망치들고 유리창 ‘쾅쾅’…정부건물에 구멍 낸 英환경운동가

2019년 영국 런던에서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의 공동창립자 게일 브래드브룩이 런던교통공사 입구 문 위에 올라 시위하는 모습. 망치 등 도구를 이용해 유리창에 균열을 내고 있다./멸종저항 홈페이지

기후변화 방지 운동단체 ‘멸종저항’(Extinction Rebellion·XR)의 공동창립자 게일 브래드브룩(51)이 재판에 넘겨졌다. 4년전 런던 중심의 정부소유 건물에서 시위를 하면서 4500만원 상당의 피해를 입힌 혐의를 받고 있다.

17일(현지시각) 영국 가디언 등에 따르면, 이날 아일워스 크라운 법원에서 브래드브룩에 대한 공판이 진행됐다.

브래드브룩은 2019년 10월15일 오전 런던교통공사 입구 문위에 올라가 유리벽에 기후위기를 경고하는 내용의 포스터를 붙인 혐의를 받고 있다. 또 미리 준비한 배낭에서 망치 등의 도구를 꺼내 유리창을 두드려 심각한 균열과 구멍을 낸 혐의를 받는다.

브래드브룩은 자신의 혐의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고 있다.

케이트 윌킨슨 검사는 브래드브룩의 행동으로 인한 피해액이 2만7660파운드(약 4560만원)에 달한다고 밝혔다.

윌킨슨 검사는 배심원단을 향해 재판과정을 지켜본 뒤 증거에 따라 판단해달라고 당부했다. 그는 “배심원 제도는 미니 투표소가 아니다”라며 “(법원은) 어려운 정치적 이슈에 대해 투표를 하거나 정치적 의제를 퍼뜨려달라고 요구하는 곳이 아니다”라고 했다. 이어 “여러분 중 일부는 브래드브룩과 같은 신념을 가졌을 수도 있다”며 “하지만 어떤 문제에 대한 강한 신념을 가지고 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타인의 재산에 심각한 피해를 입힐 수 있다는 의미는 아니다”라고 강조했다.

재판부도 배심원단에 “브래드브룩이 기후 변화의 위험성에 대해 견해를 가지고 있고, 신념에 따라 행동한 것은 논쟁의 여지가 없다. 다만 이 경우에는 당신이 그런 신념에 동의하지 않는지에 대한 것이 아니다”라고 했다. 그러면서 “브래드브룩이 타인의 재산을 훼손했는지, 그가 합리적인 변호를 했는지에 대해서만 판단해 달라”고 덧붙였다.

공판은 오는 21일까지 아일워스 크라운 법원에서 진행될 예정이다.