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활짝 열린 아세안 시대...청년들 담대하게 도전해야 성장” [헤경이 만난 사람-이주한 RS그룹 대표]

2023. 7. 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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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개발·헬스케어, 방위산업...
인도네시아에 계열사만 20여개
친한파 육성·이민청 설립 목소리
아세안-한국 잇는 가교역 앞장
이주한 RS그룹(로얄수마트라그룹) 대표가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인구 6억6800만명, 평균연령 2030대, 풍부한 광물자원, 국내총생산(GDP) 3조3646억달러. 한국의 핵심 경제 파트너이자 미래성장 동력으로 꼽히는 아세안(ASEAN·동남아국가연합)을 수식하는 표현들이다.

동남아시아의 거대한 지역 공동체로 성장하고 있는 아세안은 인도네시아, 베트남, 태국, 필리핀과 싱가포르 등 10개 나라로 구성돼 있다. 궁극적으로 유럽연합(EU)과 같은 국가연합을 추구한다. 중국과 인도에 이은 세계 3위 인구 대국(미국의 약 2배)이자 세계 6위 경제 규모를 바탕으로 빠르게 성장하고 있다. 우리 정부도 지난해 11월 아세안을 미국과 중국에 이은 3대 주력 시장으로 설정하기도 했다.

이러한 거대 시장을 종횡무진하며 아세안 내 한국 위상을 드높이고 있는 한상(韓商) 이주한(48) RS그룹(로얄수마트라그룹) 대표를 최근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만났다. 그는 재외동포 기업가인 동시에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KADIN)에서 한인경협위원회 사무총장을 맡아 한국과 아세안을 잇는 가교 역할을 하고 있다. 지난달에는 아르자드 라지드(Arsjad Rasjid) 아세안 기업자문위원회(ASEAN-BAC) 의장 겸 인도네시아 상공회의소 회장과 함께 경제 외교를 강화하기 위해 방한했다.

이 대표는 인터뷰에서 아세안의 비전을 강조했다. 그는 “매년 인도네시아 인구는 약 300만명씩 증가하고 있다”며 “인구 측면에서 싱가포르 규모의 나라가 매년 생기는 셈”이라고 소개했다. 이어 “젊은 중산층이 탄탄하게 구성하고 있어 장기적으로 인도네시아는 무궁무진한 잠재력을 갖추고 있다”며 “아세안 내 큰 형님 역할을 인도네시아가 하게 될 것”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최근 인도네시아 내 비즈니스 환경이 빠르게 변화하고 있다고 했다. 이 대표는 “공급망 이슈를 계기로 인도네시아는 새로운 산업 생태계를 만들기 위해 애쓰고 있다”며 “특히 조코 위도도 인도네시아 대통령은 고속도로를 대폭 확장하고 수도 이전을 꾀하는 등 인프라 개선에 힘을 싣고 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조코 위도도 대통령이 집권한 2014년 당시 8900억달러 정도였던 인도네시아의 GDP는 지난해에는 1조3800억달러까지 성장했다. 780km에 불과했던 인도네시아의 고속도로는 3400km로 늘었다.

이주한 RS그룹(로얄수마트라그룹) 대표가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이 대표는 부친 이호덕 회장에 이은 1.5세 경영인으로 분류된다. 일찌감치 아세안의 미래를 내다보고 인도네시아에서 터를 잡고 사업을 키워왔다. 오랜 공력을 바탕으로 RS그룹은 인도네시아에서 부동산개발업, 헬스케어, 방위산업, 자원개발 등을 펼치고 있다. 계열사만 20여개에 이른다. 현재는 아세안에서 가장 성공한 한인 기업가 중 한 명으로 꼽힌다.

최근에는 캄보디아로 사업 영역을 넓히기 위해 공들이고 있다. 이 대표는 “인도네시아에서 시작했지만 궁극적으로 아세안 시장을 바라보고 있다”며 “캄보디아의 경우 제2의 인도네시아로 보고 20여년 전부터 투자를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와 관련해서 구체적인 캄보디아의 비즈니스 환경에 대해 언급했다. 그는 “캄보디아가 공산주의라고 오해하는 경우가 많은데 사실 입헌군주제로 정치나 치안 측면에서도 안정돼 있다”며 “달러를 사용해 환율이 안정적이고 외국인 투자에도 개방적”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다만 인프라 미비, 공공서비스 부족 등 문제는 있지만 이는 리스크가 아닌 기회로 보고 있다”며 “앞으로 아세안에서 가능성이 가장 큰 캄보디아에서 시장을 선점하려고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K-브랜드파워 확장...달라진 한국 위상

20년 넘게 아세안을 중심으로 사업을 펼치고 있는 그는 최근 달라진 한국의 위상을 체감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K-POP, K-MOVIE, K-FOOD 등 열풍으로 해외서 한국인을 대하는 태도가 정말 달라졌다”며 “7~8년 전 시작된 한류가 최근 더 강해진 것을 느끼고 있다”고 했다. 그러면서 “모국이 잘 될수록 해외동포들은 직간접적으로 큰 도움을 받게 되고, 자부심도 생긴다”고 부연했다.

