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운전 전력’ 이상민 국대 발탁… 축구협회, 2년간 규정 위반 몰랐다

내달 초까지 국대 자격 안됐는데
지속해서 뽑아 스스로 규정위반
논란 거세자 AG 명단선 제외

대한축구협회가 국가대표 자격을 잃었던 이상민(성남 FC·사진)을 지난 2년 동안 규정 위반 사실을 모른 채 선발했다. 이상민은 음주운전 처벌로 다음달 초까지 국가대표에 발탁될 수 없었는데, 축구협회는 선수 선발 과정에서 검증도 하지 않았다. 축구협회는 논란이 계속되자 돌연 이상민을 항저우아시안게임 명단에서 제외했다.

18일 문화일보의 취재를 종합하면 축구협회는 지난 2년간 이상민의 대표팀 선발이 운영규정에 위반된다는 사실을 인지하지 못했다. 축구협회는 지난 14일 항저우아시안게임 최종 명단(22명)을 발표한 뒤 음주운전 전력이 있던 이상민의 발탁이 논란을 빚자 해당 사실을 뒤늦게 확인했다. 축구협회는 이날 이상민이 벌금 500만 원의 약식명령을 받았다는 것을 확인했음에도 17일까지 “관련 사실을 파악 중이다. 실제 문제 되는 벌금형을 받았는지 본인 확인 중”이라며 모르쇠로 일관하다가 18일 “관련 규정을 제대로 검토하지 못했다”고 인정한 뒤 이상민을 최종 명단에서 뺐다. 규정대로라면, 이상민은 법원의 처벌을 받았기에 다음 달 초까지 태극마크를 달 수 없었다. 이상민은 지난 2020년 5월 21일 음주운전으로 적발, 그해 8월 5일 500만 원의 벌금형이 확정됐다. 축구협회의 국가대표축구단 운영규정 제17조에 따르면 음주운전 등과 관련한 행위로 도로교통법 제148조의 2의 처벌을 받은 자는 500만 원 이상 벌금형 선고 및 형 집행 확정 후 3년이 지나지 않으면 국가대표가 될 수 없다.

하지만 축구협회는 지난 2년간 이상민을 지속해서 소집하면서 스스로 규정을 위반했다. 이상민은 2021년 10월, 2022년 1월과 5월, 올해 3월과 5월, 6월 대표팀 소집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관련 규정을 인지하지 못한 황선홍 대표팀 감독이 이상민의 발탁을 결정했더라도 선발 과정에서 축구협회가 차단해야 했으나, 어떤 누구도 이 문제점을 깨닫지 못했다.

이상민은 벌금형을 선고받은 후 3년을 채웠고, 그해 6월 한국프로축구연맹으로부터 15경기 출장 정지와 400만 원 제재금을 부과받았다. 그런데도 축구협회는 뒤늦게 불거진 논란에서 책임을 피하기 위해 이상민을 항저우아시안게임 최종명단에서 슬며시 제외하는 결정을 내렸다. 선수 선발 과정에서 발생한 검증 사고에 대한 책임은 누구도 지지 않았다.

허종호 기자 sportsher@munhw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