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숨은 보석’ 의령에 세계최대 석굴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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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고향의 노래)."
이 노래의 고향인 의령에는 한 여름에 서늘한 경외심을 느끼고 심신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곳이 있다.
석굴암은 국내·외에 몇 곳이 있는데, 중생이 근접할 수 있는 의령 봉황산 것의 감흥은 경주 토함산 부럽지 않다.
'삼성 이병철 대로'가 있는 의령과 진주는 이병철 회장 등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 3인의 거두가 오가면서 어린시절 꿈을 키웠던 한 고을 같은 곳으로, 기업가정신이라는 배움도 전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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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치형 대웅전 규모 기네스북 등재
인적 드문 한우산·찰비계곡도 매력
“국화꽃 져버린 겨울 뜨락에...(고향의 노래).”
여름에 겨울을 떠올리는 건 상쾌한 일이다. 이 노래의 고향인 의령에는 한 여름에 서늘한 경외심을 느끼고 심신을 시원하게 만들어줄 곳이 있다. 의령 석굴암이다. 궁류면 봉황산 숨은 절경지대 기암 절벽 아래 사찰, 일붕사의 동굴 법당을 말한다. 석굴암은 국내·외에 몇 곳이 있는데, 중생이 근접할 수 있는 의령 봉황산 것의 감흥은 경주 토함산 부럽지 않다. 의령, 진주에선 유명하지만, 대도시 사람들은 나만의 은신처라는 느낌이 드는 이곳을 잘 모른다. 종교가 다른 여행자도 이 완만한 아치 동굴 속에 쑥 들어가 있는 동굴 법당의 신비로움과 고요함, 경외로운 분위기에 경건함을 잃지 않는다.
▶의령 석굴암은 기네스북 등재, 경주 석굴암은 세계유산=이 법당은 세계 최대 동굴법당으로 기네스북에 등재돼 있다. 법당 크기는 석굴 대웅전 456.2m²(138평)와 석굴무량수전 297.5m²(90평)이다. 국보이자 세계유산인 경주 석굴암은 여행자의 접근이 차단돼 있지만, 이곳은 예를 갖춰 조신한 행동만 하면, 누구든 절대자의 면전 까지 갈 수 있다. 봉황산 가파른 절벽 기암괴석 지대에 안착한 일붕사는 여느 절 보다 입체적이라, 평지에서도 전체가 한눈에 들어오니 보기에 좋다. 수십 개의 작은 부처상이 담 위에 도열한 모습 또한 특이하다. 그저 좀 특이한 절이다 하는 정도로 생각했다가, 계단을 올라 대웅전 동굴법당에 이르면, 상황은 확 달라지고, 쩍 벌어진 입을 다물지 못한다. 멀찍이 보았을 때 어두컴컴해 보이던 내부가 궁금해 대웅전 앞에 신발을 조심스럽게 벗고 들어선다. 법당 내엔 대문 기둥 같은 것이 있고 그 옆에 수호신들이 양쪽에 버티고 서 있어, ‘어찌 사찰의 실내에 야외 일주문 같은 것이 있을까’하는 생각이 든다. 동굴법당은 사원 속 또 하나의 사원이었던 것이다.
▶탈속, 무욕, 구도...신성한 공간, 최고의 대웅전=네모난 개방형 출입구로 들어선 직후 부터, 아치형 동굴 법당의 제 모습이 나타난다. 완만한 곡선의 동굴 좌우엔 중생들의 안위을 보살피고 자비의 세계로 인도하는 보살상들이 은은한 조명 속에 도열해 있다. 동굴 속으로 25m를 걸어 가면 3불과 불단, 스님의 탁자 위 목탁이 나온다. 발뒷꿈치를 들고 조용히 걸어들어가는 동안, 말 할 수 없는 경외심이 느껴진다. 진정한 탈속의 공간 같기도 하고, 무심, 무욕의 피난처 느낌도 있으며, 신심 깊은 수도자가 구도의 길을 마침내 찾을 것 같은 신성함이 풍긴다. 국내외 수많은 사찰을 가보았건만, 단언컨대, 국내 최고의 대웅전이다. 사실 여행자로선 나만 알고는 숨겨두고 싶다는 충동 마저 인다. 모두가 경건하게 숨죽이는 가운데, 작은 소리에도 울리는 가벼운 공명이 마음을 흔든다. 숨소리 조차 조심하게 되는 이곳에서 스님의 독경도 그리 크지 않다. 일붕사는 727년 신라 혜초스님이 창건한 성덕암의 후신이다. 대야성이 가까운 이곳은 7세기 삼국경쟁때 최고의 격전지 였고, 많은 병사들이 희생되었기에 영령을 위로하기 위해 절을 지었다고 한다.
