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새벽 4시 넘어 울린 사이렌…417명 목숨 살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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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아생전에 이제 다시는 이런 난리를 안 겪었으면 좋겠어."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에서 만난 김한종 할아버지(85)는 한결 평온해진 마을 앞 강물을 우두커니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할아버지가 사는 외사리는 지난 15일 마을 위쪽에 있는 괴산댐(칠성댐)의 물이 넘치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곳이다.
김 할아버지는 장대같이 내리던 비가 잦아들고, 괴산댐이 안정되기까지 꼬박 하루를 미루마을에서 보낸 뒤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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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루만에 돌아온 마을 처참…마을 다리 뜯기고 휘어지고
(청주=뉴스1) 엄기찬 기자 = "살아생전에 이제 다시는 이런 난리를 안 겪었으면 좋겠어."
충북 괴산군 칠성면 외사리에서 만난 김한종 할아버지(85)는 한결 평온해진 마을 앞 강물을 우두커니 바라보며 쓴웃음을 지었다.
김 할아버지가 사는 외사리는 지난 15일 마을 위쪽에 있는 괴산댐(칠성댐)의 물이 넘치면서 주민 대피령이 내려졌던 곳이다.
당시 김 할아버지도 새벽녘에 느닷없이 울린 사이렌과 대피 방송을 듣고 놀라 잠이 깨 산막이옛길숲체험관으로 급히 몸을 피했다.
연신 계속되는 대피 방송과 집 밖의 외침에 귀중품이며 이것저것 챙길 겨를도 없이 휴대전화만 달랑 챙겨 할머니와 함께 집을 빠져나왔다.
김 할아버지는 "갑자기 사이렌이 울려 뭔 일인가 싶었다. 밖에서 면사무소 직원들이 사방으로 뛰며 빨리 대피해야 한다고 해서 우리도 얼른 피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때가 새벽 4시 넘었을 무렵이라고 전했다. 이 시각 괴산댐은 상시만수위(135.6m)를 넘겨 계획홍수위(136.93m)에 근접하며 넘치기 직전이었다.
얼마 뒤인 15일 오전 6시16분에는 월류수위(137.65m)까지 물이 찼고, 결국 오전 6시30분 담수 용량을 초과하면서 월류가 시작됐다.
그나마 다행인 점은 괴산댐을 관리하는 한국수력원자력 괴산수력발전소가 월류 가능성을 빠르게 판단해 괴산군에 상황을 바로 알리며 주민 대피가 신속하게 이뤄진 것이다.
당시 괴산수력발전소는 월류 2시간 전인 오전 4시21분 괴산군에 주민 대피를 요청했고, 곧바로 모든 공무원이 동원돼 댐 아래 외사리와 송동리 주민 모두를 대피시켰다.
이렇게 대피한 주민만 417명이다. 처음에는 마을에서 비교적 높은 곳인 산막이옛길숲체험관으로 모든 주민이 몸을 피했다.
하지만 월류가 시작되고 뿌연 흙탕물이 마을 도로까지 들어차면서 가장 높은 곳인 미루마을로 모두가 다시 한번 대피했다.
김 할아버지는 장대같이 내리던 비가 잦아들고, 괴산댐이 안정되기까지 꼬박 하루를 미루마을에서 보낸 뒤에야 집으로 돌아올 수 있었다.
마당까지 물이 들어차긴 했으나 그나마 집안으로 밀려들지 않아서 다행이었다. 하지만 마을 곳곳은 진흙과 강물에 밀려온 쓰레기가 쌓여 처참했다.
외부와 마을의 유일한 통로인 다리(수전교)는 보행로 곳곳의 상판이 뜯겨 나가 당시의 처참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줬다.
김 할아버지는 "저 다리 난간이 휜 것 좀 봐봐. 얼마나 물살이 들이쳤으면 무쇠로 만든 저게 다 휘어지나. 다리가 괜찮을지 몰라"라고 걱정했다.
그의 말처럼 지난 17일 오후 찾아간 수전교는 보행로 곳곳의 상판이 뜯겨 나가 있었다. 강물이 훤히 보일 정도로 10m 이상 상판이 없는 곳도 있었다.
다리 입구에서는 복구 작업을 하는 중장비의 굉음이 쉴 새 없이 들렸고, 마을길 가장자리는 흙탕물이 쓸고 온 진흙으로 가득했다.
마을 앞을 흐르는 강과 길 하나를 두고 맞닿아 있는 외사리보건소진료소 에어컨 실외기는 거센 물살을 직격으로 맞은 듯 쓰러져 널브러져 있었다.
이곳 외사리 마을뿐 아니라 댐 하류 지역은 물론 상류지역 마을 곳곳이 이번 폭우로 찢기고 뜯기고 무너지고 쓸리며 깊은 상처를 입었다.
sedam_0815@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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