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노년도 이렇게 아름다울까[그림 에세이]

2023. 7. 18. 11: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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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라는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의 말마따나, 시간은 많은 경험을 아름다움으로도 승화시킬 수 있는 원천이다.

조미행 개인전에서 발표된 일러스트들이 그것이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 낙엽들이 이토록 행복한 표정인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우리의 종말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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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언 미술평론가
조미행, 시간의 얼굴1, 145×112㎝, 아르슈에 수채, 2023.

“시간은 인간이 쓸 수 있는 가장 값진 것”이라는 철학자 테오프라스토스의 말마따나, 시간은 많은 경험을 아름다움으로도 승화시킬 수 있는 원천이다. 사람은 나이를 먹어감에 따라 과거완료 시제의 감정들이 내면 깊숙이 쌓이기 마련이다. 또, 그러면서 정신적으로 성숙해간다. 후회나 아쉬움이 결코 무익한 감정의 찌꺼기만은 아니다.

아직 입추도 안 됐건만, 며칠째 이어지는 폭우로 벌써 누렇게 뒹구는 고엽들이 보인다. 어떤 기시감과 함께 센티멘털리즘의 예고편이 나타났다. 조미행 개인전에서 발표된 일러스트들이 그것이다. 친숙하면서도 낯선 소재 속에 깃든 자연의 리듬과 호흡이 드라마틱하게 표현되고 있다. 시간의 얼굴 혹은 표정들이 생생하다.

아무도 눈길을 주지 않을 낙엽들이 이토록 행복한 표정인 것은 색다른 경험이다. 그들에게도 희망과 환희의 새순이었던 시절이 있었음을 짐작게 한다. 순백의 여백에 담담한 필치로 그려진 그들이 어찌 봄의 새순만 못할까. 그 이미지들에서 경건한 제의의 제스처가 느껴진다. 우리의 종말도 이렇게 아름다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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