▶일붕사의 행복론=중세 들어 불교탄압 과정에서 절의 위치를 지금 자리로 바꾸었는데, 다시 숭유억불 세력들이 파괴하려 쇠망치로 수없이 내려쳐도 미륵불상 하나가 훼손되지 않는 것을 보고 불상을 피신시켜 자비로운 세상의 부활을 꿈꾸는 곳이 됐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1934년 부활했으나 화재 등 과정을 거쳐 1986년에야 지금의 모습을 갖추게 되었다. 일붕사 정문을 통과하기 직전, 깎아지른 절벽 봉황대 아래엔 이 고을 어느 효자가 세운 부모은혜탑비가 교훈을 전한다.
경사진 사찰 산책로를 따라 걷다보면, 스님의 잠언이 또 한번 여행자의 마음을 흔든다.
‘신발이 꼭 맞을 때는 발을 잊고/ 허리띠가 잘 맞을 때는 허리를 잊으며/ 가슴이 올바를 때는 누굴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습니다. 쉽게 하는 길은 쉽다는 것을 모르고 가는 길입니다. 행복이나 성공도 꼭 맞는 신발처럼, 그걸 느끼지 못할 때, 그냥 거기에 있는 것입니다. 행복이란 그것을 느끼지 못하는 순간들입니다.’
갑자기 나를 무탈하게 해준 고향의 부모님과 서울에 있는 가족들이 사무치게 그리워진다. 효도탑과 잠언 사이에 있는 동굴법당 옆 한줄기 싱그러운 폭포는 ‘마음수련 여행’이 얼마나 속시원하고 큰 힐링을 주는 지 말해준다. 봉황대는 봉황의 머리를 닮았다하여 붙여진 이름이다. 녹음이 우거진 절벽 사이 계단을 오르면, 자연동굴을 지나 석문, 또 하나의 자연동굴과 약수터가 나오는데, 절벽 속 약수터 역시 이곳이 주는 반전매력이다.
▶한우산과 찰비계곡=의령 한우산(836m) 역시 감춰진 보석관광지이다. 한우가 풀을 뜯는 곳이 아니라 찬비가 내리는 곳이라는 뜻의 한자조어 ‘寒雨’를 쓴다. 문득, 지리한 장마, 이 또한 지나가리라는 생각이 스친다. 머지않아 남북으로 오가는 먹구름의 터진 틈새로 푸른 하늘이 보일 것이다. 한우산 정상의 정자에 앉으면 의령 일대 심산 유곡이 한눈에 내려다 보인다. 한우산 중 대표 명소 ‘찰비’계곡의 이름 역시 찬비에서 유래됐다. 계곡물이 시리도록 맑다는 뜻이다. 물이 차서 그런지 의령수박 역시 우리나라 여름철 시원한 것의 대명사 중 하나이다.
텔레토비 동산 같은 풍력 발전기 아래, 자연을 해치지 않을 정도로, 차 한 대 겨우 지나도록 좁은 길을 내었는데, 갈지(之)에 S라인까지, 나름 운치가 있다. 우마차를 끌고 산자락을 굽이굽이 내려오는 풍경으로 매조지하는 영화 ‘아름다운 시절’(안성기·송옥숙 주연) 촬영으로 유명세를 탔다.
의령은 지상 최대의 ‘울트라 빅 오징어게임’을 촬영해도 좋을 곳이다. 최대 1만명이 참여하는 큰줄댕기기 민속놀이는 기네스북에 올라있다.
▶이수인 선생 고향 의령, 앞으로 앞으로 자꾸 걸어나가면...=의령은 ‘고향의 노래’로 국민 마음을 어루만지던 음악가 이수인님의 고향이다. ‘둥글게 둥글게’, ‘앞으로 앞으로 지구는 둥그니까 자꾸 걸어나가면’ 역시 그가 곡을 붙인 국민동요이다.
의령을 자꾸 걸어가다보면, 의령 구름다리, 설뫼충효테마파크테마공원, 의병박물관, 서동생활공원, 탑바위 전망대 등 다양한 매력들을 만나고 달디 단 의령수박을 만난다.
‘삼성 이병철 대로’가 있는 의령과 진주는 이병철 회장 등 대한민국 경제를 이끈 3인의 거두가 오가면서 어린시절 꿈을 키웠던 한 고을 같은 곳으로, 기업가정신이라는 배움도 전한다. 함영훈 기자
abc@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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