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자격자가 국대 핵심…2년 동안 몰랐다

김건일 기자 2023. 7. 18. 11: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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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4일 대한축구협회(KFA)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자 축구계가 술렁였다.

핵심 전력인 이강인(22)을 확정하고도 "소속팀과 차출을 조율 중"이라는 정보보다 더 큰 화두가 있었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지난 15일 최종 엔트리 제출을 마감했는데,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최종 엔트리 변경은 부상 또는 의학적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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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21년 10월 27일 싱가포르 잘란베사르 스타디움에서 황선홍 감독과 이상민. ⓒ대한축구협회
▲ 지난 14일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남자 축구 대표팀 명단 발표 기자회견에서 황선홍 감독. ⓒ대한축구협회
ⓒ대한축구협회

[스포티비뉴스=김건일 기자] 지난 14일 대한축구협회(KFA)가 항저우 아시안게임 축구대표팀 최종 엔트리를 발표하자 축구계가 술렁였다.

핵심 전력인 이강인(22)을 확정하고도 "소속팀과 차출을 조율 중"이라는 정보보다 더 큰 화두가 있었다. 음주 운전 전력이 있는 이상민(23, 성남FC)을 선발한 것이다. 이상민은 지난 2020년 5월 음주운전으로 적발돼, 그해 8월 5일 도로교통법 위반으로 벌금 500만원의 형이 확정됐다.

문제는 대한축구협회가 음주 운전 등 사회에 물의를 일으킨 일부 행위를 국가대표 차출에 반영한다는 점이다. '축구국가대표팀 운영규정' 제17조에 따르면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500만원 이상의 벌금형이 선고되고, 그 형이 확정된 지 3년이 지나지 않은 자는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고 돼 있다. 따라서 규정상 이상민은 2023년 8월 4일까지 국가대표로 선발될 수 없다.

그런데 2021년 9월 24일 황선홍 23세 이하 대표팀 감독은 23세 이하 아시안컵 예선을 대비한 훈련에 이상민을 소집했다. 그리고 10월 4일 예선 참가 엔트리에 이상민을 포함시켰다. 이상민은 예선 3경기 중 2경기에 선발 출전해 풀타임 활약으로 본선 진출을 도왔고, 본선 엔트리에까지 승선했다.

▲ 황선홍 감독 ⓒ대한축구협회

공교롭게도 해당 대회 예선과 본선을 발판으로 이상민은 황선홍호 핵심으로 자리 잡았다. 조별리그 1차전 말레이시아와 경기에 선발 출전해 전반 31분 이강인이 올린 코너킥을 머리로 받아 넣어 선제골로 연결해 4-1 승리를 이끌었다. 이 경기에선 주장 완장까지 찼다. 또 우즈베키스탄, 태국과 경기까지 조별리그 3경기에 모두 선발 수비수로 출전했다. 그렇게 현재로선 '국가대표 자격이 없는' 이상민의 항저우 아시안게임 최종 엔트리 승선은 당연시됐다.

대한축구협회는 성명서에서 "해당 선수의 경우 2020년부터 지금까지 K리그2 소속으로 뛰며 음주운전으로 프로축구연맹 징계를 받은 사실이 있고 이후 연령별 대표팀에 선발되었는데, K리그1이나 A대표팀 선수 등과 비교하면 리그 소식도 선수 관련 정보도 상대적으로 외부에 잘 알려지지 않기에 2021년 첫 선발 당시 해당 사실과 연관되어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습니다. 이 점에 대해 협회가 관련 절차 처리에 대해 미숙함이 있었음을 인정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고 밝혔다.

더 큰 문제는 또 있다. 현재로선 이상민이 빠지는 자리를 채울 수 없다는 사실이다.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는 지난 15일 최종 엔트리 제출을 마감했는데, 대한축구협회 관계자는 "최종 엔트리 변경은 부상 또는 의학적 사유가 있어야만 가능하다"고 밝힌 바 있다. 대한축구협회는 대한체육회를 통해 관련 사항을 문의하겠다는 계획이지만, 아시아올림픽평의회(OCA)로선 형평성에 문제를 제기할 수 있다.

황 감독은 엔트리를 발표한 자리에서 "필드플레이어가 19명이기 때문에 멀티 포지션 가능 여부를 고려했다"고 말했다. 그만큼 이번 대회에선 엔트리 한 장이 중요한데, 기본을 간과한 행정 처리로 한 장을 날릴 위기에 놓인 것이다. 게다가 이번 엔트리 포함된 전문 센터백은 이상민을 포함해 이재익(서울이랜드), 이한범(FC서울)까지 단 3명. 대표팀에서 수비형 미드필더로 비중이 클 것으로 예상됐던 박진섭(전북 현대)을 센터백으로 기용하는 방안이 불가피해졌다.

대한축구협회는 "지난 행정상의 미숙함과 문제점을 직시하고 재발방지를 위한 방안을 마련하겠습니다. 대표팀 명단 확정 전 징계 이력을 확인하거나, 해외 국가의 사례를 참조하여 '서약서를 제출하게 하거나, 프로축구연맹에서 표준계약서 제공 시 문제 경력을 체크'할 수 있게 하는 등 여러 방안을 마련하도록 하겠습니다"고 했다.

황선홍 감독 역시 "감독, 코칭스태프들도 선수를 선발하는 과정에서 부주의했던 것에 깊이 사과드린다"라며 향후 선수 선발과 운영 관련 사항을 더 세밀하게 신경쓰겠다"고 고개 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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