 국회 본관 228호실 앞에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백브리핑에서 윤 대통령이 예천을 방문해 이재민 할머니한테 '산사태로 집 덮친 정도로만 알았다' '이런 산사태 나도 처음봤다'고 한 발언이 피해자 입장이 아니라 제3자나 구경꾼 위치에서 말하는 것 같다는 지적이 나오는데 어떻게 보느냐는 질의에 “잘 모르겠다”며 “내용을 파악해봐야 겠다”고만 답했다.
대통령실의 입장을 구하고자 대통령실 홍보수석, 대변인, 대변인실 등에 문자메시지와 SNS메신저로 질의했으나 이날 낮 12시까지 아직 답변을 얻지 못했고, 전화통화를 시도했으나 연결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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