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스트러너' BTS 정국의 눈부신 홀로서기
아이즈 ize 이설(칼럼니스트)
그룹 방탄소년단(BTS)의 막내이자 보컬 정국이 지난 14일 솔로 곡 '세븐'(Seven)을 발표하자 예상대로 전 세계 팬들이 뜨겁게 반응했다. '세븐'은 세계적인 음원 스트리밍 플랫폼 스포티파이의 '데일리 톱 송 글로벌' 차트에서 이틀 연속 1위에 올랐다. 현지 시간으로 15일 하루 동안 1348만559회 스트리밍돼 전날에 이어 또다시 정상을 차지했다. 한국 솔로 가수로서 이 차트에 1위로 진입한 것은 정국이 처음. '세븐'의 스트리밍 횟수는 '톱 송 글로벌' 신규 진입곡 중 역대 최대치의 기록이었다. 이 밖에도 미국·영국·독일·프랑스 등 106개국 아이튠즈 '톱 송' 차트, 일본 오리콘 '데일리 디지털 싱글 랭킹' 1위를 휩쓸었다. 국내 주요 음원 플랫폼 멜론의 '톱 100' 차트에서도 걸그룹들의 치열한 공세를 뚫고 첫날 1위를 한 데 이어 4일째 톱5 안에 머물고 있다.
'세븐'은 처음 듣는 순간, 무릎을 탁 치게 만드는 곡이다. 어쩜 이렇게 정국의 보이스 컬러와 꼭 들어맞는지 신기할 정도다. 정국은 지민보다는 두껍지만 뷔보다는 얇은 중간층의 목소리를 보유하고 있다. 중간이라고는 하지만 음색이 맑고 뚜렷해서 듣는 사람의 귀를 잡아끄는 매력이 있다. 그래서 BTS가 신곡을 발표할 때마다 마치 프로야구팀의 1번 타자처럼 정국이 도입부를 담당하곤 했다. 빌보드 '핫100' 1위곡 '다이너마이트'나 '버터'에서 정국의 활약이 그 예다. '다이너마이트'에서 "오늘 밤 난 별들 속에 있으니∼"로 시작하는 대목에서의 신선함과 강렬함, '버터'의 '버터처럼 부드럽게∼'에서의 심장을 두드리는 비트는 정국의 보이스 컬러가 얼마나 호소력이 강한지를 보여준다.
'다이너마이트'가 지난 2020년 9월 한국 가수 최초로 빌보드 '핫 100' 1위에 올랐을 때 팬들은 두 가지에 놀랐다. 하나는 한국 그룹이 미국 차트의 최정상에 올랐다는 사실, 그리고 다른 하나는 도입부를 부른 정국이 보여준 인상 깊은 이미지 때문이었다. 원어민이 아닌데도 영어 벌스(가사)를 자유자재로 다루는 듯한 리듬감과 액센트가 현지인들을 놀라게 했다. 나아가 얇은 듯하지만 선명한 보이스 컬러가 마이클 잭슨을 연상시켜 더욱 화제를 모았다. 잭슨 특유의 공기 반, 소리 반의 숨소리와 절도 있는 리듬이 7명의 멤버 중에서도 정국을 가장 돋보이게 했다.
BTS는 빌보드뮤직어워즈, 아메리칸뮤직어워즈, 그래미어워즈 등 세계적인 시상식 무대에 서면서 국제적인 매너를 많이 보여줘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영어로 커뮤니케이션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했는데 그 역할을 대부분 RM이 맡았다. 신곡의 영어 랩 부문은 물론 시상식에서의 소감, 토크쇼의 답변, UN 연설 등 거의 모든 커뮤니케이션 과정에서 '통역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RM 역시 '토종'이지만 어린 시절 학원에서 배운 영어가 바탕이 됐다는 게 알려지면서 화제를 모으기도 했다.
이 와중에 정국은 BTS의 '두 번째 스피커'로서의 역할을 훌륭하게 수행했다. 신곡의 도입부를 책임지면서 가끔 시상식이나 토크쇼에서 영어로 소감을 전달했다. 정국은 '패스트 러너(Fast Learner)'다. 노래와 댄스는 말할 것도 없고, 언어와 액션에서도 남다른 감각을 보여주고 있다. 2013년 BTS가 데뷔할 때만 해도 정국의 영어 수준은 보잘것없었다. 그러나 점차 영어 발언 기회를 늘려가더니 결국엔 RM에 이어 거의 매번 메시지를 전하는 스피커가 됐다. 외국 기자들과의 기자회견에서도 짧지만 정확한 영어로 깊은 인상을 줬다. 그런 노력과 열정이 마이클 잭슨과 비교될 정도가 된 것이다. 이번 솔로 데뷔곡에 대한 소감을 말하는 대목에서도 그의 '패스트 러너'적 기질이 잘 드러난다. "녹음을 계속하다 보니 성장할 수 있겠다는 생각도 들었고, 더 완벽히 소화하고 싶다는 음악적 목표도 생겼다. 여러분께 보여드린 적 없었던 새로운 정국의 모습을 보여드릴 수 있게 됐다."
정국의 '패스트 러너'적 면모는 복싱을 배우던 영상 속에서도 엿볼 수 있다. 지금은 개별 SNS를 중단했지만 그 전에 그가 SNS에 올려놓은 복싱 연습 영상을 보면 혀가 내둘러진다. 연습한 지 얼마 안 된 것 같은데 스파링 파트너와의 호흡과 스피드가 프로 선수 뺨친다. 거짓말을 조금 보태면 미트를 때리는 주먹이 거의 보이지 않을 정도다.
정국이 무엇이든 남들보다 빨리 배울 수 있는 것은 그의 기질과 태도 덕분이라고 생각한다. 실수를 두려워하지 않는 용기, 어떤 일이든 긍정적으로 마주하고 적극적으로 즐기려는 마음가짐에 있다. 정국은 '세븐'을 처음 듣고 "'이거는 해야 한다. 너무 좋다'는 생각이 들었다. 듣자마자 꽂힌 곡이 많이 없는데, 이 곡은 되게 좋았고, 무대에서 할 때의 이미지가 그려졌다"면서 "솔로는 처음인데 녹음하면서 배울 수 있는 점들이 많았고 신선했다. 어떻게 하면 더 많은 분과 즐길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말했다. 뭔가를 '즐기는 사람'을 어찌 이길 수 있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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