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DI "낮은 가격 머무는 국내 온실가스 배출권…이월 제한 풀어야"

김유승 기자 2023. 7. 18. 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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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DI '배출권거래제의 시장기능 개선방안' 발표
"정부가 가격 따라 공급량 조절하는 '시장안정화' 제도도 필요"
남극대륙에 보이는 펭귄들.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김유승 기자 = 온실가스 배출 감축을 위해 배출권거래제도가 시행되고 있지만, 배출권 가격이 낮게 형성돼 제도가 제 역할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현행 배출권 이월 제한을 완화하고, 가격에 따라 정부가 배출권 물량을 조절하는 시장안정화 제도가 필요하다는 국책연구원의 진단이 나왔다.

한국개발연구원(KDI)은 18일 이러한 내용이 담긴 '배출권거래제의 시장기능 개선방안' 제하의 'KDI FOCUS' 자료를 발간했다.

국내 배출권거래제도는 기업과 경제에 미치는 비용을 최소화하면서 국가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달성할 목적으로 2015년에 도입됐다. 배출권거래 참여 업체들은 스스로 온실가스를 추가적으로 감축하는 비용과 배출권 가격을 비교하여 저렴한 방법을 선택하게 돼 국가 전체적으로 온실가스 감축목표를 비용 효과적으로 달성할 수 있게 된다.

하지만 2020~2021년 전 세계적으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상향되며 주요국 배출권 가격이 2~3배 이상 급상승한 것과 달리, 국내 배출권 가격은 반대로 3분의 1로 하락해 주요 배출권거래제 중 가장 낮은 수준을 보이고 있다.

윤여창 KDI연구위원은 "배출권 가격이 낮게 유지돼 참여업체들은 온실가스 감축 설비 및 기술에 투자하기보다는 배출권을 구매하는 방식을 선택하게 된다"며 "배출권 판매 수익을 재원으로 하는 기후대응기금의 규모도 축소된다"고 지적했다.

배출권 가격 하락 현상은 국내 배출권 제도가 기업의 배출권 매도를 권장하기 위한 목적으로 초과 배출권을 다음 연도 이후 활용하는 것을 제한하면서 나타났다는 게 KDI 분석이다. 이월이 제한돼 기업들이 배출권을 추가 확보할 유인이 감소하고,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상향됐음에도 그 기대가 현재 배출권 수요에 반영되지 않아 가격이 오르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이같은 한국 제도의 특성은 유럽연합(EU)와 뉴질랜드 등은 이월을 무제한 허용하고 있고, 미국 캘리포니아의 경우 보유량만 제한하고 있는 점과 비교하면 이례적이다.

특히 2026년부터는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 목표가 적용되면서 배출권 총 공급량이 급격히 줄어들 전망인데, 이월 제한이 지속되면 이에 따른 충격이 분산되지 않고 2026년을 기점으로 영향이 집중돼 기업 부담이 커질 수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여창 KDI 연구위원(KDI 제공)

윤 연구위원은 "상향된 온실가스 감축목표가 배출권 시장에 반영될 수 있도록 배출권 이월 제한을 조속히 완화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다만 배출권 가격이 장기적으로 상승할 것으로 전망되는 상황에서 이월 제한이 풀리면 배출권을 확보 수요가 증가해 공급과 거래량이 빠르게 줄어들 우려가 있다.

윤 연구위원은 이같은 문제를 방지하고자 이월 제한 완화를 단계적으로 진행하면서, 추가적인 보완 장치를 함께 마련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또 대표적 보완 장치로 뉴질랜드나 캘리포니아와 같이 배출권 가격에 따라 총공급량을 조절하는 방식의 '시장안정화 제도'를 제시했다.

가령 배출권 가격이 일정 수준 이상으로 올라가면 정부가 계획된 예비분을 시장에 추가적으로 공급하고, 하한 이하로 떨어지면 경매를 취소하거나 보다 적극적으로 정부가 시장에서 배출권을 구매해 예비분으로 확보하는 식이다.

윤 연구위원은 다만 "시장안정화 제도의 가격단계가 많아질수록 이월 제한 완화로 인해 단기적 가격 급등 현상이 심화될 수 있다"며 "뉴질랜드와 같이, 예비분 공급 가격과 가격하한으로 구성되는 2단계의 가격단계를 우선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윤 연구위원은 다른 보완 장치로는 유상할당 업체로 제한돼 있는 배출권 경매 참여대상을 확대해 배출권 공급의 창구를 확보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중소업체들의 경우 경매 참여를 위한 인력 운영 등 거래비용으로 탓에 참여가 저조한 문제가 발생할 수 있는 만큼, 금융권과 증권사를 통한 위탁매매를 활성화해 비용 부담을 낮출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끝으로 온실가스 감축을 위한 의사결정은 장기적 관점에서 이뤄지는 만큼 배출권 시장 운영의 예측 가능성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윤 연구위원은 "EU는 배출권 총공급량이 매년 일정한 비율로 감소하는 감축계수를 활용해 연도별 총공급량을 결정하고, 캘리포니아는 2031년까지는 연도별 총공급량을 공고하고, 2032년부터 2050년까지는 총공급량을 결정하는 공급량 공식을 제시한다"며 "반면, 국내 배출권거래제는 새로 시작되는 계획기간 직전에 해당 계획 기간의 할당계획을 발표하기 때문에 장기적 예측에 어려움이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배출권 총공급량과 시장안정화 제도의 가격 단계에 대한 장기 계획을 공고해 배출권 참여업체들에 충분한 정보를 제공해야 한다"고 제언했다.

kys@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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