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팽이관 기형’ 소아 난청 환자도···청신경 잘 보존되면 정상 수준 회복

김태훈 기자 2023. 7. 18. 1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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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홍주 서울아산병원 이비인후과 교수가 소아 환자를 진료하고 있다. 서울아산병원 제공

달팽이관 이상으로 인공와우 수술을 받는 소아 난청 환자들의 수술 결과는 청신경 보존 상태에 따라 달라진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보청기로도 효과를 보지 못하는 고도 난청 환자가 수술 여부를 결정하는 데 도움을 줄 것으로 전망된다.

서울아산병원은 박홍주 이비인후과 교수팀이 귀 가장 안쪽(내이)에 기형을 가진 소아 난청 환자 42명을 대상으로 시행한 연구 결과를 발표했다고 18일 밝혔다. 이 환자들은 달팽이관이 완전하게 발달하지 못하는 ‘몬디니 이형성증’이란 질환으로 중증 난청을 진단받아 1994~2013년 사이에 인공와우 이식을 받았다. 연구진은 환자들이 달팽이관 안에 전극을 삽입해 청신경을 자극하는 인공와우 수술을 받은 이후 7년 넘게 청각기능이 발달하는지 추적했다.

연구 결과, 내이 기형이 있더라도 청신경이 잘 보존되어 있으면 인공와우 이식 결과가 좋은 것으로 나타났다. 환자의 청신경 보존 상태는 자기공명영상(MRI)과 컴퓨터 단층촬영(CT)을 통해 확인했다. 연구진은 청신경이 굵고 청신경이 지나는 길목인 ‘골성 청신경관’의 폭이 넓은 환자일수록 말소리를 변별하는 능력이 우수했다고 밝혔다. 말소리를 얼마나 잘 변별해내는지 알아보는 단어인지검사(WRS)에서 골성 청신경관 폭이 정상인 환자는 평균 79%의 정확도를 보였지만, 폭이 좁은 환자들은 평균 58%에 그쳤다.

청신경의 굵기를 나타내는 최대 지름 역시 인공와우 이식 후 청각기능과 밀접한 연관성을 보인 것으로 확인됐다. 청신경이 굵은 환자는 그렇지 않은 환자보다 말소리 변별 정확도가 높게 나타났다. 내이 기형인 이 환자들과 달리, 대조군으로 정상 내이를 가졌지만 청각장애 때문에 인공와우 이식을 받은 환자들(86명)에게 단어인지검사를 한 결과 정확도는 평균 77%였다.

연구진은 내이 기형이 있어도 청신경 보존 상태가 좋다면 내이 형태가 정상인 이식 환자들과 비슷한 수준의 청각능력 향상을 보인다는 점이 확인됐다고 밝혔다. 난청 환자들이 인공와우 수술을 할지 결정하는 데 도움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 기존 연구 결과에 따르면 보청기를 낀 효과가 없을 정도로 난청이 심한 성인 환자는 장기간 청각재활을 하지 않고 방치하면 청신경이 점차 퇴화해 인공와우 수술 결과가 좋지 않았다.

박홍주 교수는 “최근 소아 난청은 신생아 시기 검진을 통해 조기에 진단되고 있으며 인공와우 수술을 받으면 청각 및 언어 발달도 거의 정상 수준으로 이뤄지고 있다”며 “난청 진단을 받았다면 전문의와 상의해 적절한 치료를 조기에 시행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김태훈 기자 anarq@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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