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저씨 그냥 놓으세요" 했지만 끝까지 '꽉'‥지하차도의 기적

곽동건 kwak@mbc.co.kr 2023. 7. 18. 11: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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봇물 터지듯 넘친 강물이 흘러들었던 그날의 오송 지하차도.

간신히 현장을 벗어난 시민들이 난간에 의지해 구조를 기다리고 있습니다.

당시 자신의 몸을 아끼지 않고 사람들을 구한 의인들의 이야기가 잇따라 전해지면서 감동을 주고 있습니다.

거센 물살에 떠내려가던 시민들에게 손을 뻗어 붙잡아준 남색 셔츠 남성.

차량 지붕과 난간에서 모두 3명의 생명을 살렸습니다.

충북 증평군청 소속의 공무원 정영석 씨였습니다.

그야말로 기적과도 같았던 손길.

곳곳이 빨갛게 벗겨진 정 씨의 손은 급박했던 당시 상황을 고스란히 보여줍니다.

그런데 3명을 살린 정 씨 역시 다른 이의 도움으로 목숨을 건진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부유물을 잡고 겨우 물에 떠 있던 정 씨에게 한 화물차 기사가 먼저 손을 내민 겁니다.

14톤 화물차를 몰던 44살 유병조 씨는 물이 차오르던 순간 얼른 화물차 지붕에 올라갔습니다.

이후 떠내려가던 3명을 필사적으로 끌어올렸습니다.

화물차 사이드미러에 매달려 있던 한 여성의 손을 붙잡아 끌어올리기도 했는데, 이 여성은 "저는 힘이 없으니 손을 놓으시라"고 했는데도 유 씨는 끝까지 포기하지 않았다고 합니다.

급행버스 747번 기사 50대 이 모 씨의 사연도 자세히 알려졌습니다.

물에 잠긴 버스가 움직일 수 없게 되자, 이 씨는 "빨리 탈출하라"며 얼른 유리창을 깨 승객들을 먼저 내보냈습니다.

[버스 기사 동료] "차 안에 있는 망치로 유리창을 깼다고 그러더라고요. 거기 있는 사람들은 탈출할 수 있거든요. (승객들) 빨리 나가라고…"

기사 이 씨가 적극적으로 구조에 나서면서 일부 승객은 목숨을 건졌지만, 이 씨는 결국 차량 밖에서 숨진 채 발견됐습니다.

안타까운 소식이 전해지자 "승객을 먼저 살리려 노력한 기사님을 생각하니 마음이 아프다"는 애도의 뜻이 줄을 이었습니다.

생사의 갈림길, '국가없음'의 그 순간 망설임 없이 타인을 구해낸 의인들의 헌신에 참사의 피해가 그나마 줄어들 수 있었습니다.

곽동건 기자(kwak@mbc.co.kr)

기사 원문 - https://imnews.imbc.com/news/2023/society/article/6504834_36126.html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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