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반도체협회, 바이든에 '반기'…"중국 추가 조치 안돼"

연합뉴스

조 바이든 행정부가 대중 반도체 수출 등과 관련해 추가 통제 조치에 나설 것으로 전망되는 가운데 미국 반도체산업협회(SIA)가 이를 반대한다는 입장을 공개적으로 밝혀 귀추가 주목된다.

세계 최대 반도체 시장인 중국에 대한 접근을 미국 정부가 막아서는 안된다는 것이 골자다. 

SIA는 17일(현지시간) 홈페이지에 올린 성명을 통해 "정부의 반도체 수출 통제 조치가 지나치게 광범위하고 모호해 반도체 기업의 경쟁력을 약화시킬 수 있다"며 "또 반복적인 제재 조치로 중국의 보복을 부를 수 있다"고 말했다. 

SIA는 이어 "우리는 양국 정부가 긴장을 완화하고 추가적인 조치 확대가 아닌 대화를 통해 해결책을 모색할 것을 촉구한다"며 "미 행정부의 현 조치에 대해 동맹국들간 최대한 조율이 될 때까지 추가 제한 조치를 자제해달라"고 덧붙였다. 

SIA에는 인텔, IBM, 퀄컴, 엔비디아 등 미국 기업은 물론 삼성과 SK하이닉스 그리고 대만의 TSMC도 들어가 있다. 

앞서 미국 상무부는 지난해 10월 △핀펫(FinFET) 기술 등을 사용한 로직칩(16nm 내지 14nm 이하) △18nm 이하 D램 △128단 이상 낸드플래시를 생산할 수 있는 장비·기술을 중국 기업에 판매할 경우 허가를 받도록 하는 광범위한 대중국 수출통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여기에 더해 미국은 조만간 저사양 인공지능(AI) 반도체와 클라우드 컴퓨팅에 대한 중국의 접근을 제한하는 조치도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이와 함께 미국 정부는 중국의 첨단산업 발전에 도움을 줄 수 있는 미국 기업 등의 투자를 제한하는 아웃바운드(역외) 투자 제한 조치도 준비중이다. 

연합뉴스

이에 중국도 가만 있지는 않았다. 앞서 중국은 미국의 마이크론을 제재한데 이어 최근에는 반도체 원료인 갈륨·게르마늄 등에 대한 수출 제한 조치를 발표한 바 있다.

이는 지난해 10월 미국의 대중국 반도체 장비 수출 통제에 대해 '맞불'을 놓은 것으로, 향후 미국의 추가 대중 제재가 이뤄질 경우 중국도 또 다른 '보복 카드'를 꺼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이렇게 될 경우, 미국과 중국이라는 고래 싸움에 애꿎은 SIA 회원사들만 '새우 등 터지는' 상황이 벌어지는 셈이다. 

이날 SIA의 성명 발표에 앞서 미국 주요 반도체 회사 경영진들은 백악관을 찾아 미 행정부 최고위 관료들과 대중 반도체 제재에 대해 폭넓은 의견을 교환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 자리에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 지나 러몬도 상무장관, 레이얼 브레이너드 백악관 국가경제위원회(NEC) 위원장,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NSC) 등 미국의 안보·경제 사령탑들이 참석했다. 반도체 업계에서는 인텔, 퀄컴, 엔비디아 CEO가 자리를 함께했다.

특히 미국 반도체 기업들은 이 자리에서 최대 시장인 중국 사업에서 손실을 볼 경우 기술 발전에 투자할 수 있는 능력이 저하되고, 궁극적으로 미국의 리더십이 약화될 것이라는 입장을 내놓은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미 국무부 대변인은 이날 언론 브리핑에서 "블링컨 장관이 최근 중국을 방문한 후 반도체 산업과 공급망 문제에 대한 그의 관점을 공유했다"며 "또한 반도체 업계가 공급망 이슈를 어떻게 보는지, 업계가 중국에서 어떻게 사업을 수행하고 있는지 등에 대해 회사들로부터 직접 얘기를 들었다"고 말했다.

※CBS노컷뉴스는 여러분의 제보로 함께 세상을 바꿉니다. 각종 비리와 부당대우, 사건사고와 미담 등 모든 얘깃거리를 알려주세요.

• 이메일 :jebo@cbs.co.kr
• 카카오톡 :@노컷뉴스
• 사이트 :https://url.kr/b71afn

워싱턴=CBS노컷뉴스 최철 특파원 steelchoi@cbs.co.kr

▶ 기자와 카톡 채팅하기▶ 노컷뉴스 영상 구독하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