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김건희 여사 ‘초청’ 유튜버들, 자유총연맹 자문위원 위촉···“벌금 지원” 요청
대통령 취임식 초청받은 인물
김상진 미디어분과 공동위원장
“예산 확충해주면 더 힘을 내서
자유 무너뜨리는 세력과 맞짱”
위원직, 경제 지원도 고려한 듯
한국자유총연맹이 지난달 자문위원으로 위촉한 극우 유튜버들 중에는 지난해 윤석열 대통령 취임식에 김건희 여사의 추천으로 초청된 단체의 관계자들도 포함된 것으로 확인됐다. 유튜버로 구성한 자문위원단은 자유총연맹에 이른바 ‘아스팔트 투쟁’ 과정에서 발생하는 벌금에 대한 예산 지원도 요청했다. 자유총연맹은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매해 약 40억원에 달하는 보조금을 지원받는다.
경향신문이 18일 확보한 ‘2023년 한국자유총연맹 자문위원회 신규 위원 위촉식’ 영상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자유총연맹 미디어분과 자문위원에 황경구 애국순찰팀 단장 겸 유튜브 ‘시사파이터’ ‘시사창고’ 운영자, ‘짝지tv(구 짝찌tv)’ 운영자 유승민씨 등이 임명됐다. 지난해 8월 한겨레가 공개한 대통령 취임식 초청자 명단에 따르면 이봉규TV, 시사창고, 시사파이터, 너알아tv, 짝찌tv, 애국순찰팀, 가로세로연구소, 자유청년연합, 정의구현박완석의 관계자들은 김 여사의 추천으로 대통령 취임식에 초청됐다.
황 단장은 미디어분과 자문위원회의 공동위원장을 맡았다. 황 단장은 2021년부터 윤 대통령과 김 여사를 지지하는 내용의 영상을 올린 극우 유튜버다. 황 단장과 짝지tv 운영자 유씨는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가 위치한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에서 시위를 벌이기도 했다. 평산마을에서 시위를 벌였던 극우 유튜버 중 ‘한동훈삼촌tv(구 우파삼촌tv)’ 운영자 김기환씨도 자유총연맹 자문위원으로 임명됐다.
마찬가지로 문 전 대통령 사저 앞에서 욕설·막말 시위를 벌인 극우 유튜버 안정권씨의 측근도 자문위원이 됐다. 자유총연맹 신규 자문위원이자 ‘홈런왕 김탁탁’ 운영자인 김정환씨는 안씨가 대표이사로 있는 회사 ‘벨라도’의 본부장이다. 안씨가 원래 운영하던 채널인 ‘GZSS’에서도 함께 활동했다. 현재는 공직선거법 위반과 모욕 혐의로 구속·기소된 안씨와의 연락을 도맡는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의 누나는 대통령실 홍보수석실 산하 국민소통관실 행정요원으로 근무했다가 동생인 안씨가 극우 유튜버라는 점이 알려지면서 논란이 돼 사임했다. 두 사람은 윤 대통령 취임식에 ‘여사 추천’으로 분류돼 초청된 것으로 알려졌다. 안씨는 2021년 9월30일부터 지난해 3월까지 당시 더불어민주당 대선후보였던 이재명 대표를 비방하는 방송을 13차례 한 혐의도 받고 있다.
또 다른 자문위원인 이민구 ‘깨어있는시민연대(깨시연)’ 대표도 김 여사와 관련이 있다. 이 대표는 지난해 5월18일 중앙일보와 인터뷰에서 “김건희 여사 팬클럽인 ‘건사랑’ 카페의 성장을 나와 깨시연이 도와줬다”며 “윤 후보가 이걸 어떻게 알았는지 3·1절날 식당에서 나랑 마주 앉자마자 ‘와이프 팬카페 만드는 걸 도와줘 고맙다’며 사인을 해주더라”라고 말했다. 그러면서 ‘윤 대통령 취임식도 초청받았느냐’는 질문에 “그렇다”며 “취임식을 앞두고 비서실에서 내게 전화를 해왔다. ‘당선인이 선생님 챙기라고 하셨습니다’고 하더라”고 말했다.
황 단장과 함께 공동위원장을 맡은 김상진 신자유주의연대 대표는 지난해 9월 “묵묵히 흘린 땀이 보름달처럼 환하게 우리의 미래를 비출 것입니다. 대통령 내외 윤석열 김건희”라고 적힌 엽서와 선물을 받았다는 사실을 자신의 유튜브에 공개했다. 이외에도 자문위원 명단에는 전광훈 사랑제일교회 목사를 지지하거나 부정선거론을 펼치는 유튜버 등이 다수 포함됐다.
유튜버들이 자문위원직을 수락한 데는 자유총연맹의 경제적 지원에 대한 기대도 있는 것으로 보인다. 김상진 대표는 “여기 계신 분 중 상당수들이 전업 활동가”라며 “경기가 어려워지는데 예산을 좀 많이 좀 확충해서 차비 조라도 챙겨주시면 더 힘을 내서 대한민국의 자유와 안보를 무너뜨리는 세력과의 ‘맞짱’을 깔 수 있다”고 말했다. 자문위원이자 유튜버 김모씨는 “총재님이 우리 자문위원들 그리고 아스팔트에서 실질적으로 파이팅하는 분들을 위해 예산을 좀 더 많이 편성해줬으면 좋겠다”며 “그 예산은 교통비 정도가 아니라, 실질적으로 우리가 파이팅하면 벌금 문제가 있는데 굉장히 큰 데미지이다. 이걸 총재님이 앞으로 고려해주셔서 지원이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이에 강 총재는 “올해 우리가 (내년도 정부 보조금 예산으로) 올해 처음으로 23억원을 올려놨다”고 설명하며 “김상진 위원장님 말씀대로 다음부터는 잘 조치를 하도록 하겠다”고 호응했다. 지난 4월 국세청에 신고된 공익법인 결산서류를 보면 지난해 자유총연맹이 중앙정부와 지방자치단체 등으로부터 지원받은 보조금 수익은 42억7961만원에 달하는 데 추가로 예산을 확보해 이들을 지원하겠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앞서 전 자유한국당(국민의힘 전신) 의원인 강석호 자유총연맹 총재는 지난달 16일 이들을 자문위원으로 위촉하면서 “내년에 큰 뭐 그게 안 있겠나. 거기서 어느 정도 우파가 많은 부분을 확보를 해야만 전체가 바로 돌아간다”고 말해 내년 총선에 개입하려는 것 아니냐는 논란이 불거졌다. 자유총연맹은 강 총재 취임 3개월 만에 정관에서 ‘정치적 중립’ 조항도 삭제했다. 민주당은 지난 14일 “자유총연맹이 내년 총선에 본격 관여하겠다는 의사를 표현했다”며 자유총연맹에 대한 정치보조금 전액 삭감을 촉구했다.
강 총재는 이날 기자가 신규 자문위원 위촉 관련 김 여사 혹은 대통령실과 사전에 소통이 있었는지 묻자 문자로 “대통령실과 여사측과 전혀 소통한 사실이 없다”며 “(김 여사와) 관련이 있다는 사실은 전혀 몰랐다”고 답했다. 예산 지원 여부에 대해서는 “(중앙)정부로부터 받은 예산은 연간 2억8000만원 정도로 미약하다”고 설명했다.
https://www.khan.co.kr/politics/politics-general/article/202307131700001
문광호 기자 moonlit@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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