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독 광부·간호사의 자부심 새기는 무대 만들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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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독 광부와 간호사 분들이 고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만들 것입니다. 또 그분들의 후세에게 한국인의 바른 정신과 기질을 전하는 시간으로 꾸미겠습니다."
"이번 공연을 후원한 문화유산국민신탁,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등의 기관과 기꺼이 협찬해 준 여러 중소업체 대표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덕분에 우리 얼이 깃든 음악 공연으로 이제 고령이신 파독 광부, 간호사 분들의 생애를 어루만질 수 있게 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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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독 수교 140주년 겸한 행사
‘자랑스러운 재독한인…’ 초연
작곡한 곡과 우리 민요 등 선사
‘獨서 활약’ 정나래 일부 곡 지휘
“파독 광부와 간호사 분들이 고국에 대한 자부심을 느낄 수 있는 공연을 만들 것입니다. 또 그분들의 후세에게 한국인의 바른 정신과 기질을 전하는 시간으로 꾸미겠습니다.”
작곡가이자 음악 감독인 이병욱(72) 서원대 명예교수는 17일 이렇게 말했다. 그는 내달 19일 독일 카스트로프-라우셀의 극장 유로파할레에서 파독 광부·간호사 60주년 기념 공연 ‘한국의 미(美)’를 펼친다. 한·독 수교 140주년 기념을 겸한 공연은 그가 이끄는 실내악단 ‘이병욱과 어울림’과 ‘어울사랑예술단’이 주축을 이룬다.
이번 공연은 재독한인총연합회에서 그에게 ‘자랑스러운 재독한인동포여’(장순휘 시)라는 노래의 작곡을 의뢰한 것이 계기가 됐다. “한인 총연에서 재작년에 저에게 편지를 보내와 간곡히 요청했지요. 작곡료는 없다고 했지만(웃음), 기꺼이 응했습니다. 그분들이 이국에서 흘린 땀과 눈물이 오늘날 대한민국 발전의 초석이 되었으니까요.”
이 교수는 독일 카를스루헤(Karlsruhe) 국립음대에서 유학(1984∼1988)할 때 독일에 광부, 간호사로 일하러 온 동포들을 만나며 큰 감명을 받았다고 한다. “우리 간호사 분들은 독일인들이 기피하는 험한 일도 마다하지 않고 해냈다며, 현지인들이 칭찬하더군요. 그 이야기를 들으니 가슴이 먹먹했습니다.”
그는 지난 2015년 파독 광부들이 일한 딘스라켄의 옛 광산터에서 자신이 작곡한 노래 ‘땅 속에서 뜨는 별’(임병길 시)을 초연했다. 재독 한인들인 청중이 모두 눈물을 흘리는 바람에 객석이 눈물바다가 됐다는 것이 그의 기억이다.
이번 공연은 ‘자랑스러운 재독한인동포여’(장순휘 시)를 초연하고 ‘달항아리’ ‘우리는 사랑으로’ ‘평화를 위한 2023’ 등 그가 작곡한 곡들을 들려준다. 서양의 현대 음악에 한국 고유의 정서를 가미한 이병욱류의 작품들이다.
“독일 유학 때 스승인 볼프강 림 교수께서 서양 음악을 흉내 내려 하지 말고 오랜 전통을 지닌 너희 나라 판소리, 가야금 산조 등에서 현대 음악을 찾으라고 말씀하셨어요. 그게 제 음악의 길이 됐지요. 1988년 서울올림픽 행사에서 선보인 성화 봉송 곡과 한강의 노래 등이 그 길에서 나온 것입니다.”
이번 공연은 그의 작품뿐만 아니라 ‘새타령’ ‘경복궁 타령’ 등 우리 민요와 함께 장구솔로, 태평무 등을 다채롭게 선사한다. 최경하 테너를 비롯한 재독 한인 성악가 9명과 독일 NRW 주립 아카데미 청소년 합창단이 함께한다. 이 합창단은 독일에서 활약하며 이름을 떨치고 있는 정나래 지휘자가 이끈다. 마침 유럽을 순회 공연하는 대전 DMC 어린이합창단도 이번 무대에 동참한다는 것이 이 교수의 전언이다.
“이번 공연을 후원한 문화유산국민신탁, 한국문화국제교류운동본부 등의 기관과 기꺼이 협찬해 준 여러 중소업체 대표들께 감사드립니다. 그 덕분에 우리 얼이 깃든 음악 공연으로 이제 고령이신 파독 광부, 간호사 분들의 생애를 어루만질 수 있게 됐습니다.”
장재선 전임기자 jeijei@munhw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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