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수만이 선택한 中 '이항', 믿을 수 있나? [김광수의 中心잡기]
단기 급등후 급락, 여전히 주가는 바닥권
실증사업 거치며 상용화 단계 직전까지
이른바 ‘서학개미’로 불리는 국내의 해외주식 투자자들은 지난 2020~2021년 전세계 증시 호황기에 올라탔습니다. 한국예탁결제원에 따르면 2021년 1분기 해외주식 중에 서학개미는 나스닥에 상장된 이항홀딩스라는 주식을 6억1100만 달러 사들였습니다. 이항홀딩스는 당시 해외주식 중에 결제액 기준 매수 규모 6위에 오를 정도로 인기가 높았습니다.
중국기업인 이항은 2020년 12월2일 종가가 13.24달러에 불과했으나 두 달여 만인 2021년 2월12일 124.09달러로 마치며 9배 넘게 주가가 치솟았습니다. 그 무렵 국내 주식투자자들의 투자도 집중됐죠.
단기 급등 이후 주가가 폭락하면서 투자자들의 기억 속에 사라졌던 이항이 최근 다시 주목받고 있습니다. 바로 SM엔터테인먼트의 창업자인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가 이항에 투자했다는 사실이 알려졌기 때문이죠.
이항은 7월 12일 홈페이지를 통해 "한국의 저명한 음악 프로듀서, 기업가, K팝과 SM의 설립자인 이수만이 이끄는 여러 전략적 투자자와 총 2300만 달러(약 293억원) 규모의 사모 방식으로 신주 발행을 위한 인수 계약을 맺었다"고 밝혔습니다.
이수만 전 총괄 프로듀서의 투자금액이 구체적으로 밝혀지진 않았으나 "첨단 교통 기술과 대중문화가 융합해 지속 가능한 가치를 창출하기를 기대한다"고 투자 사실을 밝혔습니다.
이항은 하늘을 날고 싶은 인간의 욕망을 가장 빠르게 실현시켜줄 기업 중 하나로 꼽히는 곳입니다.
광둥성 광저우시에 본사를 둔 이항은 2014년 후화즈가 창업한 드론 제조 전문기업입니다.
창립 2년 만인 2016년 1월 국제전자제품박람회(CES)에서 자율주행 유인항공기 이항184를 선보였습니다.
이후 2018년 2월 이항은 광저우에서 이항184 시리즈의 유인 비행 테스트 영상을 공개하고, 그해 이항216 모델의 시연에 나섰습니다.
이어 2019년 4월 오스트리아 비엔나에서 세계 최초로 유인 비행 시연을 성공시키기도 했죠.
이 같은 빠른 성장을 발판 삼아 이항은 2019년 12월 나스닥에 상장했습니다.
이항216 모델을 기반으로 노르웨이, 스페인, 캐나다 등으로 진출하기 시작했고 2020년 11월에는 우리나라 서울에서도 시범 운행을 했습니다.
당시 국토교통부와 서울시는 이항216 모델을 드론택시로 소개했습니다.
사람 대신 80kg 무게의 쌀 포대를 싣고 여의도와 한강 상공을 7분여 비행하고 무사히 착륙하는 모습까지 선보였는데요.
출퇴근 도로 정체 없이 하늘을 날아서 이동할 수 있다는 사실에 이항이라는 기업에 대한 관심은 커졌습니다.
이항216은 폭 6.61m, 높이 1.77m, 최대 적재 중량 220kg, 최대 시속 130km, 최대 고도 3000m로 최대 중량 탑재 시 35km를 날아갈 수 있는 성능을 갖춘 모델입니다.
드론 택시 상용화 가능성이 커지면서 2020년 말부터 이항의 주가는 급등하기 시작했습니다. 국내 투자자들이 2021년 1분기 이항의 주식을 대거 매수한 것도 그런 이유에서죠.
장밋빛 미래를 꿈꿨지만 보고서 하나로 이항의 주가는 다시 곤두박질치기 시작했습니다.
글로벌 투자정보 제공업체 울프팩 리서치는 2021년 2월 16일 이항이 "가짜로 판매 계약을 맺었고, 생산 라인도 제대로 갖추지 못했다"는 내용의 공매도 리포트를 내놨습니다.
이항의 주요 고객인 중국 기업 '쿤샹'을 조사해보니, 쿤샹은 이항과 6500만달러의 계약을 체결하기 9일 전에 설립된 회사로 밝혀졌습니다.
적혀있는 주소 3곳 중 한 곳은 사무실이 아닌 호텔, 다른 한 곳은 11층짜리 건물인데 13층에 위치한다고 엉터리로 표시돼 있었습니다.
이항과 계약 전 쿤샹의 자본금은 140만 달러였는데, 이항과 430만 달러의 계약을 체결한 것도 지불 능력이 없는 회사가 이항의 주가를 띄우기 위해 동원됐다는 의심을 사게 했습니다.
이항의 공장에는 생산 설비도 부족했고 근로자와 원자재 재고도 없었다고 밝혀졌습니다.
울프팩 리서치는 이항이 미국, 캐나다, 유럽 등에서 비행 승인을 받았다고 발표한 것도 거짓이라고 주장했습니다.
이항216 모델의 모터는 항공우주용이 아닌 취미용 제품에 사용되는 모터가 쓰였고, 배터리 역시 성능이 낮은 최대 30분 짜리 모델이라 이착륙 시간을 제외하면 10분 정도 밖에 날지 못한다는 지적도 나왔죠.
이런 보고서가 나온 당일 이항의 주가는 하루만에 63%나 빠졌습니다.
국내 투자자들도 이항 주식을 대량으로 보유해 큰 손실을 입었습니다.
이항은 즉각 사실이 아니라고 반박했지만 주가는 급락했고, 제품 시연을 하고 이항의 드론 택시를 도입하겠다고 밝혔던 서울시도 난감해졌죠.
이런 논란에도 이항은 계속해서 드론 택시의 테스트를 세계 각지에서 진행해오고 있습니다.
2021년 중국 베이징에서 첫 비행을 마쳤고 중국 슈퍼리그 개막식에서 한명을 탑승한채 비행하기도 했습니다.
스페인, 일본, 에스토니아, 인도네시아 등에서도 비행하는 등 UAM으로 불리는 도심항공교통의 선두주자라는 인식을 심어주고 있습니다.
이런 상황인데도 여전히 이항을 바라보는 투자자들의 시선은 의심이 가득합니다.
과연 이런 상황에 SM을 떠난 이 전 프로듀서가 선택한 이항. 이항이 정말 미래 하늘을 나는 드론 택시의 선두 기업이 될 지 주목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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