특히 최근 인도네시아에선 현대차가 한국의 대표 기업으로서 브랜드를 드높이고 있다고 소개했다. 이 대표는 “최근 한국 위상 강화에 현대차 역할이 컸다”며 “지난해 11월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는 현대차 홍보 행사로 헷갈릴 정도였다”고 했다. 현대차의 친환경 차량인 G80 전기차와 아이오닉 5는 당시 G20 행사에서 공식 의전 차량으로 이용됐다.

인구절벽 ‘쇼크’...아세안에서 해법을

생산가능인구 확보는 한국의 최대 현안이다. 지난해 기준 한국의 합계 출산율은 0.78명이다. 한국인 여성 1명이 평균적으로는 아이를 1명도 낳지 않는다는 의미다. 심지어 서울은 17개 시도 중에서도 가장 적은 0.59명에 그쳤다. 현 속도라면 저출산·고령화 영향에 따라 재정과 경제가 큰 위기에 처할 것으로 전망된다.

이 대표는 인력이 풍부한 아세안과 교류를 통해 대안을 찾아보자고 제언했다. 그는 “한국에서 공부하고 일하고 싶어하는 아세안 사람들이 정말 많다”며 “교환 학생 프로그램, 인턴십, 연구 협력과 같이 한국과 경험을 쌓을 수 있는 기회를 늘려 친한파(親韓派)를 육성해야 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도 헤럴드에서 설립 추진 중인 ‘한글문화재단’이 좋은 예시라며 “한글 배우기 운동이 퍼진다면 성장해서도 한국에 대한 이미지가 각별해질 것”이라고 했다.

적극적인 출산장려 정책으로는 한계가 있으니 결국 ‘외국인 유입’을 통해 돌파구를 찾아봐야 한다는 게 이 대표의 생각이다. 이민자들은 보통 젊고 생산성이 높기 때문에 한국 기업들의 기술력과 직업 훈련이 어우러진다면 큰 시너지를 낼 수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도 ‘이민청(가칭)’ 설립을 검토 중이다.

다만 이를 위해선 비자 등 이민 규제를 완화하는 조치가 선결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대표는 “인도네시아인들은 한국 방문할 때 비자 받기가 까다롭다”며 “예를 들어 단기 관광비자인 ‘도착비자’만 해도 인도네시아인들은 이용하지 못한다. 반대로 한국인이 인도네시아 방문 땐 가능하다”고 했다.

이주한 RS그룹(로얄수마트라그룹) 대표가 지난달 12일 오후 서울 용산구 헤럴드스퀘어에서 헤럴드경제와 인터뷰를 가지고 있다. 박해묵 기자
안주보단 담대한 도전...성장 기회 있다

아세안 지역에서 선구자 역할을 하고 있는 이 대표는 6월에만 한국을 3번 방문했다. 올해는 한-인니 수교 50주년으로 한국을 방문해야 할 일이 더 잦지만 평소에도 캄보디아나 베트남, 홍콩 등 해외 체류하는 날이 많다. 심지어 1년에 인도네시아 자카르타에 있는 집에 거주한 날이 3~4달밖에 되지 않을 때도 있었다. 해외 어딜 가더라도 운동을 하며 건강은 꼭 챙기려고 한다. 그가 열정을 갖고 해외를 누빌 수 있는 원동력은 무엇일까.

이 대표는 “개인적으로는 아세안을 뻗어나가는 사업을 펼치고 싶다”며 “동시에 아세안과 한국을 잇는 가교 역할에 힘을 보태고 싶다”고 했다. 특히 그는 “모국을 위해 기여할 수 있다는 생각을 하면 가슴이 뜨거워지고 열정이 생긴다”며 “누구도 시키지 않았지만 나 스스로 봉사직에 임하는 이유”라고 했다.

마지막으로 한국 청년들에게 조언의 말을 전했다. 그는 “국내에 국한되지 말고 도전정신 갖고 해외로 담대하게 나가봤으면 좋겠다”며 “리스크는 있지만 시행착오를 겪는 과정에서 분명 성장할 것”이라며 “위축되지 않고 자신감을 갖고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말했다.

정경수 기자

kwater@heraldcorp.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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