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스밸리 53도' 폭염에 들끓는 북반구…그리스는 산불 고통

伊 유럽 역대최고 48도 근접할듯…그리스 어린이 1천명 캠프중 대피
WMO "지중해 국가 최고기온 기록 가능성"…중국 신장도 52도

17일 이탈리아 로마의 스페인 계단 앞 분수에서 열을 식히는 사람들 [EPA=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전 세계가 극단적인 기상 이변에 시달리는 가운데 북반구 곳곳에서 기록적인 폭염과 산불이 더욱 심해지고 있다.

17일(현지시간) AFP·로이터 통신과 영국 일간 가디언에 따르면 유럽과 북미, 아시아의 각국 보건 당국은 폭염 경보를 발령하고 국민에게 건강과 안전에 유의할 것을 당부했다.

이탈리아에서는 로마, 볼로냐, 피렌체 등 16개 도시에 적색경보가 내려졌으며, 이는 19일까지 23개 도시로 늘어날 것으로 예측된다.

이번 주 최고 기온은 2021년 8월 시칠리아 마을 플로리디아에서 세워진 역대 유럽 최고기온 기록인 48.8도에 근접할 수도 있다고 관측된다.

이탈리아 당국은 이번 폭염을 "올여름 들어 가장 강력한 폭염이며 역대 가장 강력한 폭염 중 하나"라면서 대비를 당부했다.

그리스에서는 산불이 번지고 있다.

17일 그리스 아테네 근교 라고니시에서 산불 진화를 돕는 주민 [AFP=연합뉴스]

아테네 서쪽에 있는 해변 휴양지 루트라키에서는 강풍을 타고 산불이 번지면서 여름 캠프에 참여하고 있던 어린이 1천200명이 대피했다.

쿠바라스와 라고니시, 아나비소스 등지에서도 산불이 번지고 있다. 현지 방송 영상을 보면 이 지역에서 많은 주택과 차량이 불에 탔다.

스페인에서는 지난 15일 카나리아 제도 라팔마에서 시작된 산불이 계속돼 4천600헥타르와 건물 20여 채를 태웠다.

스페인 남부 마을 비야로블레도에서 기온은 47도까지 치솟았다.

세계기상기구(WMO)는 이날 지중해 지역의 폭염이 이번 주 중반까지 이어져 국가별로 신기록이 경신될 수 있다고 전망했다.

WMO는 "주중(7월 17일)까지 그리스와 튀르키예를 포함한 지중해 곳곳에서 폭염이 강해질 것으로 예상된다"며 "8월에도 계속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16일 데스밸리 국립공원에서 걸어가는 사람들 [AP=연합뉴스]

지구상에서 가장 더운 곳 중 하나로 꼽히는 미국 캘리포니아의 데스밸리는 지난 16일 낮 최고기온이 53.3도에 달했다. WMO에 따르면 지구상 역대 최고 기온은 1913년 7월 데스밸리에 있는 퍼니스 크리크에서 기록된 56.7도다.

애리조나주 피닉스에서도 낮 기온이 18일 연속 43도를 넘기면서 월요일인 17일 낮에 45도에 달했다.

미국 기상청은 최소 이번 주말까지는 이같은 높은 기온이 예상된다면서 밤중 최저 기온도 32도 이상으로 위험한 열대야가 이어질 수 있다고 경고했다.

캐나다에서는 통제 불능의 산불이 이어지고 있다. 17일 기준 882건의 산불이 진행 중이다.

16일 퍼니스 크리크 관광 센터 앞에 있는 데스밸리 비공식 기온 측정기 옆에서 기후대응 시위를 벌이는 사람 [AFP=연합뉴스]

아시아도 폭우와 함께 폭염에 시달리고 있다.

중국에서는 북부 신장위구르자치구 저지대에서 기온이 52.2도에 달하면서 역대 중국 최고 기온을 경신했다.

일본에서는 47개현 중 32곳에서 열사병 경보가 발령됐다. 일본 언론에 따르면 도쿄에서 병원에 이송된 51명을 포함해 최소 60명이 열사병으로 치료를 받았다.

앞서 유럽연합(EU)의 기후변화 감시기구인 코페르니쿠스 기후변화서비스(C3S)에 따르면 올해 6월이 기상 관측 이래 가장 더운 6월로 기록됐으며 7월에도 역대 가장 더운 7월이 될 가능성이 있다.

또한 WMO는 올해 7월 첫 주가 역대 같은 기간 가운데 지구 평균기온이 가장 높은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페테리 탈라스 WMO 사무총장은 "극단적인 기상이 보건과 생태계, 경제, 농업, 에너지, 물 공급에 큰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이는 온실가스 배출을 가능한 한 빨리 대폭 줄여야 하는 시급성을 보여준다"고 말했다.

프랑스 아비뇽에서 스카프로 햇빛을 피하는 여성 [AFP=연합뉴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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