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 902개 지하차도 관리에 컨트롤타워 없었다

2023. 7. 18. 11:4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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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리 주체 달라 정보공유 안돼
국토부 77개·지자체 790개 등
통계도 제각각...업무마저 분리
경북 예천의 실종자 수색에 투입될 해병대 1사단 상륙돌격장갑차 KAAV 3대가 18일 부대를 출발해 고속도로를 달리고 있다. [연합]

충북 오송 지하차도 참사로 14명의 사망자가 발생한 가운데, 900여 개에 달하는 전국 지하차도는 관리주체가 각각 달라 이를 종합적으로 컨트롤하는 시스템이 부재한 것으로 나타났다.

기반시설 관리의 가장 기본이 되는 지하차도 통계조차 조사기관마다 달라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문가들은 국토교통부, 지방자치단체, 민간기관 등 지하차도 관리주체간 통합 정보공유시스템을 마련해 침수 재발방지책 수립에 공동 대응해야 한다고 주문한다.

18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전국 지하차도는 침수 사고가 발생한 궁평 제2지하차도를 포함해 총 902개로, 관리주체가 국토부·지자체·전문관리기관 등으로 나뉜다. 같은 지역 내에 있는 지하차도인데도 관할하고 있는 주체가 다른 경우도 있다.

기본적으로 도로법상 시·군·구도와 특별광역시도, 지방도 등은 지자체가, 고속국도 및 일반국도는 국토부가, 한국도로공사 및 도로 전문관리기관이 맡아 점검 및 관리한다.

관리주체별로 국토부(지방국토관리청)가 77개, 지방자치단체가 790개, 전문관리기관이 35개를 각각 맡고 있다.

지하차도마다 관리주체가 다른데 업무 영역에 따른 책임도 나뉜다. 지하차도 시설물 점검이나 유지 관리 등은 관련법상(시설물안전법) 국토부가 담당인데, 이번처럼 집중호우, 홍수 등 자연재해에 따라 지하차도에서 생길 수 있는 위험 관리는 행정안전부에서 책임을 진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하도로 관련 대응이라도 침수 관련 대책수립이나 전체적인 관리는 행안부 자연재난대응과에서 하고 있다”고 말했다. 서로 책임을 떠넘기는 모양새다.

국토부는 맡고 있는 지하차도에 대해선 책임을 다했다는 입장이다. 국토부는 지난 5월 15일부터 10월 15일까지를 특별 대책기간으로 정하고 풍수해대책상황실을 운영하고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국토부 소관 도로는 기본적으로 매일 폭우를 대비해 도로관리기관에서 순찰 및 점검을 한다”며 “폭우로 인한 출입 통제와 관련해선 폐쇄회로(CC)TV를 통해 상황 모니터링을 하고 있다”고 했다.

앞서 2020년 7월 3명이 사망한 부산 초량1지하차도 침수 사고가 발생해 약 1년 뒤 국민권익위원회가 권고한 ‘전국 지하차도 침수위험 평가’ 등 개선방안 또한 이미 조치를 취했다는 입장이다.

기관마다 관리 방법이나 기준이 제각각이라는 건 관리의 최소한 기준이 되는 통계조차 다르다는 사실에서 단적으로 드러난다.

국토부가 집계한 전국 지하차도 개수는 902개이지만 권익위가 2년 전 지하차도 침수 재발방지 방안을 권고하며 발표한 전국 지하차도는 925개였다. 통계만 볼 때 2년 새 23개의 지하차도가 사라진 셈인데 현실적으로 불가능한 일이다. 지하차도 집계 기준이 달라 통계에서 제외되면 관리 부실로 이어질 수 있다.

국토부 관계자는 “(지하차도 기준이) 조사기관마다 조금씩 다르다”며 “시·군·구에서는 오래된 지하차도를 통계에서 제외하는 경우도 있고, 지하차도인지 터널인지 형상이 불명확해 터널을 지하차도라고 보고하는 경우도 있다”고 말했다.

행안부에서 재해대책을 세운다고 해도 제대로 실행될 지도 미지수다. 관련대책을 행안부에서 수립해 국토부, 지자체, 민간기관 등에 공문을 전달하면 강제성이 없다. 각 관리주체가 자율적으로 검토를 거쳐 실행할 수 있는 사안은 하고 그렇지 않다면 하지 않는 식이니 제대로 대책이 실행될 것으로 기대하기 어렵다.

공하성 우석대 소방방재학과 교수는 “관리주체가 나눠져 있다고 해도 각각 책임이 명확하고 업무만 제대로 하면 크게 문제되지 않을 수 있다”며 “다만 시스템이 제대로 작동하지 않는 게 문제”라고 말했다. 그는 “지자체나 국토부, 기관 등이 좋은 대책들이 있다면 공유시스템을 마련해 서로 벤치마킹할 수 있으면 좋겠지만 따로 관리하게 되면서 이렇게 잘 안 되는 부분이 안타깝다”고 말했다.

신혜원 기자

hwshin@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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