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만 유력 총통 후보 미국 경유 계획에 미·중 신경전

이종섭 기자 2023. 7. 18. 11: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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라이칭더 대만 부총통. 대만총통부 홈페이지 캡처

다음달 파라과이를 방문하는 라이칭더(賴淸德) 대만 부총통의 미국 경유 계획을 놓고 미국과 중국이 신경전을 벌이고 있다. 라이 부총통은 집권 민주진보당(민진당) 후보로 차기 총통 선거에 출마하는 유력한 총통 후보다.

토니 블링컨 미국 국무장관은 17일(현지시간) 브리핑에서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 계획에 대해 “일반적인 관행”이라며 “중국이 이를 도발적 행동의 명분으로 삼을 이유가 전혀 없다”고 강조했다. 블링컨 장관은 이어 “이동 거리를 고려할 때 이는 매우 일상적이며 지난 수십년간 10명의 대만 부총통이 미국을 경유했다”면서 “우리는 대만해협에서 평화와 안정 유지에 전념하고 있으며 현상을 변경할 의도가 없다”고 덧붙였다.

이는 중국이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 계획과 관련해 “미국 측에 엄정한 교섭을 제기했다”고 밝힌 데 따른 반응이다. 중국에서 얘기하는 ‘엄정한 교섭 제기’는 외교적 경로를 통한 항의를 의미한다. 마오닝(毛寧) 중국 외교부 대변인은 앞서 가진 정례브리핑에서 “대만 독립 분열주의자가 어떤 명목과 이유로도 미국을 방문하는 것을 단호히 반대한다”며 이같은 입장을 밝혔다. 마오 대변인은 이어 “미국이 대만 독립 분열주의자와 그 분열 행위를 지지하는 것도 단호히 반대한다”면서 “미국은 대만과의 공식 왕래를 중지하고 대만 독립 분열 세력에 잘못된 신호를 보내는 것을 중단하기를 촉구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중국은 사태의 발전을 예의주시하고, 국가 주권과 영토 완전성을 수호하기 위한 단호하고 강력한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이에 앞서 대만 외교부도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 계획을 전하면서 미국과 같은 입장을 밝혔다. 위다레이(兪大㵢) 대만 외교부 차장(차관)은 라이 부총통이 다음달 15일 열리는 파라과이 대통령 취임식에 차이잉원(蔡英文) 총통 특사 자격으로 참석한다며 그가 파라과이로 향하는 길에 미국을 경유할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과거 우리는 중남미를 방문할 때 모두 미국을 경유했고 이번에도 관례에 따라 경유가 이뤄질 것”이라며 “부총통은 이미 미국을 10차례 경유했고 이번이 11번째이며, 관례에 따라 진행되는 것으로 불필요하게 시비를 걸 이유나 명분이 없다”고 말했다.

미국이나 대만의 주장대로 라이 부총통의 미국 경유를 단순히 이동 편의를 위한 것으로 볼 수도 있지만 중국이 반발하는 이유는 그가 유력한 차기 총통 후보이기 때문이다. 라이 부총통은 집권 민진당의 총통 후보로 선출돼 내년 1월 총통 선거를 준비하고 있으며, 현재 각종 여론조사에서 지지율 1위를 유지하고 있다. 그는 최근 한 행사에서 “내년 1월 선거는 중국 또는 미국을 선택하는 선거”라며 “차이 총통 집권기에 그의 리더십으로 백악관에 더 가까워졌고 앞으로도 그 방향으로 움직일 것”이라는 입장을 밝히기도 했다. 라이 부총통이 단순히 미국을 경유하는 것이 아니라 현지에서 미국 측 고위 인사들과 접촉할 경우 중국의 반발은 더 거세질 것으로 보인다.

베이징 | 이종섭 특파원 nomad@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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