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C통신 '나우누리' 만든 강창훈 전 사장 별세

[유족 제공]

(서울=연합뉴스) 이충원 기자 = 인터넷이 본격화되기 전인 1994년 PC통신 '나우누리'를 선보인 강창훈(姜昌勳) 전 나우콤 사장이 17일 낮 12시17분께 경남 진주제일병원에서 뇌졸중 투병 끝에 세상을 떠났다고 유족이 전했다. 향년 만 66세.

부산에서 태어난 고인은 부산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한 뒤 1981년 선경건설 해외사업부를 거쳐 1985년 연합통신(현 연합뉴스) 텔리레이트부로 옮겼다. 연합통신이 AP다우존스와 국제금융정보 단말기 공급 계약을 체결한 뒤 영어에 능통한 사원을 뽑았을 때 처음으로 입사한 2명 중 1명이었다.

1990년 초창기 PC통신 케텔(Ketel)을 운영하던 한국경제신문(한경) 뉴미디어국으로 옮겼다가 한경과 한국통신이 1991년 한국PC통신을 설립해 PC통신 '하이텔'을 선보일 때 정보개발부장·영업부장 등을 맡아 서비스 정착에 기여했다.

나우누리 초기 화면 [나무위키 캡처]

한국통신 쪽 인사들이 중용되자 자신을 따르던 후배들과 함께 1994년 4월 새 PC통신 회사인 나우콤을 창업했다. 나우콤이 선보인 PC통신 '나우누리'는 기존 PC통신 서비스 속도가 2천400bps∼9천600bps에 머물 때 1만4천400bps로 올린 데다 한글 아이디를 허용하는 등 혁신적인 시도로 하이텔, 천리안과 함께 'PC통신 3강'으로 자리 잡았다. 직원 중에 학생운동권 출신이 많았던데다 한총련 등이 즐겨 이용해 '운동권 PC통신'으로 불렸다.

연합통신을 주주로 포함하면서 PC통신 중 처음으로 '연합통신 속보'를 제공하기 시작, 1994년 성수대교 붕괴와 1995년 삼풍백화점 붕괴 사고를 전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 법정 진술을 음성 중계하는가 하면, 1997년 11월에는 이인제·권영길 후보를 초청해 대선토론회를 여는 등 사실상 언론 역할을 시도했다. 유료화에 성공했고, 아이네트의 인터넷서비스를 PC통신을 통해 제공하는 등 인터넷 시대 개막에도 기여했지만, 사업 자체를 인터넷 기반으로 바꾸지는 못했다.

2000년 초 나우콤 사장에서 물러난 뒤엔 제주도에서 모터바이크 관련 사업을 하거나 대전에서 야학을 운영했다고 유족이 전했다. 아들 강유민씨는 "5년 전쯤 여동생이 있는 진주로 내려가 살았고, 뇌졸중으로 투병하셨다"고 말했다.

나우콤 C&C(콘텐츠&커뮤니티)팀장을 지낸 김철균 도산아카데미 원장은 "그전까지 PC통신이 통신회사가 주축이 된 '통제된 마인드'의 서비스였다면, 고인은 나우누리가 언론 역할을 하도록 방향을 틀었다"며 "술을 워낙 좋아하고, 발상이 자유로운 분이었다"고 말했다. 나우콤 COO(최고운영책임자)를 지낸 이재철 컴투티비 대표이사는 "벤처 1세대로서 IT 초창기에 짧고, 강하고, 뜨겁게 살다 가신 분"이라며 "PC통신에 풀뿌리·네티즌 민주주의 개념을 도입했지만, 인터넷 시대에는 적응하지 못했다"고 기억했다.

유족은 이금이씨와 사이에 2남으로 강유민·강다민씨와 동생 강지훈·강경희씨 등이 있다. 빈소는 진주제일병원 장례식장 203호실, 발인 19일 오전 7시, 장지 진주시안락공원. ☎ 055-750-7540

chungwo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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