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굴 때린 게 아니라 밀친 것' 이규성의 행동은 '난폭 행위'가 아니다?
[OSEN=정승우 기자] 이규성(29, 울산)에게는 아무런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다.
울산현대의 미드필더 이규성은 지난 12일 오후 7시 울산문수축구경기장에서 열린 울산과 인천 유나이티드의 하나원큐 K리그1 2023 22라운드 맞대결에서 선발로 출전했다.
보야니치와 함께 중원에서 합을 맞췄던 이규성은 후반 3분경 오른팔을 휘둘렀고, 여기에 인천 문지환이 얼굴을 맞아 쓰러졌다.
당시 이규성은 공격 과정에서 문지환의 마크를 받자 고개를 돌려 우측을 흘깃 봤다. 그러더니 오른팔을 높이 들어 올려 휘둘렀다. 멀리서 보기에는 의도를 가지고 가격한 모습으로 보였다.
얼굴을 맞은 문지환은 경기장 위에 누워 고통을 호소했지만, 이 경기 주심을 맡았던 안재훈 심판은 이 상황을 보지 못했고 울산의 공격 상황이 이어졌다. 주심은 코너킥 상황이 된 이후에야 문지환에게 다가가 상황을 체크했고, 울산 정승현이 문지환을 부축해 일으켜 세웠다. 문지환은 주심을 향해 이규성이 팔꿈치로 가격했다고 항의했지만, 이미 지나간 상황이었다.
경기 중에는 문제가 크게 불거지지 않았지만, 경기가 끝난 뒤 팬들 사이에서 이규성의 거친 행동이 도마에 올랐다.
일부 축구 팬들은 고의적인 행위라며 그가 중징계를 받아야 한다고 목소리 높였다. 당연히 퇴장이 나왔어야 한다는 의견이 컸다. 직접적으로 공을 다투고 있던 상황이나 문지환이 무리하게 손을 사용해 이규성을 잡아끄는 상황도 아니었기에 이규성의 이 행동은 불필요한 폭력 행위로 판단될 수 있었다.
한국프로축구연맹도 발빠르게 이 사건의 진위를 파악했다. 연맹 관계자는 경기 종료 직후 경기평가회에서 해당 장면이 언급됐고, 미디어 분석을 진행했다고 밝혔다. 그 결과 연맹 측은 사후 징계 가능성이 있다고 판단해 대한축구협회 심판위원회에 질의했다.
하지만 협회 심판실은 다른 판단을 내렸다.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심판위에서 가격의 제스처로 보기는 어렵다고 판단했다. 멀리서 볼 때는 가격으로 볼 수도 있지만, 느린 화면이나 확대 화면으로 보면 손과 손목의 위치가 미는 형태였다고 한다. 비디오 판독(VAR) 심판들과도 소통한 결과 경고 수준의 반칙이라고 본 것으로 알고 있다"라고 밝혔다.
대한축구협회 경기 규칙서 제12조 '파울과 불법행위' 퇴장 규정에 따르면 '난폭한 행위'는 퇴장성 반칙으로 규정된다. 하지만 이규성은 퇴장 판정을 받지 않았다. 즉 '난폭한 행위'가 아니었다는 뜻이다.
난폭한 행위에 대한 부연 설명도 있다. 규칙서에는 '난폭한 행위란 선수가 볼에 대해 도전하는 것이 아니면서 상대 선수나 팀 동료, 팀의 임원, 심판, 관중, 기타 다른 사람에게 접촉 여부와 상관없이 과도한 힘을 사용하거나 시도하는 것, 혹은 잔혹한 행동을 하거나 시도하는 것을 말한다'라고 적혀 있었다.
규칙서는 '선수가 볼에 대한 도전을 하지 않고, 상대편이나 다른 사람의 머리 또는 얼굴을 손/팔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가격했을 때, 무시할만한 힘이 아니었다면 난폭한 행위로 처벌한다'라고 설명하고 있다. 하지만 이규성에게 아무런 재제가 내려지지 않았다. 쉽게 말해 협회 심판실은 '의도적인 가격'이 아니었으며 '무시할만한 힘'이었다는 판단을 내렸다는 뜻이다.
17일 OSEN과 통화를 진행한 강창구 협회 전임심판강사는 "만장일치는 아니었고, 의견이 나뉘었다. 심판위 내에서도 개인 차이는 있지만, 그래도 퇴장감은 아니라는 의견으로 모아졌다. 분석팀 전체적으로 퇴장을 주기에는 강도가 약하다고 판단했다"라고 말했다.
강창구 전임심판강사는 "멀리서 보면 손이 얼굴 쪽으로 갔으니 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분석팀에서는 쳤다기보다는 손으로 머리 쪽을 미는 형태이기 때문에 퇴장을 주기에는 약하다는 의견을 내놨다"라고 설명했다.
직전 상황에서 문지환이 유니폼을 살짝 잡아당기면서 이규성이 이를 떨쳐내려 한 '전체적인 맥락'도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강창구 전임심판강사는 "이전 상황에서 약간의 신체 접촉이 있다. 유니폼을 잡으면서 옷자락이 살짝 늘어난다. 그걸 떨쳐내고자 한 행동으로 보인다. 가격과 밀치는 행위는 다르지 않냐는 이야기가 나왔다"라고 전했다.
심판위의 설명에도 팬들은 여전히 이규성에게 징계가 내려져야 마땅하다는 의견으로 모이고 있다. 아무리 맥락을 고려하더라도 고의성이 보이는 데다가 주먹이든 전완이든 얼굴을 친 행위임에는 분명하다는 의견이 많다.
또한 규칙서 설명처럼 이규성은 '볼에 대한 도전'을 하지 않았고 '상대편이나 다른 사람의 머리 또는 얼굴을 손/팔을 이용해 의도적으로 가격'한 것처럼 보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끝내 이규성에게는 아무런 징계가 내려지지 않았고 15일 수원삼성과 경기에서 다시 선발로 출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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